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과거의 역사는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거울이라 했다. 소통 부재의 정치에 절망하고, '나꼼수'에 환호했던 2011년을 보내고,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는 2012년을 맞기 위해 우리에게 어떤 역사의 거울이 필요할까.

 

일제에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종신 집권에 도전했던 정치인으로 살다가 '진보당 사건'으로 구속 사형 판결을 받았던 조봉암, 군부 독재 시절 인권 변호사로, 대통령 당선 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퇴임 후 검찰의 수사와 보수 언론의 조롱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노무현의 삶을 통해 우리 현실을 비추어본다.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길을 걸었던 두 정치인

 

시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달랐지만 조봉암과 노무현 두 정치인이 걸어간 길에는 유사점이 많다. 평범한 식민지 청년으로 성장하던 조봉암은 전국을 휩쓴 3·1 운동의 주동자로 지목되어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어 1년간 복역하면서 본격적인 독립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서슬 퍼런 유신 시대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판사로 변호사로 유신시대의 종말을 지켜보던 노무현은 80년대 '부림 사건' 변호를 계기로 본격적인 인권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조봉암은 해방 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제헌국회에서 헌법 기초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민의 인권 조항, 권력 분립, 토지 개혁, 경제 조항 신설 등의 내용을 헌법 조항으로 반영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농림부장관이 됐다.

 

노무현은 6월 항쟁 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노사분규 현장을 방문하고 국회에서 청문회에서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서 큰 호응을 얻었고,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었다.

 

두 정치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기득권 세력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점이다. 진보와 개혁 세력에게 자칫 기득권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빚은 비극이다.

 

죽산의 처형이 권력자와 검찰, 사법부의 합작품이라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는 여기에 수구언론이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권력의 작용이나 검찰의 수사보다 언론의 인격살인이 더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죽산 조봉암 평전> 중에서)

 

우리에게 어떤 정치인이 필요할까

 

좋은 정치인의 자질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과 함께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아픔이 무엇인지 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그런 공감 능력을 정치로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자질이 중요하다.

 

조봉암과 노무현 두 정치인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고자 노력했던 점이다. 식민지 지배구조에서 굳어진 '식민지 지주제'를 극복하고 농민의 토지 소유를 실현하기 위해 '농지개혁'의 기초를 만들었던 조봉암,  독재의 사슬을 끊고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권운동에 헌신했던 노무현의 삶은 말로만 서민을 위하고 선거철에만 국민을 앞세우는 정치인들과는 구별되었다.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노동자, 농민, 근로인텔리, 중소상공업자 여러분! 20세기는 실로 변혁의 세기입니다. 인류사회는 바야흐로 큰 전환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구상의 이 나라 저 나라에서 급속히 혹은 완만히, 현저히 혹은 은연히 큰 변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혁의 기본 목표는 명실상부한 자유와 평등과 사람다운 생활을 보장하여 줄 진정한 대중적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죽산 조봉암 평전> 중에서)

 

"국무위원 여러분. 아직도 경제 발전을 위해서, 케이크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희생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런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니네들 자식 데려다가 죽이란 말야! 춥고 배고프고 힘없는 노동자들 말고, 바로 당신들 자식 데려다가 현장에서 죽이면서 이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란 말야!"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중에서)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 편에 서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연연하는 정치인들은 '정리해고가 왜 살인이 될 수 있는지' 공감하지 못한다. '언제라도 구조조정의 칼 휘두를 수 있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하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기면 힘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죽산 조봉암 평전>과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싶다. 우리에게 어떤 정치인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총선과 대선이 실시되는 2012년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산 조봉암 평전

김삼웅 지음, 시대의창(2010)


태그:#정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