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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지금 망우리 공원의 곱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서 존경하는 시장님께 무한한 신뢰를 담아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나이 오십에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정치인 중에서도 저 같은 서민의 편이 생겼다는 안도감과 왠지 모를 희망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시장님. 우선 제 소개를 하면 중랑구 면목동에서 동네 사랑방 같은 사진관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치인들에 대해서 혐오감 내지 강한 분노를 가슴 속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정치인들이 없는 서민들의 편에 서서 일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저에게 있어 정치인은 "겨 묻은 개와 똥 묻은 개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놈이 그 놈" 이라는 생각이었고 투표도 적극적이지를 못했습니다.

좌파니 우파니 또는 경상도니 전라도니 청군 백군을 만들어 놓아 싸움을 붙여놓고는 주는 척 하다가 빼앗아가고 입으로는 머슴이요 행동은 상전이요, 이 모든 것이 정치하는 사람들의 본질이요 수단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정치야말로 병 주고 약 줘가며 세상을 홀리는 일이고 이것이 바로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정치인들의 행태였습니다. 정치가 언제 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일한 적이 있던가요?

시장님 시장님 우리 시장님.
▲ 서울시민의 희망. 시장님 시장님 우리 시장님.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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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눈 (오인태)

그때,
하동 평사리 용이네 집이던가 섬돌에 우두커니 앉아,
바지랑대에 앉은 잠자리 눈과 딱 마주쳤는데,

적이 쳐다보다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이렇게 누군가와 마주앉아 오래 눈을 맞춘 적이 없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이 오인태시인의 '잠자리의 눈' 이라는 시를 제대로 이해할 줄 아는 감성과 품성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기대도 안 하지만. 오히려 오시인의 '잠자리의 눈' 을 읽어보며 "이사람 이거 뭐라고 떠든 거야?" 라고 욕이나 안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치인들이 오시인의 '잠자리의 눈' 이라는 시를 절대로 이해 못할 거라 단정 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 잘난 정치 속에 '사람' 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위한 정치가 되어야 하는데 바로 그 사람이 빠졌다는 말입니다.

'잠자리의 눈' 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 하고자 했을까요? 바로 사람과 그리움을 얘기하고 사랑과 정을 얘기하며 눈길 마주치면 암말 없어도 소통이 되는 그런 얘기가 아니던가요?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을 배제시켜놓고 무슨 정치를 하느냐 이 말입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적으로 간주하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적으로 간주한다지만 내 눈에 보이는 그들의 적은 실상 정치인 자신들입니다. 국민의 머슴이 되어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상전으로 모시겠다는 국민들 뒤통수나 후려치면서 상전(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권력과 돈에 추세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그들에게는 가장 큰 내부의 적인 게지요.

요즘 기타를 배우는데 기타소리가 좀 이상합니다. 초등학생이 사진 찍으러 와서 만지작거리더니 뭘 만져놓고 갔나봅니다. 다시 조율을 하는데, 여섯 개의 기타 줄은 서로가 다른 음을 가지고 있지만 한데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에 줄 여섯 개를 똑같은 음에 맞추어 놓고 기타를 치면 아마도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나지 싶은데, 사람도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여섯 개의 기타 줄처럼 각기 다른 생각과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기에 그나마 인생이 지루하지 않고 부대끼며 사는 재미라도 있지 싶습니다. 진보면 어떻고 보수면 어떻습니까? 저 같은 사람은 좌냐 우냐 하는 정치적 이념은 필요 없습니다.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 기타줄 조율하듯이 그렇게 조율을 해서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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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님 사랑해요.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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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근자에 들어 정치인들의 행태에 분노 그 이상을 넘어서는 암담한 마음으로 사진관 바닥에 드러누워 데굴데굴하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 분한 마음으로 이번 서울시장선거에, 제가 투표권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선거운동이라는 것을 해봤고 정치에 관한 제 의견을 주위사람들에게 강력히 피력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가 찍은 분이 시장으로 당선이 되었고 시장님의 일하시는 모습을 뉴스로 통해 보면서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시장님은 명예만 가지십시오. 권력(?)은 시장님을 뽑아준 우리 서울시민에게 돌려주십시오.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그런 서울시를 만들어주세요. 시장님께 쌀 떨어졌으니 쌀 팔아달라는 얘기는 안하겠습니다. 길거리 가다가 모르는 사람 발을 밞아도 서로 얼굴 마주보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서울시를, 젊은이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 어르신을 보면 냉큼 짐을 빼앗아 들고 어르신과 나란히 계단을 올라가는 그런 서울시를 만들어주세요. 저는 재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지금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헐어내고 빌딩을 지어주는 그런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사람이 사람을 마주하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서울을 원합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그저 지금처럼만 일해주세요. 시장님의 명예는 저희가, 서울시민이 지켜드리겠습니다. 역사 속의 한 페이지에 시장님의 이름이 영원히 남도록, 먼 훗날 저희의 자식들이 역대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시장님의 이름 석 자 만큼은 기억할 수 있는 그러한 명예 한 가지만 가지시고 나머지는 서울시민에게 돌려주세요. 사랑합니다 시장님.

덧붙이는 글 | 요즈음 서울시장님의 일하시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보면서 감동의 연속입니다. 저의 이 자그마하지만 진심이 담긴 편지가 우리시장님의 피곤한 업무에 미소라도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시장님,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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