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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문제를 논의하는 '정책의총'을 열겠다고 의원들을 모은 뒤 기습적으로 한미FTA비준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당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자기 당 의원들에게까지 의총 중간에 '강행처리' 계획을 밝힐 정도로 보안유지에 성공함에 따라 야당 의원들은 '뒷북'을 면치 못했다.

 

이들은 바로 본회의장 농성에 들어갔으며, 지도부는 본회의장 앞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헌법소원 제기, 촛불시위 등 '한미FTA 비준 무효화 투쟁'을 선언했다.

 

침통한 표정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의회쿠데타'로 규정한 뒤 "쿠데타를 막아내지 못해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 비준안 통과는 무효"라며 "이 시각부터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FTA 비준안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정권 아래서 무효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저희가 정권교체를 통해서 한미FTA 무효를 선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 정권은 한미FTA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대법관 임명 동의안까지 함께 처리하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마지막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법을 무시하고 국민을 짓누르는지 여지없이 보여준 폭거"라고 강조했다.

 

"ISD가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 무력화하는 게 핵심문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가 재벌규제와 경제민주화의 근거인 헌법 119조 2항(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을 무력화시킨다는 문제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FTA가 헌법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을 실질적으로 무력화 한다는 것이 우리가 제기한 핵심 문제였다"며 "ISD(투자자국가제소제)가 이 조항을 무력화 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에 ISD부터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에서 한미FTA는 재협상과 재논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강행처리가) 저한테 통보된 시간이 오후 3시 20분이었다"며 "그리고는 이렇게 기습적으로 강행한 날치기는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절차적 위법"이라고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은 소송을 통해 무효임을 확인 받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도 한미FTA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투쟁해서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다수 의석을 만들어서 그 힘으로 FTA 재협상을 통해 ISD를 폐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냥 날치기 아닌 속임수, 사기 날치기... YS도 '노동법 날치기'로 무너졌다"

 

권영길 민노당 원내대표는 이번 강행처리를 김영삼 정권시절인 1996년 12월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에 비유했다.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이었던 권 원내대표는 "(1996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밤이 넘어간 새벽에 신한국당 의원들은 숨어서 국회에 들어와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만세 부르고 나갔는데 그게 김영삼 정권의 무덤을 판 것이었고, 이를 계기로 김영삼 정권이 무너졌다"며 "2011년 11월 22일 오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스스로 무덤을 팠고, 오늘의 이 기습 날치기가 이 정권에 무덤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날치기는 그냥 날치기도 아니고 속임수, 사기, 기습 날치기였다"며 "이런 국회가 있어서 뭐하냐"고도 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박희태 국회의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신묘 5적'이라고 비판한 뒤 "헌법재판소에 한미FTA 위헌 심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와 미국 의회도 똑똑히 들어야 한다"며"오늘 과정은 한국 국민의 의사가 아니며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해 효력 정지 시킬 것이고 정권 교체 통해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한미FTA 파기를 선언하겠다, 한 쪽에서 파기선언하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후 7시 여의도에서 국민들과 함께 한미FTA 무효화 촛불시위를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민주당 지도부 비판 목소리도

 

이어 조승수 무소속 의원은 "18대 국회는 오늘로 끝이다. 이제 우리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후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것 뿐"이라고 했고, 본회의장에 최루가스를 살포하기도 했던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폭탄이라도  있으면 한나라당 일당 독재 의회를 폭파해버리고 싶다. 경제주권, 사법주권을 무너뜨리는 독약으로 가득 찬 한미FTA를 통과시킨 정부와 한나라당을 국민의 힘으로 응징, 심판해달라"고 했다.

 

한편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전략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도부의 기자회견에 앞서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민주당 의총에서 박지원 의원은 "한나라당이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모르고 뭐한 것이냐"며 "지도부는 책임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관 인준 투표도 진행하게 놔뒀다"며 "대국민 사과를 똑똑히 하라"고도 했다.


태그:#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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