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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밤 11시께 인천시 부평구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여섯 살 이희망(가명) 어린이가 혼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 발생 후 찾은 현장에는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불이 부엌 연탄보일러 인근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검 결과, 이양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70%에 달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출입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이미 이양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화재로 불탄 이양의 집.
 화재로 불탄 이양의 집.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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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의 어머니 박아무개(27)씨는 화재 발생 시간,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재 발생 후 이웃 주민과 이양 어머니의 지인들이 이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핸드폰은 숨진 이양의 옆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이날 개인적으로 쓰는 핸드폰을 집에 놓고 일을 나갔다.

"옆집에서 뭔가 타는 냄새와 '탁탁'하며 나무 타는 소리가 나서 밖을 나가보니 불이 나서 소방서에 신고했다.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계속했는데, 안 됐다. (나중에 도착한) 애 엄마는 멍하니 불탄 집만 보다가 병원으로 갔다."

이웃이 힘겹게 들려준 이야기다. 박씨와 이양은 지은 지 40년이 넘은 무허가 건물에 있는 월세 10만 원짜리 집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박씨는 생계를 위해 주로 야간에 일을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20년 전과 바뀐 게 없다... 월 5만 원과 보육료 지원이 전부

1992년 가수 정태춘은 어려운 형편의 일용직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한 사이 지하 셋방에 있던 아이들이 화재를 피하지 못해 죽은 사연을 '우리들의 죽음'이란 노래에 담았다.

당시 맞벌이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출근한 사이 불이 나 일용직 부의 다섯 살 딸은 방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아들은 옷더미 속에 코를 박은 채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20년 가량이 지난 지금도 가난 때문에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의 참혹한 죽음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박씨네는 의료급여와 보육료, 그리고 한부모가정으로 양육비 월 5만 원을 행정당국으로부터 지원받을 뿐이었다.

이양의 죽음에 대해 유해숙 안산1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고, 일부 보수 목사는 아이를 5명 낳지 않으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회적으로 책임지지 않고 개인에게 양육과 보육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반문명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지 않는 것은 인간에 대한 야만적 행위로, 빈곤계층의 이혼과 빈곤의 대물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사회의 섬세한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죽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재, #정태춘, #유해숙, #저출산, #공동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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