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마침내 물러났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3일(한국시각) 유럽연합(EU)이 요구한 경제안정화 및 개혁 방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약속대로 공식 사임하며, 찬란했던 지난 17년 동안 무려 10년이나 총리를 지낸 화려한 정치 인생을 마무리했다.
지난 3년간 무려 51차례의 신임투표에서 살아남은 '불사조'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이 확정되자 로마 시민들은 총리 관저 앞에 모여 야유를 보내며 자축했다.
그동안 온갖 스캔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 말고는 이탈리아를 이끌 사람이 없다"괴 외쳤던 베를루스코니. 하지만 그는 결국 국가 경제를 뒤흔든 재정악화로 인한 사퇴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고 시민들의 야유 속에서 쓸쓸히 관저를 떠났다.
1937년 은행원의 아들로 태어나 아파트 건설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뒤 언론기업 메디아셋을 설립해 영향력을 키운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우파 연정 '포르자 이탈리아'를 이끌고 정치계에 데뷔해 곧바로 총리에 올랐다.
연정이 붕괴하면서 7개월 만에 총리에서 물러난 베를루스코니는 2001년 총선에서 승리해 다시 총리직에 복귀했다.
2006년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에게 패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프로디 정권이 갑작스레 무너지자 현재의 집권당인 자유국민당을 만들어 2년 만에 또 다시 총리직을 되찾으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다.
그는 수많은 성추문과 부정부패는 물론이고 공식 석상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비하하는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정치 감각으로 장기 집권했다.
재정악화과 경제위기로 민심을 잃고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베를루스코니의 앞날에는 여전히 험난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 위증 교사 및 뇌물 공여, 세금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3건의 재판이 진행 중에 있으며 특히 미성년자 성매매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문에 베를루스코니가 해외 망명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세 번째 갑부이자 여전히 정계, 언론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베를루스코니가 예전처럼 위기를 벗어난 뒤 다시 총리 복귀를 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새 총리로는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유력하며 이탈리아는 곧 비상내각이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