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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아파야 제 맛?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지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도 있듯이 청춘일 때는 누구나 아픈 시기를 겪게 되고, 그 아픔을 딛고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청춘들이 너무 아픕니다.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에 비해 7.3%로 높게 나왔고, 숨어 있는 실업자 수까지 합하면 체감실업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 위한 청년들의 노력은 예전보다 더 일찍, 더 급박하게 시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표 1> 청년층(15~29세)과 전체(15~64세)의 실업률 비교(2010년) (단위 : 천 명, %)

 
청년실업률
청년실업률 ⓒ 출처 : 국가통계포털, 경제활동인구조사

 

요즈음 대학교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을 즐기기도 전에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에 몰두합니다. 캠퍼스 낭만을 찾다가 지각이나 결석을 하는 일은 예전 청춘 드라마 같이 추억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1학년 때는 놀아야 한다는 선배들의 충고는 이제 경쟁자에게 뒤처지라는 말로 들립니다. 누구나 학점관리에 열심이기 때문에 지각이나 결석으로 단 1점도 허비할 수가 없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기보다는 스펙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나 대외활동, 어학점수 올리기가 주요 활동무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랫말처럼 젊었을 때를 즐겨가면서 살아야겠지만, 마냥 즐기다 1년이라도 남들보다 취업에 뒤처졌다가는 면접관들에게 '1년 공백기 동안 어떤 스펙을 쌓았나요?'라는 질문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대학교 1학년, 새내기의 로망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요즘의 새내기들과 달리 저의 1학년 시절은 무척이나 단순했습니다. 저의 대학생활 로망 중 하나는 '카페 아르바이트 하기'였습니다. 고단했던 수능을 마치고 꿈과 열정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했던 새내기 첫날, 저의 첫 로망은 운이 좋게도 등교 첫 날 이룰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작은 카페에 아르바이트 채용 전단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들어가서 면접을 봤습니다. 카페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이 급히 필요하셨는지 저보고 당장 내일부터 일을 하라고 하셨고, 그렇게 시작한 첫 아르바이트를 통해 1년 동안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쓸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것과 학교가 아닌 다른 세계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학년, 대학생활에 꽃을 피우다

 

새내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교생활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 때문에 하지 못했던 동아리를 무려 4개나 들고, 다른 과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학교 행사에도 자주 참여하면서 대학생활을 처음으로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1학년 때 소홀했던 학점을 다시 올리기 위해 학업에도 충실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으로 장학금이라는 것을 타게 되었고, 이 시기가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습니다.

 

3학년, 나는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나?

 

나름 알차고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했다고 생각했던 저는 3학년이 되어 깨달았습니다. '나는 왜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를 1학년 때부터 하지 않았을까?'

 

이미 1학년 때부터 학업에만 충실해서 평점을 높이고, 각종 공모전을 준비하고, 2학년 때 대외활동과 해외탐방단을 하며 이력을 쌓고, 3학년이 되어 교환학생 혹은 인턴을 하며 스펙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의 단순했던 1, 2학년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름 추억과 로망이 있던 대학생활이었지만, 3학년이 된 지금, 현실은 스펙부족, 즉, 긴급 상황입니다.

 

또한 선배들을 통해 들은 면접담은 한없이 저를 작아지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면접 시 우선순위가 국내대학 우수 졸업자<해외 유학생<교포의 순서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자라서 열심히 노력해도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못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왜일까요? 물론 모든 기업의 면접이 다 저런 것은 아니겠지만,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청년들의 행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해외출신 우수자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 6시 36분,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고민한 적은 없었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학생활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첫 아르바이트를 통해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었고, 하고 싶었던 동아리를 하면서 추억도, 좋은 친구들도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3학년 겨울, 새벽 6시 36분(김난도 교수는 인생시계를 1년에 18분으로 계산했다). 인생을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청년들은 높은 학점과 어학점수, 각종 대외활동과 인턴쉽 등의 스펙의 압박 속에서 쉴 틈 없는 인생의 경주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 지체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질주합니다.

 

청춘일 때 아픈 것은 당연합니다. 그 시기는 각기 다르겠지만, 자아와 주체성,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청춘. 이들은 인생에서 시리고 아프지만 가장 뜨겁고 열렬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열되면 지쳐 타버릴 지도 모릅니다. 인생 레이스 앞에 홀로 선 청년들에게 위로가 필요합니다.


#청년실업#인생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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