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친박 쇄신파인 구상찬 한나라당(강서구갑) 의원은 인터뷰 도중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구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 쇄신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서 반성하자고 이야기하는 쇄신파가 그렇게 질타를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쇄신파에 대한 집중포화는 어떻게 보면 충격적이었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도 구 의원은 쇄신파에 대한 비판을 주도한 친이·구주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이 청와대의 쇄신을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에 대해 "당과 청와대가 한배를 탄 것은 사실이지만 선장실에서 항로를 잘못 잡아 배가 빙산을 향해 돌격하고 있다면 배에 탄 누구든 선장실에 '방향을 바꿔야한다'고 소리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사과는 레임덕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사과를 안 하면 레임덕이 안 오느냐"며 "지금 몰려오는 민심의 쓰나미는 레임덕을 걱정할 수준의 파고를 이미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구 의원은 또 친박계와 쇄신파의 연대설에 대해 "연대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도 선거 전부터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쇄신파도 같은 생각을 하다보니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일 뿐"이라며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함께 뛰는 사람이 많으면 (쇄신)동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총선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구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의 '본헤드 플레이(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상황이 더 어려워졌지만 먼저 매를 맞겠다는 심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머리를 숙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구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쇄신파 질타 의원들, '어떤 힘' 탓에 생각과 다른 말 했을 수도"

 

- 9일 의원총회에서 "쇄신파가 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쇄신파 의원들이 그렇게 질타를 받을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어제 외통위 예산심사 때문에 의총 중간 쯤 들어갔는데 먼저 나온 의원들이 '쇄신파가 박살났다'고 하더라. 그럴 리가 없을 거라며 갔는데, 실제 많은 의원들이 쇄신파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좀 충격적이었다. 당 쇄신안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인 만큼 '그동안 잘못했다, 청와대도 당도 함께 반성하자'는 이야기가 주로 나올 줄 알았는데…. 반성하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어 황당했다. 쇄신 요구에 대한 청와대 반응을 봐도 답답하다."

 

- 쇄신파를 비판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과 당 위기에 대한 인식차가 꽤 커 보인다.

"어제 의총에서도 큰 괴리감을 느꼈다. 사실 제 자랑 같지만 평소에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서울시장 선거 후에는 밤에 잠을 못 잔다. 지방도 총선 전망이 밝지 않지만, 서울은 특히 이대로 가면 강남만 빼고 백전백패다. 절벽이 바로 앞에 있는데 당이 눈을 감고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누군가는 눈을 뜨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 친이·구주류가 쇄신파를 비판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모르긴 몰라도 쇄신파를 질타했던 의원들의 머릿속에도 내년 총선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힘에 의해서 자기생각과 다른 말을 한 게 아닌가 싶다."

 

- 쇄신을 주장하는 방법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당과 청와대, 우리 모두의 패배다. 청와대 책임만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다만 먼저 최종 책임자인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꽉 막혀있던 국민들의 분노가 풀릴 수도 있다고 본 것이지,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 친이·구주류 쪽에서는 '국민은 한나라당과 청와대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이 청와대의 쇄신을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당과 청와대가 공동운명체이고 한배를 탄 것은 사실이다. 선장실과 기관실에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은 다르다고 해도 선장실에서 항로를 잘못 잡아 배가 빙산을 향해 돌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관실에 있는 사람들이든 배에 타고 있는 누구든 선장실에 '잘못 가고 있다, 방향을 바꿔야한다'고 소리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 어제 의원총회에서는 "대통령 사과는 레임덕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반대로 묻자. 사과를 안 하면 레임덕이 안 오나. 그런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이미 레임덕은 왔다. 지금 레임덕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금 몰려오는 민심의 쓰나미는 레임덕을 걱정할 수준의 파고를 이미 넘어섰다."

 

"어청수·이강덕 기용, 청와대 아직도 민심 못 읽어"

 

- 쇄신파 25인의 대통령 사과와 5대 국정쇄신 요구에 이명박 대통령은 "침묵이 내 답"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당내 비판도 커지고 있는데.

"대통령의 침묵을 거부 의사로 해석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할 것인지, 당과 어떤 형식으로 협의를 해나갈지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본다."

 

- 만약 대통령이 쇄신파 요구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정식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 그리고 가정을 전제로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에게 쇄신 서한을 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당장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다음 행동을 준비할 수는 없다. 한미FTA 처리 문제도 걸려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번만큼은 어물어물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쇄신파 의원들의 각오는 대단하다."

 

- 당내에서는 쇄신파와 친박계가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손 잡았다' '연대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당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된 것 뿐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10.26 재보선 이전부터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한 동행을 정치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함께 뛰는 사람이 많으면 동력은 커지지 않겠나."

 

-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개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영포라인인) 이강덕 경기청장의 서울청장 기용, 그리고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경호처장 임명 등을 보면 아직도 청와대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인사는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져야하지만 대통령 측근 참모들의 잘못이 크다. 이런 인사는 국민들로부터 배척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하고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도록 했어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용대박' 발언만 봐도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이 얼마나 민심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와대 인적쇄신과 개각 필요성에 동감한다."

 

-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은 뭔가.

"내년 총선은 오세훈 전 시장의 '본헤드 플레이'로 더 어려워졌다. 서울지역의 한나라당들은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지역구인 화곡동 도서관 건립 등 공약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먼저 매를 맞겠다는 심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머리를 숙이겠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


태그:#구상찬, #쇄신파, #한나라당,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