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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매자 교수님의 춤 추는 모습.
 김매자 교수님의 춤 추는 모습. ⓒ 박현국

12월 10일 교토조형예술대학 교토예술극장 춘추좌에서 김매자 교수 및 (사)창무예술원-창무회 초청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교토조형예술대학 무대예술연구센터(센터장 : 와타나베 모리아키, 渡邊守章) 주최로 열렸는데, 이튿날에는 김매자 선생님의 무용을 중심으로 '한국 무용에서의 전통과 현대'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김매자 선생님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한국 무용을 가르쳐왔고, 1976년에는  (사)창무예술원-창무회를 조직하여 한국 전통무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창작 및 공연활동을 해왔습니다.

 

김매자 선생님을 비롯한 창무회는 외국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초청공연을 해왔습니다. 해외 초청 공연을 통하여 한국 무용의 정수를 해외에 알리고, 한국 예술의 본질을 적극 홍보하여 많은 연구자와 무용 안무가들에게 많은 찬사와 한국 예술에 대한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김매자 교수 및 (사)창무 예술원- 창무회 초청공연이 열린 교토조형예술대학 안에 있는 교토예술극장 춘추좌의 밤과 낮 두 모습.
 김매자 교수 및 (사)창무 예술원- 창무회 초청공연이 열린 교토조형예술대학 안에 있는 교토예술극장 춘추좌의 밤과 낮 두 모습. ⓒ 박현국

해외에서 한국 무용에 대한 찬사와 관심은 아직 한국 전통무용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국내에 한국 무용의 가치와 진수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국 전통 무용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살풀이', '춤본2', '신명', '빛' 등 네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살풀이는 무속 춤으로 사람이 운명적으로 맺힌 악귀와 액을 몰아내는 굿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러 무용수가 등장하여 신문지 꽃을 만들어 객석에서 올라오면서 춤이 시작되었습니다. 신문지는 세상의 온갖 뉴스와 잡스러운 소식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을 꽃으로 만들어 객석의 잡귀와 액을 몰아서 맺힌 한을 풀어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번째 '춤본2'는 우리 무속음악과 바흐의 <마태의 수난곡>을 반주 음악으로 무용수 여러 명이 나와서 두 부분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동작을 보여주고 다시 합해지고 나누어지는 춤사위를 보여주었습니다.

 

  예행연습에서 무용단 회원들이 각자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예행연습에서 무용단 회원들이 각자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 박현국

세 번째 춤 '신명'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새롭게 만든 창작 무용입니다.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름다움입니다. 소설책은 재미가 있어서 읽습니다. 옛날 이야기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기억되고 구연되고, 전승됩니다. 춤판, 놀이판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재미가 있고, 신바람이 나고, 신명이 나기 때문입니다.

 

신명은 우리 춤이나 예술이 추구해온 근본적인 흥입니다. 이 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위나라 진수가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쓰인 대로 부여의 영고, 고구려 동맹, 예의 무천, 삼한의 제천행사 등의 기록대로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노래와 춤과 술을 좋아했고 즐겨했습니다.

 

우리 춤, 한국 전통무용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땅에 발을 디디고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서 하늘을 향해 두 손과 머리를 조아리고 온몸으로 땅과 하늘과 우주를 껴안아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은 신에 대한 기원, 감사, 그리고 하늘의 소리를 받아서 인간에게 전하는 무당의 공수입니다.

 

  김매자 춤을 통해서 본 한국 고전무용의 전통과 현대라는 심포지움에서 발표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김매자 교수님, 채희완 교수님(부산대학), 맨 오른쪽 이지현 무용평론가.
 김매자 춤을 통해서 본 한국 고전무용의 전통과 현대라는 심포지움에서 발표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김매자 교수님, 채희완 교수님(부산대학), 맨 오른쪽 이지현 무용평론가. ⓒ 박현국

이 신명은 제 스스로 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갖 슬픔과 억압과 압제 속에서 은근과 끈기로 버티어온 고난 속에서 피어난 연꽃입니다. 따라서 이번 춤 신명에서는 인간의 온갖 희로애락을 음악과 그 음악에 맞추어 춤사위로 표현했습니다.

 

마지막 빛은 일본 타악기 전문 음악가의 타악기 연주에 맞추어 춤사위를 선보였습니다. 빛이 늘 빛으로 있으면 빛을 알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습니다. 빛은 어둠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존재합니다. 무용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예술입니다. 빛의 세계 또한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빛으로 향하는 과정과 모습을 춤사위와 타악기로 보여주었습니다.

 

일본무용에는 역동성이 없습니다. 방 안에서 부드러운 선율에 맞추어 여체의 움직임과 섬세함과 잔 기교로 잘 포장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무용에는 긴 호흡이 느껴집니다. 대지인 땅에 발을 디디고 회음혈에 기를 모으고, 단전에 호흡을 가다듬어서 몸을 움직입니다.

 

  무용발표가 끝나고 김매자 선생님의 춤과 한국 전통춤에 대한 질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산대학 채희완 교수님은 이번 공연 작품, 살풀이, 춤본, 신명, 빛은 각기 개별 작품이라기 보다는 우리춤의 본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여준 진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용발표가 끝나고 김매자 선생님의 춤과 한국 전통춤에 대한 질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부산대학 채희완 교수님은 이번 공연 작품, 살풀이, 춤본, 신명, 빛은 각기 개별 작품이라기 보다는 우리춤의 본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여준 진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박현국

우리 춤의 움직임과 음악에는 우리가 살아온 땅의 기운과 우리 삶이 스며있습니다. 우리 춤을 보면 힘이 나고, 신명이 느껴집니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김매자 선생님과 창무 무용단은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작품이 끝나고 출연진들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운데가 김매자 교수님, 김매자 교수님 왼쪽은 일본 음악가 츠치토리(土取利行) 선생님.
 작품이 끝나고 출연진들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운데가 김매자 교수님, 김매자 교수님 왼쪽은 일본 음악가 츠치토리(土取利行) 선생님.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매자#(사)창무 예술원- 창무회#채희완#이지현#교토조형예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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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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