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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2011년 서울사진축제가 11월 2일 부터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경희궁 분관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이번 축제에는 국내외 유명 사진가들의 전시와 포트폴리오 공모전, 리뷰전 등 특별전이 있고 워크숍과 심포지움, 강연, 작가와의 대화, 국내최초의 사진경매까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포트폴리오 공모전에는 119편의 출품작 중 10개 작품이 선정되어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11월 30일까지 한 달간 전시되고 있는데 그 중 이윤하의 '멸치의 꿈' 이란 제목의 사진에 시선이 머문다. 

그녀의 작업은 이미 생명력을 잃고 건조하게 마른 멸치를 보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감도 없어지고 감성도 차츰 잃어가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녀는 한지에 바다를 연상하며 먹으로 그리거나 그것을 찢어붙여 멸치와 재배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조그만 돌멩이 옆에 멸치를 놓고 단순한 구성을 변형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섬같이 느껴지거나 하나의 바다를 형성하며 수면처럼 느껴지게도 하였다.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이윤하는 말한다.

"넓은 바다에서 유영하던 모습과 달리 건조되어진 작은 모습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마치 자신의 존재감과 감성을 잃어버린 채 점차 박제화 되어가고 있는 듯한 나 자신을 보는 것 같다. 마음속에 꿈꾸고 그려왔던 모습, 즐겁고 행복하게, 열정적으로, 때론 그리움과 외로움을 느끼며 좌절도 하지만 자유스럽고 여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어느덧 멸치와 하나가 되어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 헤엄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굳어 버린 줄 알았던 심장의 박동이 다시 느껴진다. 지루했던 일상들이 설레임으로 다가와 무심히 지나치던 주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나는 자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자유로운 나를 들여다 볼 것이다."

리움미술관에서 어느 화가의 작품을 보고 네모안에 색칠을 하고 단순하게 표현된 느낌이 좋았으며,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작품을 좋아하다보니 실제 작업과정에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해 사진예술 편집장 윤세영은 '한낱 말라비틀어진 멸치 한 마리에서 내러티브를 이끌어낸 작가의 역량에 주목한다. 이렇게 능숙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면 작가의 잠재력은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제 겨우 작가는 이야기 하나를 풀어놓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멸치의 꿈"으로 출발한 작가의 자아 찾기가 다음에는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그 속편이 궁금하다.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가 어떤 달콤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보다 훨씬 강하게 가슴에 와 닿음을 실감하면서 "멸치의 꿈"이 작가의 꿈을 이루어주는 단초가 될 것으로 예감한다'라고 했다.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둘둘 말린 한지 끝에 덩그러니 내던져진 멸치 머리 한 조각을 바라본다.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진액이 빠진 듯한 이 형상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연상케 한다. 싱싱한 나뭇잎과 풍성한 열매, 줄기까지 다 내어주고 늙은 나무 밑둥만 남았다는 이야기처럼 어쩌면 우리 중년의 어머니들도 살아오는 동안 주위에 모두 내어주고 소진되어 껍데기만 볼품없이 남았으리라.

시야에 비친 내모습을 꼭 닮은 멸치 한 마리.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뼈아픈 자각이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태초에 조물주가 흙으로 사람을 빚어 생기를 불어넣듯이 마침내 살아 움직인다. 나무 숲을 거닐고 하늘로 날아올라 이름모를 새와 조우하며 긴 터널을 지나 저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유영하고 있는 생명력 넘치는 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윤하는 오랫동안 일과 가정일을 병행하면서 살아왔다. 퇴직 후 그녀는 사진에 몰두하면서 수 차례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었고 사진집도 내는 등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갤러리 AG 신진작가 공모전 작가로 선정되어 내년 7월, 8월 두 달간 갤러리 AG(안국약품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독백처럼 분명한 자신의 철학과 느낌을 표현해 낼 줄 아는 그녀는 분명 삶의 여백을 아름답게 채색할 줄 아는 아름다운 중년이다.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이윤하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이윤하 사진전-멸치의 꿈 ⓒ 김승혜

  이윤하 프로필

[작가 약력]

이윤하 (LEE YOONHA)

1957 출생
1980 경북대학교 학사졸업
(현) 한국여성사진가 협회 회원

[개인전]
2010 이윤하 사진전 (멸치의 꿈), 갤러리나우, 서울

[단체전]
2011 서울사진축제 특별전 (포토폴리오 공모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2011 서울 포토페어 2011, 코엑스, 서울
2010 The Wonder전, 경인미술관, 서울
2009 The Light of mind, 경인미술관, 서울
2007 제2회 포토리그 회원전, 코엑스, 서울
2006 제1회 포토리그 회원전, 경인미술관, 서울

[수상]
2011 2011 서울사진축제 포트폴리오 공모전 전시작가 선정
2011 갤러리 AG 신진작가 공모 작가선정

[사진집]
이윤하 사진집(멸치의 꿈)/사진예술사/2010

[연락처]
E-mail : yangifl@paran.com



#이윤하#멸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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