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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 냉면음식점을 10년간 경영하고 있는 마흔두 살의 OOO이라고 합니다"라고 시작된 한 시청자의 전화가 MBC <100분토론>을 하루 종일 회자되게 했고, 결국 <100분토론> 사과문까지 게재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심의하기로하자 <100분토론>은 6일 밤 'SNS규제논란'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습니다. SNS 심의에 찬성하는 한 시청자는 자신이 신촌에서 냉면집을 10년 동안 운영했다면서 "음식점 방문 손님이 종업원이 욕을 했다는 거짓 정보를 트위터에 올렸고, 수만 명이 리트윗된 글을 보고 식당을 찾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방송 직후 트위터상에는 '신촌 냉면집 폐업'이라는 단어가 검색되지 않는다며 조작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100분토론> 자유게시판에도 제작진에게 해명하라는 글이 쏟아져 파문이 확산됐습니다.

 

결국 <100분토론>은 사실 확인에 나섰고, 7일 오후 시청자게시판에 공지를 올리고 "방송 직후 사실여부에 관한 의혹이 제기돼 제작진이 전화를 건 시청자에게 여러 차례 사실 확인한 결과, 해당 시청자는 '방송 중에 밝힌 사연은 자신의 익명성을 위해 윤색해 이야기한 것'이며, '사실은 서울 모처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중, 해고된 강사가 허위사실을 트위터로 유포시켜 큰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던 억울한 심경을 밝히고 싶었으나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원을 식당으로 바꿔 이야기했다'며 시청자 여러분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종일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신촌 냉면집 폐업'은 거짓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100분토론> 게시판에는 불신과 탄식, 절망이 뒤섞인 글들을 이어지고 있습니다.

 

SNS 통해 밝힌 '진실', 존재가치 스스로 입증    

 

'baraj****'는 "SNS가 아니라 <100분토론> 같은 허위사실 유포 프로그램이 규제를 받아야 할 듯. MBC 정말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hank***'는 "이전에 그 당당하던 <100분토론>이 이제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은 프로가 되어버렸다"면서 탄식한 후,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담당자 분들은 이해나 하고 있는지? 스스로 당당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네? 트위터 보니까. 내가 보기엔 더 이상 존재의 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lk934***'처럼 "기사내용만 봐서는 MBC도 피해자 아닌가요? 생방송 중에 찬반의견만 고려해서 전화연결 시청자를 선정할 건데 사전에 전화 연결자가 무슨 얘길 할 건지 일일이 다 모니터링 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맘먹고 '구라'친다면 제작진도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 아닌가요?"라며 <100분토론>도 어쩔 수 없었다는 글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100분토론>는 주제가 바로 'SNS 심의'였는데, 역설적이게도 트위터가 없었다면 그 시청자 발언이 거짓말로 확인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SNS 공간이 100%는 긍정적인 공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SNS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했습니다. SNS는 사실과 진실을 찾아내는 이 시대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까닭 때문에 이명박 정권은 더 SNS를 통제하려 하고, 조중동은 '괴담진원지'라고 맹비난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SNS 공간은 더 활성화되어야 하고, 거짓을 조작하려는 그 어떤 세력과도 맞서 당당하게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SNS가 무슨 뜻일까요. 소설가 이외수씨가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어떤 분께서 SNS가 '신촌 냉면집 사장'의 이니셜이라고 하셔서, 자판에 마시던 차 뿜을 뻔 했습니다. 번뜩이는 재치에 찬사를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100분토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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