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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이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금융자본을 조성하고 가용한 금융 서비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제공하는 윤리적인 금융을 뜻한다.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이 무담보 소액대출 방식으로 빈곤층의 자활을 돕는 것이라면, 사회적 금융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 또는 사업에 돈을 투, 융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Social Venture Capital), 사회적 파급력이 큰 문제해결 프로젝트 수행 시, 지급보증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일정한 목표 달성시 해당 수행기관에 보상을 해주는 사회혁신 채권(Social Impact Bond), 유럽의 트리오도스(Triodos) 은행처럼 수신(예금)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한 후 지속가능한 사회적 사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은행(Social Bank)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 금융 혹은 기관이다.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 홈페이지
▲ Triodos Bank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네덜란드 트리오도스 은행 홈페이지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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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어떤 지방정부가 취약계층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 주려 한다고 하자. 정부는 건설회사에게 집을 짓게 하고 분양가의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 예산(보조금)을 통해 공공 과제를 수행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만일 경기 악화로 정부 세수가 줄어들어 더 이상 재정 보조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주택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낡은 주택을 수리하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먼저 공모를 통해 이 사업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사회적기업(혹은 마을 기업)을 선발한다. 정부는 당장 재정적 지원이 힘든 상황이므로 채권(지방채)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자금 대출시 지급보증을 해줌으로써 당장 재원이 없더라도 주택 수리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기업은 은행 융자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고 사업이 완료된 후 정부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은행 융자를 갚으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증권이 바로 사회혁신 채권(Social impact bond)이며,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 3섹터 기관들에게 자금을 융자해주는 곳이 사회적 금융기관(은행)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사회 개발 펀드(Community Development Fund), 벤처 자선투자, 사회적 증권거래소 등 비영리 단체나 사회적기업들을 위한 이른바 사회적 자본시장(Social Capital Market)은 최근 그 범위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1968년에 설립된 사회적 금융의 개척자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은 트리오도스 혁신펀드(Triodos' Innovation Fund)라는 투자상품을 개발해 유기농 식품, 공정 무역, 재생 에너지 등 주로 '착한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에게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들 사회적기업이 자본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에섹스(Ethex)라는 주식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투자회사 빅인베스트(BIG invest)는 사회적 기업과 지역사회개발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대출을 해주는 기관으로, 빅이슈(Big Issue)를 포함하여 많은 사회적 기업들에게 지금까지 총 350만 파운드의 자금을 지원했다. 미국의 칼버트 재단(Calvert Foundation)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투자어음(Community Investment Note)을 발행하고 있으며, 온라인 거래방식을 통해 지금까지 총 1억 달러의 자금을 출연 받아 취약지역 개발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 성향 및 자본 성격에 따른 사회적기업 투자자금 형태 분류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2004)
▲ 사회적기업 자본시장의 유형 투자자 성향 및 자본 성격에 따른 사회적기업 투자자금 형태 분류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2004)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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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떠한가? 사회적 기업 숫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투자시장(Social investment market)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외계층에 대한 시혜성 공여를 포함하여 제 3섹터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대부분 직접 인건비 등 소모성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어 투자자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당연한 말이지만, 착한 사업을 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친구,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적은 자본금(Seed money)으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회적기업가라 하더라도 창업 이후 단계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 위험을 감수할 투자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어려움은 사회적 경제 선진국인 영국 등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시장이 잘 발달된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다수 사회적기업들이 전통적인 자금 조달방법 중 비영리적 방식(무상 지원 및 기금 조성)과 영리적 방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및 대출) 사이에 존재하는 자본 공백의 틈새(Capital gap) 사이에서 힘겨운 전투를 치루고 있다. 혹자는 뛰어난 경영 실적을 이루어내어 시장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성과 모두를 달성해야 하는 사회적기업가들에게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달성하는' 작업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서는 영국의 캐머룬 정부가 큰 사회(Big society)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1조 원 규모의 제 3섹터 전문 투자기관(Big society capital)을 설립하였듯이, 이제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경제의 성장.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이 조성될 수 있도록 금융거래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 사회적 금융의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를 통해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한다. 

새로운 금융거래 질서란, 영리 금융기관도 수익만 쫒을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의 일정 부분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에 '의무적으로' 투, 융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 사회적 기업에 투자할 때에는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인 만큼 투자수익률을 낮게 바라보도록 하고, 그 반대급부로 세금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 진정한 '투자'란 개인적 이익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기와 탐욕에 찌든 악마의 금융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가진 착한 금융은 언제쯤 우리 곁에서 금융 본래의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회적경제 리포트(2011.12.1-12.8)에 실렸습니다.



태그:#사회적금융,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착한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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