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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어제 드디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고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51)이 309일 만에 농성을 풀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주었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배우 김여진씨입니다.

어제 김진숙씨가 85호 크레인 위에서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간 김여진씨. 김진숙씨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던 김여진씨. 어제의 극적인 만남이 있기 하루 전(11월 9일) 평화재단 청년리더십아카데미에서 김여진을 만났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청춘들에게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
 임신한 몸으로 청춘들에게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배우 김여진.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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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이었지만 김여진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청춘들을 위해 강연장으로 나와 주었습니다. 트위터에서 봤던 것처럼 그의 마음은 온통 한진중공업 김진숙씨에게로 향해 있었습니다. 김진숙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곧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그에게 김진숙씨는 특별하고 각별했습니다. 청춘들이 김여진씨와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위로 멘션 날렸더니 김진숙 "너나 잘하세요"

- 김여진씨가 집중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문제, 왜 관여를 하시게 된 건지 무엇을 호소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진숙씨에 대해서 다 아세요? 11월 1일 크레인 위에 올라간 지 300일 되신 날...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처음 관심도 김진숙씨였고 지금도 사실 가장 큰 마음은 김진숙씨입니다.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고공 농성에 대해서 들어는 봤었어요. 크레인에서 두 분이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두 사람을 잃고 받아낸 약속이 '정리해고를 할 때는 노조와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었어요. 법적 효력에 관해서 알아 보니 단체 협약은 회사가 어기면 벌금이 2000만 원 정도라서 어겨도 그만인 것이라고 합니다. 목숨을 걸고 그것을 따냈는데 여론만 잠잠해지면 휴짓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올라갔던 것도 평생의 친구를 잃으면서 얻은 약속인데 그게 무시되고 다시 정리해고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진숙씨는 트위터에서 처음 만났어요. "위에서 뭐하세요? 크레인 움직이시냐?" 말을 걸었더니 기가 막히셔서 웃곤 하셨어요. 단식을 오래 하셔서 음식을 잘 못 드시고, 고구마로 만든 죽 같은 것만 드시고요. 사진도 올리고 친근하게 친구처럼 지내게 됐고 농담을 참 잘하십니다. 건강하셔야 한다고 했더니 너나 잘하라며 늘 남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이 어떤 고통에 있는지 사람들은 잊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것... 씻고, 배설하고, 바람, 모기 등등 그 괴로움이 대단한데, 그것에 대해 정치하시는 분들과 기업하시는 분들의 태도를 보면 '저 분들은 이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 안하는구나' 싶었어요. '좌빨'이라고만 하고 데모꾼이라고만 봤어요.

그러던 중에 용역을 동원하는 문제가 있었고, 뜻이 강경하다 보니 용역들이 침탈하면 뛰어내리실까 불안했습니다. 바로 달려가서 크레인이 보이는 앞에 서서 "나 여기 와 있다." 했어요. 1차, 2차 희망버스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 와중에 임신을 하게 됐고 남편 다음으로 김진숙씨에게 이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그래서 이제 희망버스 못 간다고 전했어요. 친한 친구였는데 정말 딱 끊으셨어요. 놀랐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하셨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을 지켜보면서 아이를 지켜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그 분도 잘 알고 계셨고, 그 분은 저를 배려해서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한동안 트위터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다가 조금 지나서 메일을 보내셨어요. 잘 지내느냐 궁금하다고...

지금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제일 크신 분이고, 저 분 때문에 알게 된 많은 사실들이 있어요. 청문회 때 한 국회의원이 조남호 회장에게 처음에 돌아가신 노동자 사진을 보여줬더니 모른다고 했어요. 조남호 회장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이지요. 어떤 것을 어겼는지 그 의미를 모르고 있었어요. 계속 되뇌는 말은 절차 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했다는 것.

