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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지난 1일 2011 전국학업성취도평가(이하 일제고사) 결과를 정부종합청사가 아닌 자율형공립고인 구현고에서 호기롭게 발표했다.

교과부의 발표는 "보통학력이상 증가, 기초학력미달 감소 등 학력의 전반적 상승",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의 학력 상승", "지역별, 계층별 학력 격차 해소"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MB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 자료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향상도 우수 100대 학교'의 실명을 공개했다.

그렇다면 이번 교과부의 자신만만한 일제고사 결과 발표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

'향상도 우수 100대 학교' 누락 논란... 결과 신뢰할 수 있나?

교과부 발표 '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일부. 전국적으로 자율형사립고의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사상 최초로 동양고는 퇴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자율형사립고의 성적 향상도가 가장 높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결과 발표가 있었다. 정말 그럴까?
 교과부 발표 '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일부. 전국적으로 자율형사립고의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사상 최초로 동양고는 퇴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자율형사립고의 성적 향상도가 가장 높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결과 발표가 있었다. 정말 그럴까?
ⓒ 김행수(교과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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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B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인 자율형사립고가 정부의 기대와 달리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의 동양고, 용문고 등을 비롯하여 대구, 광주, 전북 등 전국적으로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그나마 정원을 채운 학교들도 대부분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턱없이 낮아졌다.

서울의 동양고는 지원자가 사실상 '0명'으로 자율형사립고 사상 최초로 퇴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용문고 등도 부실기업에나 사용되는 용어인 '워크아웃' 대상이 되어 동양고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고사 결과를 발표하는 교과부 장관과 관료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 발표 장소는 서울의 자율형공립고인 구현고였다. 일제고사 평가 결과 발표가 자립형사립고 미달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자율형공립고에서 이루어지면서 자료 자체의 객관성과 신뢰성 여부와는 별개로 발표 시기와 장소를 두고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 교과부는 이번 발표에서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은 높아졌고, 기초학력미달의 비율은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현장 교사들은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성적 향상 여부를 증명하기 힘들다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교과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성적향상 상위 100대 학교'에 대한 분석도 신뢰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교과부가 발표한 '향상도 우수 100대 학교' 명단에는 없지만 이들보다 훨씬 높은 성적 향상도를 기록한 학교들이 무더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밝혀졌다. (참고 기사 :"일제고사 신뢰 '흔들'... '100대 학교' 누락 많아")

게다가 100대 학교 명단에 포함된 일부 학교들은 부정행위 의혹까지 제기되어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2009년 일제고사에서 초등학교 6학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고 보도됐다가 허위보고 사실이 드러났던 '임실의 기적'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자율형사립고 성적향상도가 가장 높은 게 맞아?

<2011년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향상 100개교 중 자율형사립고 현황(전국)>. 성적향상이 자율형사립고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하는데 상위 100위 안에는 자율형사립고가 6개뿐이다. 그나마 4개는 기존 자립형사립고가 전환한 것이고, 실제 순수한 의미의 자율형사립고는 2개밖에 없다.
 <2011년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향상 100개교 중 자율형사립고 현황(전국)>. 성적향상이 자율형사립고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하는데 상위 100위 안에는 자율형사립고가 6개뿐이다. 그나마 4개는 기존 자립형사립고가 전환한 것이고, 실제 순수한 의미의 자율형사립고는 2개밖에 없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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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과부의 '성적향상 상위 100대 학교'는 전문계고, 종합고와 특성화고를 제외한 1500개 정도의 일반고만을 대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교과부 자료에 의하면, 이들 100대 학교 중 설립 목적 유형별 포함 비율(전체 학교 수 대비 100대 학교에 들어간 학교수의 비율)은 "자율형공립고(9.5%), 자율형사립고 (9.3%), 일반고(6.7%), 특목고(4.8%)"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할 때 자율형사립고의 향상도 0.92%가 가장 높고, 자율형공립고 0.42%, 일반고 0.02%, 특목고 -1.03%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발표대로라면 MB정부의 학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인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는 완벽한 성공모델이어야 한다. 과연 그런가? 이 결론에도 신뢰성이 의심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국어, 수학, 영어 각 과목별로 향상도 상위 100개 학교(국영수 누적 300개, 중복 제외 186개교) 중에서 자율형사립고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성적향상 100대 학교'에 포함된 자율형사립고는 국어 해운대고, 동래여고, 세화고, 송원고 4개교, 수학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해운대고 3개교이며, 영어 과목은 한 학교도 없다.

