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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9일. 이날로 경산삼성병원 해직자들의 투쟁이 벌써 555일이 되었다. 해직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간지는 이제 14일째가 되었다. 오늘도 그들은 자신들의 정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투쟁을 이어 나가고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29일에도 오후 6시가 되자 어김없이 경산삼성병원 해직자들의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다. 해직자들은 투쟁을 외치고 싶어도 투쟁 구호를 외칠 수 없다. 경산삼성병원은 해직자 대상으로 업무방해 가처분을 신청하였고, 10월 21일 대구지방법원 제20민사부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해직자들은 시간이 되자 다시 하나둘 모여 경산삼성병원 입구에 허술하게 만들어 놓은 단식농성장 앞의 길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고 문화제에 참가하였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해직자와 그 가족 이외에도 여러 단체에서 연대로 참여하였다. 지역의 민주노총 상근자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당원, 대학생 등 다양한 단체에서 해직자와 연대하며 촛불을 들고 그들의 복직을 염원하였다. 민주노총 제주지부에서도 연대하고자 찾아올 예정이었으나 짙은 안개로 인한 비행기 결항으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민주노총 경북지부 최일배 사무장은 해직자들을 격려하며 "투쟁을 외치던 사람들이 복직한다면 그 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단지 정든 직장에 돌아가 일하고 싶을 뿐이다. 끝까지 투쟁하여 그곳으로 돌아가자"고 힘주어 말하였다.

 

또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양태근 지회장은 "경산삼성병원과 KEC 모두 장기투쟁이다. 우리는 잃을 것도 없는 노동자로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우리 모두 경산삼성병원 해직자와 연대하여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해직자에게 작은 희망이 찾아오기도 하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비정규직노조 박소영 노동자국장은 "대구 동산병원에서 있었던 영양사들의 투쟁이 지역 연대의 도움으로 드디어 타결되었다. 경산삼성병원도 지역 연대와 힘을 합하면 뜻하는 바가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단식농성 중인 동지들이 쓰러지기 전에 되었으면 한다"며 해직자들을 격려하였다. 해직자들과 연대한 다양한 인사들의 자유발언이 끝나고 짧은 촛불문화제는 마무리되었다.

 

 

경산삼성병원은 원래 경상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병원은 경상북도 경산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상병원의 운영주체였던 성경의료재단에서 공금 횡령 등 여러 비리 사건이 터졌고 악재가 겹치면서 법정관리를 받다가 결국 2010년 2월 8일 부산지방법원 민사합의 12부는 성경의료재단의 파산을 선고하였다.

 

현재의 경산삼성병원은 2011년 3월 의료법인 근원의료재단이 경상병원을 인수하고 지금의 명칭으로 개칭하여 개원한 것이다. 경산삼성병원은 개원하면서 의료연대노조 경상병원분회와 '고용보장합의서'를 작성하고 해직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하였으나 제대로 이행이 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경상병원이 폐업하면서 해직된 노동자 208명 중 60여 명만이 복직되었으며, 이외에 병원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은 전원 신규채용을 한 것이다. 또한 복직자와 신규채용자 모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이전에 비하여 고용의 질적 측면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 측은 약속한 고용보장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병원 측은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응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노조 측에 대한 병원 측의 대응이다. 병원 측은 현재 갈등상황을 겪고 있는 노조가 원래는 경상병원의 노동자들의 조합이라는 점을 들어 노동조합으로서 제대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노사간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병원 측의 태도는 이전까지 있었던 용역 동원에서도 잘 나타난다. 노숙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상대로 용역을 동원하여 몰아내려고 하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던 것. 노조원과 용역의 대치 상태는 올해 6월경까지 계속되다가 현재까지는 조용한 상태이다. 당시에 노조원과 대치하던 용역들이 유성기업의 파업과 맞물려 인력이 차출되면서 대치 상황이 풀린 것이다.

 

또한 용역업체 관리자의 수첩을 통해, 병원 측이 용역을 동원하면서 지불한 비용, 노조 지도층의 처리 방법 등이 폭로되었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기자회견 등 언론으로 대응하였고, 상황은 병원과 용역 측에 불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용역 관리자의 수첩에 메모된 내용을 통해 경상병원분회장, 조합원, 경북일반노조 부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점유이탈물 횡령, 교통사고, 폭행, 성매매, 강간, 방화 등 상해를 입히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노조와 대치하던 용역은 물러났고 현재 노조는 입구에 컨테이너 구조물, 간이 단식농성장을 설치하고 노숙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경상병원분회에서는 앞으로도 병원 측에 고용승계 약속 이행 및 경영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대화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며, 오는 12월 7일 대규모 집회 등을 열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임을 강조하였다.


태그:#경산삼성병원, #대구경북, #복직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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