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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 26일 저녁 안국동 박원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10월 26일 저녁 안국동 박원순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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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시작한 정치혁명을 정당이 어떻게 정당혁명으로 이어갈지, 정치문명의 교체기에 걸맞는 변화를 해낼지가 매우 중요하다.

꼰대정당이 되면 안 된다. 한나라당은 양아치 꼰대, 민주당은 점잖은 꼰대, 진보정당은 고지식한 꼰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이인영 민주당 야권통합특위 위원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새로운 서울을 위한 희망캠프'에 상주했다. 선거운동 내내 그는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9층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 선거전문가들과 전략회의를 하느라 바빴다. 예민했고, 늘 날이 서 있었다.

선거운동기간 중 남편을 자주 볼 수 없다며 직접 캠프로 찾아온 아내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정도에나 그는 느슨해졌다.

그만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선거 상황에 민감했다. 선거전략 사령탑을 맡고 있었지만 그는 늘 뒤에서 배회했다. 앞에 나갈 때는 유세 사회를 볼 때 정도였다. 그때를 제외하면 그는 늘 뒤에서 서성이며 전체 상황을 조망했다. 전략가는 본디 그런 건가?

그는 "선거가 끝난 뒤 딱 이틀 'AS'를 해주고 싹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무라인 총정리가 그가 맡은 역할이라고 했다. 선거가 끝난 뒤 야권통합 문제로 민주당 내홍이 깊어지니 그는 또 입을 연다.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 불거진 민주당의 분열이 또 다시 반복되는 것 같다고.

이인영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평가, 안철수 현상과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정당정치의 필요성, 향후 한국정치의 변화, 야권통합 등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그와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의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이번 선거를 자평한다면.
"대중에게 'MB심판'은 확고하다는 걸 확인한 선거였다. 거기에 새로움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투표 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당시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도 뭔가 새로움에 대한, 변화에 대한 선택이 분명했다고 느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분당에서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선택했던 시민들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기성정당 대신 무소속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투표할 수 있는 이유만 분명하다면, 투표한다는 것도 분명히 느꼈다. 또 이제 한국정치에선 복지와 상생이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교수의 영향은 대단했다. 시민정치 영향이 커진 것인데,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정당정치는 다소 축소된 면이 있다
"민주당의 분열이 없었다면, 안철수나 박원순 현상은 아예 없었을 수도 있었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민주당의 분열이 튕겨낸 것이라고 본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지 않았다면, 그런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주축이 돼서 안철수도, 박원순도, 박영선도 프로모션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치고 박고 싸움박질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쪽으로 튕겨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통합국면에서 민주당이 분열하면 그게 어디로 귀결될지 모른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그만큼 큰 문제를 낳는다. 지금 그 문제를 반복하는 것 같아 매우 속상하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 마련된 박원순 야권연대 후보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박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하승창 희망캠프 총괄기획단이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 마련된 박원순 야권연대 후보 선거운동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박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은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하승창 희망캠프 총괄기획단이 박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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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교수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안철수-박원순 식으로 비정당 영역의 정치가 활성화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아주 건강한 상식의 반란, 이것을 정치나 정당이 수용하고 성찰하는 것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교수가 청년들을 위로하고, 우리 사회에서의 공정성과 시장경제, 재벌비판 등은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그분에게 복지나 통일에 대한 입장을 듣지는 못했다. 물론 우리는 50%가 5%에게 양보하는 모습에서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게 반복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 어렵다고 보는 까닭은 무엇인가.
"무당파나 부동층에 근거한 영향력의 정치, 비정치 영역의 정치만으로 정치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안철수 교수가 정치를 하려거든 정당에 들어와서 해야 한다. 제3 정당은 가능하지도 않고,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박원순 시장도 그런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보다는 조금 더 복지나 평화, 통일에 근접해 있지만 정당정치 영역에서는 한 발 떨어진 채다."

"메가트랜드급 정치변화, 정치문명 교체가 시작됐다"

- 안철수나 박원순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메가 트랜드 급의 정치변화, 정치문명의 교체로 본다. 매스미디어를 능가하는 SNS, 소통방식과 창구를 변화시킨 것이다. 신문 중심 사회에서 라디오가 루스벨트를 만들었고, 라디오에서 TV가 케네디를 만들었으며, TV에서 SNS가 오바마를 만들었듯이 트위터, 페이스북 처럼 직접적이고 빠른 소통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한다."

- 그밖에 어떤 점에 주목하나.
"뉴리버럴의 등장이다. 70∼80년대 리버럴은 민주주의 수호와 지지로 왔다면, IMF 이후 뉴리버럴은 사회정의와 자기 삶의 이해가 일치해야만 투표한다. 안 그러면 기권한다. 이 분들이 투표장에 나오면 판도가 변화하고 집에 있으면 변화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게 크다. 학생들에게는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소가 메시지가 돼야 투표하러 나온다.

