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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텅, 빈-- 빈

    고향 집에

    먼지 쌓인 나무마루와

    마당을 쓸며

    살아온 내 생애는

    얼마나 많은 먼지와

    쓰레기가 쌓여 있을지.

    부끄러워 힘든 줄 몰랐다.

    담 밑 장독대를 닦으며

    힘들었던 지나온 길과

    또 가야 할 생명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시간을 보았다.

    솔방울 썩은 고향냄새 풍기는

    솔숲을 거닐며

    지게 지고 논밭 길을 오가던

    아버지의 피멍 든 어깨를 보았다.

    바다의 슬픈 그늘진 파도와

    바위 위에서 어미의 힘으로

    살아보려던 어머니의 고무신을 보았다.

    양지에서 그늘처럼 살아온

    마흔. 일곱. 해

    노을빛 지는 해 앞에서

    바람 앞에서, 철없이 지내온 흔적까지

    세월 깊숙이 더럽혀진 먼지를 쓸며

    몸과 맘이 부서지도록 쓸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쓸던

    시간 속 아름답던 마당을

    마흔. 일곱. 번 쓸고 있었다.

 

 


태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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