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방식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12월 17일 민주당 전대에서 통합을 의결한 후 새 당헌·당규에 따라 1월에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중재안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중재안이 제시됐고, 다수의 의원들이 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이 끝난 직후 이용섭 대변인은 "많은 의원이 중재안에 찬성해 중재안으로 결론이 날 여지가 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재안은 지분 나누기는 없어야 한다는 '원샷 통합전대파'의 안과, 당헌·당규에 충실하자는 '민주당 단독전대 후 통합파'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손학규 대표쪽 관계자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는 지난 의총에서 3안이 대다수의 의견으로 제출됐고 이걸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며, 중재안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민주당 단독전대를 주장해 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재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단독전대파 "언론에서 우리를 반통합파라고... 우리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원외지역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한 '단독전대파'는 전당대회 요구서 제출 의사를 접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의원 1만 2000여 명 중 5400여 명의 사인을 받아 민주당 단독전대 소집 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석 부천 원미갑 지역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재안은 꼼수다, 전대에서 지도부도 안 뽑고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게 말이 되냐"며 "당헌·당규를 따라야 한다, 내일 전대 요구서를 제출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서 우리를 반통합파라고 하는데 이것은 도둑놈을 옹호하고 도둑맞은 사람을 욕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몰리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몰리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통합 전대파'와 '선 민주당 단독전대파'의 의견을 절충시킨 중재안이 등장한 현 시점에서 단독전대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중재안을 제시한 신기남 전 의원은 27일 '박지원 의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선통합 후 경선 방안에 합의를 이루자, 이제 대승적 결단을 할 때"라며 "단독전대 소집을 강행한다는 것은 당을 분열시켜서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독선이고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역주행"이라고 못 박았다.
신기남 "국민의 뜻 거스르는 역주행", 박지원 비판
이러한 상황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지도부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당 대표는 당원이 뽑아야 한다, 저쪽은(통합전대파에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당헌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박 전 원내대표는 "서울대 총장을 고대 교수가 뽑을 수 없다"는 '당원주권론'을 얘기해온 바 있다. 중재안은 일단 검토하겠지만, "당 대표 선출방식에 대한 인식차가 좁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합파 측 관계자는 "당헌·당규를 따르는 중재안으로 당론이 좁혀지면서 단독전대(투샷)파의 명분이 사라졌다, 단독전대(투샷)파가 중재안을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만일 반대한다면 그동안 당권주자들이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던 게 거짓이 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당원 경선' 주장에 대해 "서울대는 행정을 하는 곳이지만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에서 국민이 당 대표를 뽑는 게 맞다, 서울시장 후보도 시민이 뽑지 않았냐"고 잘라 말했다.
지도부는 중재안의 등장으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초 약속대로 12월 17일 통합전대를 치르려면 당장 중앙위원회를 열고 통합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야 하는 반면, 12월 17일 전대를 통해 통합을 의결하고 통합전대를 그 후에 치르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지도부는 일단 당권주자들을 두루 만나며 당 내 의견을 모으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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