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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론의 전설이 된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 전공자는 아니다. 동양철학을 지독히 사랑하는 영문학자였다. 미디어를 전공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엄 격한 사회과학 방법론(자연과학과 같은)이 주류를 이루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학계에서는 마셜 맥루언을 경계하고 무시하다가 최근 그에 대한 재발견, 재해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잡스, 주커버그, 김어준은 맥루언의 신봉자다..라고 추정된다.
 미디어 이론의 전설이 된 마셜 맥루언은 미디어 전공자는 아니다. 동양철학을 지독히 사랑하는 영문학자였다. 미디어를 전공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엄 격한 사회과학 방법론(자연과학과 같은)이 주류를 이루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학계에서는 마셜 맥루언을 경계하고 무시하다가 최근 그에 대한 재발견, 재해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잡스, 주커버그, 김어준은 맥루언의 신봉자다..라고 추정된다.
ⓒ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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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쿨미디어의 신봉자로 알려졌다. '쿨미디어' '핫미디어'의 개념은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언이 창안했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뜨거운 미디어란 단일한 감각을 '고밀도'로 확장시키는 미디어다. 여기서 고밀도란 데이터로 가득 찬 상태를 말한다. 사진은 시각적인 면에서 고밀도다. 반면 만화는 제공되는 시각적 정보가 극히 적다는 점에서 저밀도다. 전화는 차가운 미디어, 혹은 저밀도의 미디어다. 왜냐하면 뒤에 주어지는 정보량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뜨거운 미디어는 이용자가 채워 넣거나 완성해야 할 게 별로 없다."(<미디어의 이해> 60쪽)

잡스, 주커버그, 김어준은 미디어 신봉자

아이폰이 출시되고 나서 잡스가 혼신을 기울인 작업은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다. 소비자 행태를 분석하고 반영했다. 그 결과 갓난아기도 쓸 수 있는 직관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탄생했다. 아이폰은 '쿨미디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참여로 완성되는 쿨미디어 그 자체다. 페이스북은 서드파티 업체(주어진 규격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활동할 수 있는 앱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이용자들이 놀 수 있도록 친숙한 기능들과 UI를 제공한다.

특히 페이스북과 마크 주커버그의 성장과정을 온전히 담아낸 포춘 지 전 기자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의 주저 <페이스북 이펙트>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페이스북 사람들이 숭배하는 유명한 사회 철학자이자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루한은 1964년 자신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통일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지구를 통일시킬 수 있다고 예견했다."(<페이스북 이펙트> 490쪽)

'존나 씨바' '쫄지마' 같은 '구어체 김어준'과는 달리 기사를 검색해서 마주 보는 '문어체 김어준'은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김어준이 발언한 일련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그가 '미디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전달되지 않는 메시지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 크게 외쳐도 독백일 뿐이다. … 전혀 다른 메시지 유통 채널의 구축이 가능한 물적 토대의 출현―딴지일보 때는 인터넷+PC였고 나꼼수는 인터넷+스마트폰+트위터―이란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나머지 디테일은 마이너하다." ("나꼼수와 'MB 멘토' 최시중의 대결... 승자는?" 중 발췌)

김어준은 핫미디어를 쿨하게 사용하는 미디어 고수

<닥치고 정치>
 <닥치고 정치>
ⓒ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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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을 표현하는 3대 키워드는 <딴지일보>(인터넷), <나는 꼼수다>(팟캐스트), <닥치고 정치>(책)다. <딴지일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핫미디어를 구사하고 있다. <딴지일보> 역시 '김어준의 아이들'이 콘텐츠를 주로 쓴다는 점에서 제한성이 있다. <딴지일보>보다는 '딴지일보 총수'가 김어준을 대변한다. '총수'란 간섭을 불허하는 절대 지위의 직함을 말한다. 삼성 이건희 총수를 생각하면 잘 알 수 있다.

김어준의 진정한 힘은 뜨거운 미디어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뜨거운 미디어를 '차갑게' 구사한다.

"라디오는 뜨거운 미디어다. 자극의 강도를 높일수록, 라디오의 효과는 점점 더 높아진다."(<미디어의 이해> 524쪽)

<나는 꼼수다>는 아이폰이 만들어낸 팟캐스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지만, 본질은 라디오다. 참여를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에 청취자가 직접 만든 음원을 집어넣고, '존나 씨바' '쫄지마' 같은 말들을 '냉각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닥치고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라는 미디어는 문자를 쓰기 때문에 진정으로 뜨거운 미디어다. 이 또한 김어준 식대로 쿨하게 구사하고 있다.

<닥치고 정치>는 에세이식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방담 식으로 쓰인 책이다. 인터뷰어 지승호와 김어준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까 '구어체로 쓰인 책'이다. 여기다가 김어준 트레이드마크인 걸쭉한 육두문자가 자주 등장하면서 '핫미디어를 쿨하게'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 김어준을 비교한 까닭은 이들이 모두 '미디어'의 관점으로 접근해 성공을 거둔 인물이라는 사실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세상의 많은 기획자들은 아직도 표피적인 차원, 또는 본능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미디어적 접근은 이보다 두 계단 정도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미디어 감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기획은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는 꼼수다, #미디어의 이해,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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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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