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도지사 안희정)가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구에 따라 내년도 충남도의원 의정활동비 인상 조례가 지방자치법에 위반된다며 충남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재의'는 의결된 안건에 대하여 다시 심사·의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에 따라 주민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충남도와 충남도의회의 행정 및 의정 역량이 의심받고 있다.
충남도는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구에 따라 29일 충남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의정비인상안 처리과정에서 도 집행부의 정책판단과 행정력 발휘에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충남도의정비심의위원회가 법령에 위반된 인상안을 결정했는데도 충남도에서 법률적 검토나 조정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도의회가 잘못된 조례개정안을 의결하도록 했다는 것.
게다가 충남도는 의정비심의위원회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한 목소리로 지방자치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이를 귀 담아 듣지 않았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의정비심의위원회와 도의회 의정비 인상 결정은 무효라며 행안부에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반발해 왔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25일 충남도의회의원 의정활동비 인상 조례와 관련 충남도지사에게 재의를 요구하고 "조치 후, 그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의정비심의회가 지방의원 의정비를 결정할 때에는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그 결과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며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의정비 결정은 주민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하며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근거로 내년도 의정비를 인상하기로 한 조례 역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충남도의정비심의회는 지난달 24∼25일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의정비 2.3% 인상안(120만 원)을 놓고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잠정액이) 높다'는 응답이 66.7%로 나타났다. 도민들은 또 현재 도의원들이 받고 있는 의정비에 대해서도 54.9%가 '높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내년도 의정비를 잠정안(2.3%)보다 3.4%(180만원) 많은 5424만 원으로 결정했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김지훈씨는 "충남도는 우리단체가 의정비심의회의 결정은 지역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법령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아무런 정책조정력을 발휘하지 않고 사안을 방치했다"며 "안희정 지사를 비롯 충남도 공무원들의 직무수행과 역량에 한계를 보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충남도의회는 법령위반 우려를 잘 알면서도 의정비인상안을 의결했다는 점에서 충남도와 함께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의회 의사계 관계자는 "어제(29일) 충남도로부터 재의요구가 접수됐다"며 "도의회 차원에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서울지역 모 구의회의 의정비인상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반영한 것이지만 심의회의 의결절차가 형식적이고 실질적으로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며 "이에 따른 조례는 무효이고 무효인 조례에 따라 의원들에게 지급된 월정수당은 부당이득"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