30대에게는 전·월세와 보육, 일자리 문제, 40대에게는 주택과 교육, 일자리가 메시지가 돼야 투표한다. 여기에 근거해 새로운 정당혁명을 해야 한다. 시민들이 시작한 정치혁명을 정당이 어떻게 정당혁명으로 이어갈지, 정치문명의 교체기에 걸맞은 변화를 해낼지 매우 중요하다. 꼰대정당이 되면 안 된다. 한나라당은 양아치 꼰대, 민주당은 점잖은 꼰대, 진보정당은 고지식한 꼰대가 돼서는 안 된다."

 10월 26일 저녁 안국동 선거캠프에 있던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10월 26일 저녁 안국동 선거캠프에 있던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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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교수가 계속 정당 밖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면?
"지금 받는 지지율은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없어질 수도 있다. 박원순 시장도 민주당과 경선해서 정당정치와 결합됐으니 시장이 된 것이다. 입당은 안 했지만 사실상 결합해 당선된 것이다. 민주당이 이런 현상이 반복되도록 놔둘까? 민주당을 새롭게 만들거나 더 큰 민주당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후보가 없어 안철수 교수를 추대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놔둘까? 민주당은 또 다른 대책을 세우고 정당정치 영역을 강력히 복원할 것이다. 계속 무소속에게 헌사하는 정치를 반복하겠나.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 민주당이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를 '원샷 방식'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방식에 모두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의 지도부와 차기 당권에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나 풀면 어떨까 싶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 답이 있지 않을까. 거기서 합의하는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계속 의심하고 싸우면서 12월 11일 전대냐, 12월 17일 전대냐는 식으로 간다면 민주당은 이미 가망 없는 정당인 것이다."

-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라도 '대표자 연석회의'를 구성해 활동하자는 제안을 했다. 범위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민주당, 혁신과 통합, 박원순과 함께 하는 시민세력(시민정치 영역), 진보통합시민회의,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함께 할 수 있다. 진보정당과 진보정파와도 끝까지 함께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 진보통합을 원하는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통합연대는 대통합에 여전히 반대한다.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다만 더 넓은 진보, 진보의 대중화, 진보의 수권화가 통합의 길이므로 동시에 내년의 정권교체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수권주체를 만드는 길이기 때문에 대승적 결단을 하고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이쪽이 먼저 통합해도, 끝까지 (대통합을) 포기하지 않겠다고는 메시지를 던질 생각이다."

"진보정당과의 통합,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이인영 민주당 야권통합특위 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야권통합특위 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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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7일 민주당의 통합전대가 가변적이기는 하나, 일단 개문발차 형식으로 출발하겠다는 것인데, 끝까지 통합의 기차에 안 탈 수도 있지 않나.
"조금 여지를 남겨놓으면 어떨까 싶다. 진보통합에 힘이 생기면 누군가가 트로이의 목마가 돼서 문을 열고 다시 이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의 말처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진보 쪽이 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약속한다면, 또 어떤 전술적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선통합 후 대통합의 길로 가자는 요구가 생길 수도 있다. 모르는 일이다."

- 11월말 '통합추진기구', 통합정당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것이 곧 통합정당인가.
"연석회의가 시작되면 그렇다고 봐야한다. 지금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으니까 그에 맞춰야 한다. 예비후보 등록일인 12월 13일 이전에 하면 가장 좋고, 안 된다면 최종 데드라인은 1월 10일이다. 그전에 통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현 지도부 중 대권에 출마할 사람들이 사퇴해야 하는 시점이 12월 18일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그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투트랙 전략'과 김부겸 의원의 '선쇄신 후통합'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혁신과 통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정당과 정치가 새로워지고,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시장선거의 의미는 그렇다. 혁신이 통합이고 통합이 혁신이라고 생각해야지, 이걸 선후의 문제로 나눠서 시간차를 둔다면 통합은 사라질 수 있다. 통합정당을 만들어봐야 변화가 없다, 새롭지 않다, 그럼 어떻게 되겠나. 결국 전체 유권자에게 민주당은 자기만 고수한다는 인식, 자기 안에 안주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혁신과 통합은 동시패션으로 해야 한다."

- <산티아고 일기> 책을 냈다. 11일 출판기념회를 여는데, 이 책을 내게 된 배경은 뭔가.
"원래 책을 쓰려고 걸었던 길은 아니다. 더군다나 일기 형식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번쯤은 어느 운동권 정치인의 고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기는 있는 그대로 다 내놓기 어려워 약간 윤색하기도 했고, 오해가 생길까봐 걷어낸 부분도 있다."

- 어느 운동권 정치인의 고백을 읽고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진보가 트랜드로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시대정신이고, 시대의 선택이다. 진보를 위해 끊임없이 그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 신념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 안의 진실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을 고백이라는 형태로 상품화 시키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도 하다."


#이인영#산티아고 일기#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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