성적향상 상위 300개 학교 중 7개, 중복 학교를 제외하면 186개 중 6개밖에 되지 않는다. 3개 과목 모두 100대 학교에 든 자율형사립고는 하나도 없으며, 해운대고만이 2개 과목에 걸쳐 있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이다.

더 웃기는 것은 이렇게 '성적 향상 100개교'에 포함된 자율형사립고의 대부분이 MB정부가 도입한 순수한 의미의 자율형사립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6개 학교 중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는 자율형사립고 이전에 이미 자립형사립고였으며, 이전부터 학생 선발권과 교육과정 편성권을 가지고 있던 학교들이다.

자신있게 발표한 성적 향상 상위 100개(누적 300개) 중에서 MB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자율형사립고는 단 3개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이번 발표 자료는 '학교에 교육과정편성 등 자율권과 선발권을 주니까 학교 간 경쟁으로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교과부의 결론을 증명하는 근거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 자율형사립고 51개 중 절반이 넘는 26개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을 분석해 보면 교과부 발표에 대한 신뢰도는 더 떨어진다.
<2011년 전국학업성취도평가 성적향상 상위 100개 중 서울 소재 학교>. 성적향상 상위 100개교에 속하는 서울의 고교 중 자율형사립고는 단 하나밖에 없다. 이러고도 자율형사립고의 성적향상도가 가장 높다고 하는 자료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2011년 전국학업성취도평가 성적향상 상위 100개 중 서울 소재 학교>. 성적향상 상위 100개교에 속하는 서울의 고교 중 자율형사립고는 단 하나밖에 없다. 이러고도 자율형사립고의 성적향상도가 가장 높다고 하는 자료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것일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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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 과목이라도 성적향상 100대고 안에 들어가는 서울 소재 학교는 중복을 포함하면 34개교(중복 제외 24개)이다. 이 중에서 자율형사립고는 세화고 1개밖에 없다. 서울 소재 인문고가 236개이고, 자율형사립고가 26개이다.(2010년 기준 13개) 그런데 성적 향상 상위 100개 안에 드는 서울의 34개 학교에는 자율형사립고가 단 1개밖에 없다(장훈고의 경우 현재 자율형사립고이지만 일제고사 대상인 2학년들은 일반인문고 학생들이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자율형사립고가 성적향상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제고사 성적, 학업성취도 아닌 '시험 준비 평가 점수'

수학능력평가(수능)라는 절대적인 시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실 고등학교의 일제고사는 학교나 학생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다.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고 수능에도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이 시험을 학생들은 대체로 귀찮아할 뿐이다.

그래서 최고의 수재들이 모였다는 외고나 과학고, 전국단위 모집 자율형사립고에도 기초학력이나 기초학력미달 학생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결과가 나온다. 문제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시험 결과를 학교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자료로 삼는 것에 대부분의 고등학교와 교사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 교과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고등학교의 성적향상도 자료 역시 이런 의미에서 거의 의미 없는 자료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변화 자료라기보다 학교에서 이 시험을 위해 얼마나 학생들을 다그치고, 학생들이 얼마나 성의있게 시험에 참가했는지를 평가하는, 소위 '응시 성실도 평가' 또는 '학교의 사전 대비도 평가'라고 하는 편이 정직해 보인다.

이런 자료를 갖고 학생의 성적 향상, 자율형사립고 효과 등으로 포장하고 있는 MB교과부는 자율형사립고와 일제고사 살리기 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태그:#일제고사, #자율형사립고, #이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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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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