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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가 기밀을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로 수감된 브래들리 매닝(24세, 이하 매닝) 일병이 체포된 지 19개월 만에 법정에 서게 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12월 16일 매닝에 관한 청문회를 메릴랜드에서 열 예정이다. <가디언>은 매닝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쿰스가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매닝은 이라크에서 미군 정보분석병으로 복무하던 중 2010년 5월 체포됐다. 매닝은 미군 헬기가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을 쏘는 영상 및 미국 외교 전문 25만여 건 등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12월 16일에 열리는 청문회는 매닝을 정식 군사재판에 회부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다. 다시 말해, 공판 전에 이뤄지는 '사전 심리'다. 청문회는 5일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 심리이기는 하지만, 군 검찰과 매닝의 변호인 측이 각자 논거를 제시하며 처음으로 맞부딪치는 자리라는 점에서 청문회의 의미는 작지 않다. 군 검찰과 매닝의 변호인 측이 청문회 자리에 증인을 부르고 반대 심문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닝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쿰스는 청문회에서 나오는 증언들을 이후 재판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 검찰은 매닝이 위법 행위를 했다고 "믿을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음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군법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군 청문회에서 증거에 관한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보도했다.

 

해군 출신으로서 현재 군사법정에서 민간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필립 케이브는 청문회 이후 매닝에 관한 정식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닝이 (정식) 재판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매닝은 다수의 국가 기밀을 취득해 '인가받지 않은 단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서 '인가받지 않은 단체'란 위키리크스를 말한다. 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매닝은 최대 52년형을 받을 수 있다.

 

매닝은 "적을 도운"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것이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사형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군 검찰이 매닝을 사형시키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감옥에 가둬두는 방향으로 구형을 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지자들 "매닝은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가장 중요한 내부 고발자"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매닝의 지지자들은 청문회장 밖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지자들은 매닝을 반전과 정보 자유의 옹호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닝의 지지자 중 한 명인 제프 패터슨은 매닝에 관한 청문회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환영했다. 제프 패터슨은 매닝이 그동안 법적으로 어중간한 상태, 즉 법적 절차가 정식으로 시작되지 않아 항소할 수도 없는 상태로 구금돼 있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브래들리 매닝을 겨냥한 기소에 항의할 것이다. 만약 매닝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의 출처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매닝은 우리에게 영웅이다. 매닝은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가장 중요한 내부 고발자다."

 

지지자들은 매닝이 체포된 후 '전쟁 범죄를 밝히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구호 아래 매닝을 돕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돈을 모으는 한편 '매닝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사회를 정면으로 비판해온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도 매닝을 지지한 사람 중 하나다. 마이클 무어는 2010년 8월 매닝을 변호하는 데 써달라며 5000달러를 기부했다. 마이클 무어는 "매닝이 용기 있고 애국적인 일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0년 8월은 외교 전문 25만여 건이 공개되기 이전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쟁 관련 기밀이 드러나 미국 정부가 곤혹스러워하던 때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불렸던 내부 고발자 대니얼 엘즈버그도 매닝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니얼 엘즈버그는 1971년 베트남전쟁에 관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펜타곤 페이퍼') 7000여 쪽을 <뉴욕타임즈>에 제공해 미국 정부의 위선을 폭로했다. 대니얼 엘즈버그는 매닝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브래들리 매닝에 대한 기소는 비밀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박을 기소한 것과 같다. 매닝은 미국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정부와 기업 파트너들의 불법을 폭로해 기소됐다."

 

매닝은 현재 캔자스 주의 포트 리븐워스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콴티코 해군 기지에 갇혀 있었다. 매닝은 콴티코 해군 기지에 있을 때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그들은 매일 밤 내 알몸을 빤히 쳐다본다" 참조>). 매닝의 변호사는 포트 리븐워스로 옮겨진 후 매닝에 대한 처우가 나아졌다고 밝혔다.

 


#브래들리 매닝#위키리크스#내부 고발자#대니얼 엘즈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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