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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님. 공 작가님의 김연아 선수 비난이 빚은 한바탕 소동을 지켜봤습니다. 며칠 간, 인터넷은 말 그대로 또 다른 '도가니'였지요. 그 소동에서 마음고생을 하셨을 공 작가님에게 우선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트윗 소동'에 공지영 작가님의 실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김연아 선수를 비난해 논란을 키운 점, 더욱이 이 비난이 자기모순에 해당한다는 점, 그런 자기모순이 따뜻한 진보의 기치와 맞지 않는 점 때문입니다.

 

본질은 <조선>의 '김연아를 이용한 낚시'

 

공지영 작가님, 우선 왜 이런 소동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12월 1일, 종편 개국 방송에 안철수, 박원순, 김연아, 박지성 등 많은 공인들이 축하인사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많은 공인들 중 유독 김연아 선수에 큰 비난을 가했지요.

 

 

<조선일보> 1면 기사로 나온 'TV조선 오늘 개국... "9시뉴스 앵커, 김연아입니다"'가 도화선이었습니다. 평소, '종편'에 반감을 가져온 많은 이들에게, 이 기사는 논란이 됐습니다. 여기에 공지영 작가, 허아무개 기자는 트윗 멘션으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지요.

 

'연아 아줌마가 너 참 예뻐했는데 네가 성년이니 네 의견을 표현하는 게 맞다. 연아 근데 안녕!' (공지영 작가. 트위터 멘션글)  

 

'뭐지 김연아씨. 그냥 인터뷰가 아니라. TV조선 9시 뉴스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소개하는데요.ㅠ' (허아무개 기자) 

 

두 공인의 트윗글은 단지 사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이번 소동의 본질은 <조선일보>의 과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소속사 측(올댓스포츠)은 즉각 보도자료를 냈지요. 보도자료 제목이 '김연아 종편 채널 앵커기용설 어이없다'였습니다. 올댓스포츠가 보도자료에 당혹스러운 감정을 직접 표현할 만큼, TV조선 홍보에 이용당한 것이 '팩트'였습니다.

 

이번 논란은 결국, 첫 방송부터 낚시를 했던 TV조선과 <조선일보>의 폐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1일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의 한 마디는 사건의 본질을 알 수 있는 죽비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말 몇 마디 한 것을 두고 TV조선 앵커가 됐다고 과장하고 왜곡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떤 보도를 할지 알 수 있다. 여론다양성이 말살되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것"

 

 

하지만 분노한 여론은 TV조선이 아닌, 애꿎은 김연아 선수에게 향했습니다. 제가 염려되는 것은, 앞으로 종편의 이런 행태로 인해 피해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피해자는 김연아 선수였지만, 내일의 피해자는 당신이 될 수 있습니다. 내일 모레는 공지영 작가님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때마다 마녀사냥을 하실 건가요? 문제는 '종편' 인데요.

 

'연아 근데 안녕!', 공지영 작가님의 자기모순

 

우선, 이 논란은 시작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법의 탄생과정 또한 '날치기'로 점철됐기에, 종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종편 '자체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과 공인의 '종편 인터뷰 출연'를 비난하는 것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균등성'을 중요시하는 정치권 인사와 유명 스포츠 스타의 종편 인터뷰는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들의 경우, '거부하는 것'이 또 하나의 불평등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기모순'의 덫에 빠진 것은 아닌가 자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공지영 작가님은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된 후인 2011년 9월에도 <여성조선>과 함께 지리산 행복여행을, 동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 이유가 있으실 테니, 설익은 비난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인터뷰가 TV조선 종편에 홍보로 이용된다면, 참 당혹스러운 상황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피해를 지금 김연아 선수가 받고 있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공지영 작가가 트윗 멘션으로 남긴 김연아 선수 비난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지영 작가님의 22살은 어땠나요?

 

종편 채널에 관심 없지만, 저는 이 문제 때문에 TV조선의 9시 뉴스를 지켜봤습니다. 지켜본 김연아 선수의 종편 출연은, 그저 5분 내외의 '짧은 인터뷰'였습니다. 안철수, 박원순, 박지성 선수의 축하메시지처럼, 같은 차원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등한 인터넷의 비난 여론은 무엇 때문일까요? 

 

"공지영 작가님과, 여러분의 22살은 어땠나요?"

 

저부터 이야기 하겠습니다. 저의 22살은 열정적 진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한 대학의 전대기련(전국대학생기자연합) 소속 학보사 수습이었지만, 대학생들의 시위를 취재하는 게 싫어 그만둘 만큼, 진보에 열정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공지영님의 22살도 ('대학시절에는 학생운동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동정적이던 '동조파')였다고 알고 있습니다(<여성조선> 2007.1 기사 인용). 그런 공지영 작가님이 지금 여러 진보 운동에 전면 나서고, 제가 부족하나마 'FTA'를 까는 것, 그것이 누군가의 강요 때문인가요?

 

아니겠죠, 진보는 강요가 아닌,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열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진보가 22살의 김연아 선수에게 정치색을 강요하는 모습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입국 4개월 차' 김연아 선수에게 정치를 투영하는 것은 욕심

 

김연아 선수는 이제 갓 성년이 된 한국 사회 초년생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전념했고, 올림픽 이후에도 캐나다, 미국에서 전지훈련 생활을 하다가. 올 시즌에야 '휴식'을 위해 한국에 있습니다. 귀국한지 불과 4개월, 남짓한 선수입니다. 그런 '입국 4개월차', 선수에게 정치를 투영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취재를 하다 보면 이래저래 김연아 선수를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수많은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22살 어린 선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번은, 훈련에 집중하며 달리기를 하고 있는 선수에게 10명이나 되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사인을 부탁한 경우도 봤습니다. 그럴 때에도 싫은 내색도 못하며 사인을 해 주는 선수입니다.

 

"전 항상 괜찮아요.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김연아. 2010.4월 <한밤의 TV연예> 인터뷰중)

 

연아선수, 대한민국의 '행복한 사람' 되길 바랍니다!

 

이번 종편 개국 방송사들은 김연아 선수에 대한 배려가 없었습니다. 뻔히 파장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홍보에 이용했던 종편방송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듭니다. 결국 무리한 요구를 한 종편 방송은 홍보적인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김연아 선수가 짊어지고 말았지요.

 

공지영 작가님은 '김연아 비판, 내 딸이 나갔어도 똑같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신랄한 비난도 사랑의 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책을 감명깊게 읽은 저는 '연아 근데 안녕!'이란 냉소적 말 대신, '연아선수! 안 괜찮은데, 괜찮은 모습하기 힘들죠? 기운내세요'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 엄마 친구가 그러더라. 인생의 길을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이 세 가지 질문을 하면 된다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너의 길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것이다 80P>

 

저는 그냥 김연아 선수가 지금과 같이, '순수한'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정치적 입장이 적은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다 간간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든, 보수든 용기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공지영 작가님의 따뜻한 책 <네가 어떤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맞는 기치가 아닐까요.

 

22살의 어린 선수에게 '종편 방송과는 인터뷰도 하지마'라는 힘든 결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보수언론의 홍보에 이용당한 선수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것이 진보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공지영 작가님. 적어도, 연아 선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 한 마디쯤은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김연아#공지영#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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