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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는 학생들. 이젠 부담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았으면.
 공부하는 학생들. 이젠 부담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았으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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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수능시험으로 좌절하는 아이를 보면서 대체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지요?

물론, "괜찮아" "이제부터 시작이야"라고 해주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결과인 것을, 지금 와서 후회한 들 모두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47년을 살았으면서도 부끄럽게도 아이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어렵기만 할까요.

생각해보면 제가 아이보다 더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아이에게 "시험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몰라"라고 자꾸 회피하기만 하던 아이. 상실감에 빠져있는, 어깨가 축 늘어진 아이의 모습을 보았을때….

아이를 이해하기보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져 버렸습니다. 쪼잔한 아빠는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우려가 현실이 되었을 때 실망감에 젖어 헤어날 줄 몰랐습니다. 아직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속 한 번 썩이는 일 없이 잘 따라줬던 아이, 공부도 곧잘 했던 아이에게 수능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 마냥 부담을 주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쿨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막상 아이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표정부터 자연스럽지 못함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이기적인데…. 저 자신의 한심함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는 너무도 부족한 아빠입니다. 말과 행동이 너무도 다른….
지금 저는 주체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물론 가장 힘든 것은 아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솔직히 아빠의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좌절했던 그때, 겨우 시작이었는데...

오늘 모든 것이 집중이 잘 안 돼 이런저런 기사를 보던 중, 좋은 글이 있어 조금은 위로가 되더군요. 가수이자 원더걸스, 2PM, 2AM 등을 키워낸 음반 프로듀서 박진영씨가 20대에 썼던 글이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극명하게 두 갈래로 나누어져 한쪽은 대학이라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서 가고, 다른 한쪽은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좌절감을 맛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글을 읽어보니 박진영씨 역시 '자기 또한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미래에 대한 아무 생각 없이 1년여를 보냈는데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내용이더군요.

그는 '그러나 10년쯤 지나서 돌아보면 그때 왜 그랬었나 이해가 되지 않고, 그때가 겨우 시작이었을 뿐이 었다는 소중한 사실을 깨닫는다'며 '그래서 절대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지금 제가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아무리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지 모르지만, 모두가 힘을 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특히, 아이가 '부모'라는 이름의 부담을 털고 이젠 조금은 쉬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쉽지 않지만 마음을 다져봅니다. 
그리고 오늘, 퇴근하면 아이의 어깨를 두드려 줄겁니다.
힘내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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