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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12일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해야만 하는 일일까. 7대 경관 선정은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우리 정부의 선전대로 1조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불러올까.

세계7대경관은 뉴세븐원더스 재단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가진 단체가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이것은 전적으로 버나드 웨버(Bernard Weber)라는 사업가(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사기꾼일지도)가 만들어낸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업적인 행사다.

버나드 웨버는 스위스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으로 한때 영화제작자, 박물관 큐레이터, 탐험가로 일했으며 지금은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뉴월드오픈코퍼레이션을 실질적으로 소유․지배하고 있는 인물이다.

우리는 뉴세븐원더스라는 이름을 7대 자연경관 이벤트로 알게 됐지만 사실 이 재단이 생기게 된 것은 웨버가 생각해낸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New 7 Wonders of the World)라는 이벤트 덕분이었다.

고대의 수학자 필론의 저서에 나오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올림피아의 제우스신상,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바빌론의 공중정원, 로도스섬의 콜로서스)가 피라미드를 제외하곤 모두 사라졌으니 새로운 7대 불가사의를 전 세계인의 투표로 선정하자는 것이었다.

다소 황당한 아이디어였지만 1999년부터 2007년 7월까지 인터넷과 전화 투표로 진행된 선정과정은 애국심과 경쟁심을 자극하면서 과열의 양상까지 띠게 되고 7대 불가사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게 된다. 2007년 만리장성(중국), 콜로세움(이탈리아), 마추픽추(페루), 타지마할(인도), 고대도시 페트라(요르단), 치첸이트사(멕시코), 예수상(브라질)이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됐다.

하지만 웨버는 '세계 7대 이벤트 사업'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에 진행한 것이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New 7 Wonders of Nature)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웨버는 후보지의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금전요구를 하다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4500만 달러(한화 500억원)라는 거금을 요구했다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코모도섬의 후보지 탈퇴를 선언했고, 몰디브에는 도를 넘은 스폰서십 비용을 요구하여 몰디브 정부로부터 '7대 경관은 사기'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웨버가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화투표 등에서 발생하는 통신료 수익을 해당 통신사와 나누는 것이고, 또 하나는 후보지의 추진단체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 것이다. (후보지에서 돈을 뜯어내는 것은 몰디브 정부가 계약서를 공개함으로써 확인됐다.) 선정기간이 장기간이고 투표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누가 돈을 더 많이 내는지가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7대 자연경관 선정으로 기쁨에 취해 있는 지금 웨버는 또 다시 새로운 돈벌이에 착수했다. 바로 세계 7대 도시(New 7 Wonders Cities) 선정 이벤트다. 이건 7대 경관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큰 돈벌이가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불가사의한 유적이나 자연경관은 국가별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지만 도시는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가?

웨버는 7대 도시에 선정되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벌일 경쟁을 상상하며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 도시민들이 쏟아 부을 통신비와 시 정부로부터 뜯어낼 홍보비와 행사비, 로고 사용료, 그리고 경쟁도시들을 제치기 위해 로비스트들이 은밀하게 제공할 '선물'까지 계산에 넣고 있을지 모른다.

버나드 웨버의 새로운 돈벌이 7대 도시 선정 관련 사이트
▲ 세계 7대 도시 선정 사이트 버나드 웨버의 새로운 돈벌이 7대 도시 선정 관련 사이트
ⓒ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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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웨버가 돈을 벌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우리는 홍보효과를 이용해 더 많은 관광수입을 얻을 것이다"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신은 7대 자연경관 이벤트 이전에 있었던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와 뉴세븐원더스 재단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아마도 대부분은 그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나중에 세계 7대 도시에 선정되기 위해 열광적으로 투표할 각 도시의 시민들도 한국의 제주가 7대 자연경관이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웨버는 계속해서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 돈을 벌 것이다. 세계 7대 보물, 세계 7대 사적지, 세계 7대 건축물, 세계 7대 공원, 세계 7대 호수...

스위스판 봉이 김선달 웨버에게 '세계 7대 호구'를 찾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태그:#7대경관, #7대자연경관, #뉴세븐원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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