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만 던지지 마세요. 허리를 돌리세요. 손목을 치세요."이게 대체 뭔 얘기일까? 경기도 안양 석수 체육공원 관리팀 이봉훈(42세) 팀장이 야구교실 수강생들에게 목이 터져라 당부한 말이다. 새겨들어보니 '야구공을 던질 때 팔 뿐만 아니라 허리도 같이 돌리면서 손목 스냅을 이용하란 말이었다. 이 팀장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그래야 컨트롤이 됩니다. 볼이 아무리 강해도 컨트롤이 안 되면 소용이 없어요. 던지려고 하는 위치에 정확히 던질 수 있어야 하지요."석수체육공원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선수가 아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야구 강습이 열린다. 야구교실을 이끌고 있는 것은 전직 야구 선수 출신 이봉훈 팀장이다. 이 팀장은 야구 명문 선린상고를 거쳐 경남대학에서 투수 생활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글러브를 벗었다고 한다.
"괴로웠죠, 한동안 방황 좀 했어요. 그러다가 안양시 시설 관리 공단에 입사했고요. 어깨근육이 파열돼서 수술했어요. 투수 생명이 어깨인데...어쩔 수 없었지요.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대학까지 쭉 야구만 했어요."이 팀장은 올 1월에 석수 체육공원에 오게 됐다. 그때부터 야구 교실을 준비 했다고 한다. 야구 교실을 하는 이유는 묻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팀장은 현재 안양시청 공무원 야구팀 감독직을 맡고 있고 안양 시설관리 공단 야구팀,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청운' 이라는 야구팀 선수로 활동 하고 있다. 즉 그는 아직도 야구인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야구인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
야구 교실이 열리고 있는 석수 체육공원을 방문한 것은 12월 13일 오후 7시, 털점퍼를 입고 목도리를 하고 있어도 몸이 파르르 떨리는 추운 날씨였다. 반팔 차림의 건장한 청년이 야구 방망이 두 개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이률(32세) 강사다.
이률 강사도 학창시절 줄곧 야구를 했고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팀이 갑자기 해체되는 바람에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현재 안양 청소년 수련관, 군포 청소년 수련관에서 아이들에게 야구 지도를 하고 있다.
석수 체육공원에는 정규 구장과 같은 크기의 안양시 유일한 야구장이 있다. 때문에 안양 근교에 살고 있는 야구 마니아들 발걸음이 석수 체육공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석수 체육공원 관리팀에 등록 돼 있는 야구팀은 약 120개다. 이 팀들이 번갈아 가며 운동장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팀이라도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 가지 규칙은 있다. 팀원 60% 이상이 안양시민이어야 한다는 것.
야구장을 나오면서 이봉훈 팀장에게 야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뻔한'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상쾌했다.
"던질 때의 유쾌함, 때릴 때의 통쾌함, 달릴 때의 상쾌함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