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건강을 위해서 도시 인근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시의 가까운 산은 휴일이면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서울만 해도 도봉산을 비롯해 북한산, 관악산, 소요산은 하루 종일 등산객들로 가득합니다. 따라서 늘 산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지만 유명산은 구조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명산이 아닌 도시 근교산은 형편이 어떨까요. 얼마전 인천의 호봉산을 찾았을 때 일입니다. 해발 122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오르는 곳이 조금 가파른 탓인지 팔부 능선쯤 올랐을 때 뒤 따라오던 중년 여인이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어지럽다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쁘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환자의 핏기 잃은 얼굴을 보자 당황한 옆에 사람이 핸드폰을 꺼내 119를 불렀습니다. 위치를 묻자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당황했습니다. 처음인 듯했습니다. 나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호봉산 팔부능선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119에서는 곧 도착하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후 다급한 사이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구급대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환자 못지 않게 나도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환자의 모습은 백지장처럼 되어 거의 의식을 잃고 있었습니다. 더 기다릴 수 없어 환자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이야기를 한 후 119를 찾아 나섰습니다.
전화를 하자 분명히 신고한 위치까지 와 있는 데 아무리 찾아봐도 환자가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그때 건너편 산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눈앞에 있는 산이었습니다. 비로소 나는 두 봉우리 중 다른 곳에서 환자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치가 확인되자 119는 신속하게 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짧은 시간에 환자를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도 그제야 살았다는 듯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좀더 장확한 위치를 알려주었더라면 더 빨리 구조할 수 있었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119 구급대원은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위치를 잘못 알려주어 현장을 찾는 시간이 지연된다면 환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보통 도시 근교산은 한 줄기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천에도 계양산을 시작으로 철마산, 원적산을 거쳐 호봉산 선포산 약산, 소래산으로 산줄기가 이어집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산들이지요. 주봉을 제외하면 그리 높지 않는 산들이어서 도시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산들입니다. 산의 모양도 비슷합니다.
표지판이 없으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업렵겠지요. 철마산 정상이나 중간에 위치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는 정상이 아니면 어디에 이런 시설이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낮은 산이라고 환자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도시 근교 산을 찾는 사람들은 위치 표지판이 없으면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환자를 찾지 못하면 그만큼 환자에게는 위험해지겠지요. 이번에도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면 환자가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도시 근교 산들은 대부분 무명산들이 많은데다 모양까지 비슷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정확한 위치를 신고하기 어렵겠지요.
시나 군에서는 유명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시 근교 산은 대표적인 산 봉우리에 시군별로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이름표를 하나씩 달아주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정상에 표지판을 세워준다면 위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더 효과적으로 신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19구급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현재 인천에는 마니산을 비롯해 계양산 등 150개가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도시 주변 산에도 고도와 관계없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면 점차적으로 설치하여 응급환자 수송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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