그러나 그 책임은 경영진에 있는 것인데 필리핀으로 노동력을 돌려서 또 부려먹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일삼기 쉽고, 임금 적게 주고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동하게 하는 곳이 많습니다. 이것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하면서요. 노동 유연성은 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사고가 박혀 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모순이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참여 무서운 일 아냐... TV출연만 포기하면 된다"

김여진씨는 김진숙씨를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청춘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습니다.
 김여진씨는 김진숙씨를 이야기할 때마다 눈물을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청춘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습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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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참여를 하시니까 비판도 받고 그러시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소외 받는 사람들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원동력이 무엇입니까? 어떤 힘을 갖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비판을 감수하고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만 각오하면 무서운 일도 아닙니다. 한 개만 포기하면 됩니다. 바로 돈입니다. 연기라는 것은 계속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려면 TV 출연을 해야 할 겁니다. 당분간은 안 시켜줄 것 같아요.

그런데 임신해서 어차피 못해요. 겁을 내는 것도 정말 그럴 만한 일인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욕을 흔쾌히 먹든가, 욕먹기 싫으면 방법을 연구해 보면 됩니다.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등. 조남호 회장 같은 분들도 그들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고 그들이 보면 제가 저주 받은 좌빨 무언가처럼 보일 것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옳은 대로 하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것인가입니다.

나만 옳다고만 하면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재밌게 하면 먹힙니다. 내가 행복한 것이 1번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 얼굴이 펴서 즐거워 보입니다. 궁금해서 따라오게 됩니다. 그런데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고민하게 되고 무거워집니다. 그러면 옆에 가기 싫어집니다. 대단하다 정의롭다 잘 갔다와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보통의 마음이지요. 무엇을 하든 여러분이 반드시 먼저 즐거워야 합니다. 그러면 같이 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김여진에게 질문하는 청춘들. 답변에서 그녀의 진정성을 느낀 청춘들은 큰 박수를 연신 쏟아냈습니다.
 김여진에게 질문하는 청춘들. 답변에서 그녀의 진정성을 느낀 청춘들은 큰 박수를 연신 쏟아냈습니다.
ⓒ 이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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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의 엄마가 되시는데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신지요?
"좋은 엄마가 되지는 못할 것 같고 알아서 크겠지요. 19살 때의 저를 생각해 봅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싫을 때의 생각들 말이죠. 엄마의 잔소리... 19살 때 미래의 제 딸에게 쓴 편지가 있습니다. 20살이 됐을 때 방 한 칸과 자유를 주겠다는 편지였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위험한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적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대학 안 간다고 하면 공부 안 시켜도 될 것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의 좋은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될 것입니다."

진심어린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했나 봅니다. 김여진씨도 눈물 짓고, 청춘들도 눈물 지었습니다. 김여진씨는 공감하는 능력이 큰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 말고 '진정한 공감'은 나에게 잘 들리지 않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힘입니다. 내 눈에 보여지지 않는 것들을 듣고 그것을 가슴에 새겨서 나의 일로, 내 문제로, 거기서 한 걸음, 담쟁이처럼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감'이 아닐까. 김여진씨를 보며 '진정한 공감'이 이것이구나 느꼈습니다. 

김여진씨는 김진숙씨를 이야기할 때마다 항상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녀를 움직이는 것, 그녀를 표현하는 것은 '진정성'입니다. 본인이 꿈꾸는 연기를 못하게 되더라도 이웃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진심어린 마음... 저는 이 진정성이 오늘의 한진중공업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열쇠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진중공업 문제를 알리려 고군분투했고,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김진숙씨를 생각하는 그녀의 애절한 마음, 선한 마음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진숙씨를 끌어안으며 김여진씨는 "꿈만 같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진숙씨와 함께한 그의 마음고생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연기자로서 훌륭한 연기 보여주고, 한진중공업 문제처럼 어려운 이웃들과 늘 함께하는 행동하는 지성인의 모습 보여주시고, 또한 청춘들의 멘토로 늘 함께 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분이 있어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고, 김진숙씨가 무사귀환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그리고 김여진씨 항상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청춘콘서트2.0> 김여진과 함께하는 Action토크(11.23~12.28 매주 수요일)에서 청춘들의 고민에 대해 투표설문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힘들어하는 문제에 대해 여러분 스스로 투표해 주세요.

▷ 청춘의 고민, 온라인 투표하기 : http://peacefoundation.or.kr/chungcon/poll.html



태그:#김여진, #김진숙,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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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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