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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미 FTA 비준과 야권대통합'에 대한 당 출신 시도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견은 한데 모이지 않았고, 이견만을 확인한 채 끝이 났다.

 

21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시도지사 연석회의에는 손학규 대표·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최문순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등 민주당 출신 시도지사 7명 전원이 참석했다.

 

"1월에 원 포인트 국회 열어 전 의원이 소신 발언했으면"

 

 

다수의 시도지사들은 한·미 FTA에 대해 지도부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생존 전략으로서 FTA는 필요하다,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와 바뀐 게 없고 ISD 폐기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민주당이 여야 협상을 주도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협상을 통한 합의처리 도출 및 몸싸움 반대"를 피력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됐다, 이런 상태를 잘 고려해야 한다"며 사실상 FTA 찬성을 입장을 보인 박준영 전남지사는 "FTA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게 농축수산업 분야인데 대책을 잘 세워 FTA를 질서있게 하면서 보완하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FTA는 국가 발전에 관한 것으로 개방통상 전략 자체가 선이냐 악이냐, 이분법적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며 "다만 보완책을 얼마나 마련됐느냐가 중요한데 이 정부 들어와서 감세나 복지 정책 후퇴 상태에서 FTA를 밀어붙이면 그야말로 큰 악영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SD에 대해서도 "ISD는 우리 정부 정책의 품질을 높이고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서 논의해야 한다, 모든 조항 하나하나를 가지고 찬반과 선악의 문제로 놓고 보면 안 된다"며 "모든 나라와 ISD를 맺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ISD 폐기가 아닌 ISD 수용을 전제로 한 정부 정책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12월에는 민생과 예산에 집중하고 1월에 원 포인트 국회를 열어 전 의원이 소신 발언하고 표결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문순 강원지사는 "10+2 재재협상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당론이 바뀌는 얘기가 나오느냐"며 당론 고수 입장을 밝혔다.

 

"통합 논의, 절차 무시한 채 진행...당원들 불만"

 

시도지사들은 야권대통합의 큰 대의에는 뜻을 함께 했지만 '절차적 정당성'이 갖춰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당내 의견부터 수렴해서 당원들의 뜻이 무엇인가를 정리해서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현재는) 절차를 무시하다보니 당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며 "전당대회, 대의원대회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역시 "야권통합은 해야 하지만 절차의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해 당헌·당규에 따른 통합 논의를 강조했다.

 

"민주당 딱지를 떼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송영길 인천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통합 원칙에는 찬성하는데 민주당의 법통을 계승하는 차원의 통합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시장 역시 투명한 절차 속에 통합 논의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충남지사만이 "김대중 대통령 이후 야권의 연대와 단결을 통해 수권정당으로 나가자는 정신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당 지도부 흐름에 동의한다"며 지도부의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신당창당은 코끼리 해체해 개구리 주는 꼴"

 

 

이 같은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불만은 시도지사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연석회의 자리에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당원을 무시하고 권한 없이 신당을 추진하는 분들은 탈당하라"며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적법 절차를 밟지 않는 통합은 민주당을 소멸시킨다"고 쏘아 붙였다.

 

이어 "현 상황에서 신당 창당은 '그때 그 사람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기득권 확보를 위한 고도의 헌신적 행위로 코끼리를 해체해 개구리 입에 넣어주는 꼴"이라고 맹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에 부딪힌 민주당은 당 전대를 열어 합당에 대한 의결 후 통합 전대를 여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관계자는 "통합전대를 열 경우, 민주당 대의원들이 먼저 합당에 대한 의결을 하고 통합 전대를 치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대표도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연석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정치 행위라는 게 소통을 다 하고 추진하는 방법도 있고, 어느 정도 일을 진행시키면서 절차와 순서를 밟는 경우도 있다"며 "야권통합 상대에 대한 배려와 전략적 측면에 있어 후자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소통이 미흡한 것처럼 보인 데 대해 안타깝고 앞으로 최선을 다해 당의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야권 대통합#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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