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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에 오르면 빙둘러 모두 수평선이 보인다.
▲ 울릉도 바다 성인봉에 오르면 빙둘러 모두 수평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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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마시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 옥빛 바다 그대로 마시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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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울릉군 평리 이장희의 '울릉천국'에서 '울릉도는 나의 천국' 노래비 제막식이 열린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와 가수 이장희 측이 협약을 맺고 7천만 원을 들여 공원화 사업을 조성하면서 마련된 행사다.

이날 오전 11시 노래비 제막식에서 이장희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을 부르고 조영남씨의 무대도 마련된다.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화가 이두식, 사진가 김중만, 코미디언 전유성, 동료 조원익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울릉도는 나의 천국
▲ 가수 이장희 노래비 울릉도는 나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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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그건 너>,<나야 나>라는 이장희 노래 때문이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솔직한 사랑이야기. 단순하고 반복되는 가락, 자유로운 창법, '뿅뿅'대는 독특한 연주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음반 5만 장 이상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입을 열면 따라 불렀고 거리를 덮었다. 그것은 모두 바로 너 때문이라고 외쳐 댔고 비아냥거렸다. 이토록 목청껏 따라 부른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당시의 억압된 감정을 자유롭게 외쳐대고 싶은 욕망 탓이었다. 부르는 사람 마음에 따라 그 원수는 바로 '유신헌법'으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군사독재권력을 연장하려던 박정희 일당에 대한 저항이자 조롱이었다.

이장희는 대마초 사건으로 유치장에 수감되고 가수 활동에서 은퇴한다. 그후 이장희는 특유의 낙천적 감응과 예지를 바탕으로 사업가로 변신하고 후배양성가로 변모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거침없이 펼쳐 나갔다.

1980년 캐나다로 가기 위해 뉴욕을 여행하던 중 그곳의 자유로운 문화에 끌려 정착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1988년에는 한인방송을 위한 < LA 라디오 >를 이끈다. 당시, 흑인폭동이 터지자 비상대책 방송을 주도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교민을 돕기도 했다. 그 공로로 미국 대통령의 격려 방문을 받기도 했다.

위에 노래비가 들어서고 연못 앞으로 아담한 무대가 있다
▲ '울릉천국'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 위에 노래비가 들어서고 연못 앞으로 아담한 무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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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에 돌아와서는 새로운 삶을 기획한다. 여유와 여행을 벗삼아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꾀하는 일이다. 가수였던 남동생 이승희의 죽음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이장희 방식의 대안적 삶을 펼쳐 나갔다. 세계를 돌아 보고 나중에는 울릉도에 반해 정착한다. 더덕 농사를 짓고 정자도 지었다. 연못을 만들고 배를 띄웠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백수가를 부르며 천국에서 산다는 말이 들렸다.

연예인의 사적 공간에 간들 무엇하랴 했지만 그가 사는 곳이 어떤 지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발걸음이 끌렸다. 만 명 남짓한 울릉도민이라면 그가 어디 사는지 다 아는 듯했다. 운전 기사도 그랬고 마을 인부에게도 물으면 친척처럼 살가운 억양으로 알려주었다.

거대한 석봉산이 장관을 이루고 그 아래 분지에 '울릉천국'이 있다
▲ 울릉천국 거대한 석봉산이 장관을 이루고 그 아래 분지에 '울릉천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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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천국' 현판이 보였다. 그 아래 평리교회가 있는데 교회 위에 자리를 잡았으니 천국이다 하여 지은 이름이다. 예상과 달리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안으로 자연경관과 천혜의 조건을 갖춘 아담한 무대가 자리를 잡았다. 멀리 송곳봉과 석봉이 장성처럼 서있고 그 사이로 나무들이 병풍처럼 자라고 있었다. 분지를 이루고 있어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하하하하...'말 끝마다 터지는 웃음소리가 낙천적이며 매력이다
▲ 이장희 '하하하하...'말 끝마다 터지는 웃음소리가 낙천적이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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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는 방문객 여러분과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사이 언덕을 올랐다. '아하하하...' 그의 웃음소리는 호쾌했다. 신기하게 먼곳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터키나 로마에 있는 오래된 원형극장 같지만 그보다 더 오래전에 이미 있던 천혜의 원형극장인 셈이다.

이장희는 시대와 환경에 맞게 자신의 재능을 창조적으로 변모시키면서 자유로운 사고와 조화로운 삶을 펼치고 있다. 그의 삶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행복감을 전한다.'울릉천국'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대가 될 지 모른다. 사적 공간을 나눔과 열린 공간으로 격상시키는 뜻이 고맙다. 가수 이장희 멋진 노장, 아니 '사나이'다.


태그:#이장희, #울릉천국,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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