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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즈덤하우스

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로, 시민운동가에서 행정가로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박원순. 그의 인생가치 25가지를 담은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읽었다.
 
이 책에 담긴 스물다섯 가지의 가치들은 저자가 오래전부터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가장 소중하게 지켜오며 실천하려고 애쓴 삶의 지표들이다. 그가 말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가치는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단어들이다.

 

그의 말대로 이 책은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단어의 뜻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뜻만 알고 버려둔 채 활용하지 않는 단어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자'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각자의 삶에 이 단어들이 입혀져 인생이 좀 더 재미있고, 아름답고 즐거워지게 하기 위한 입문서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삶 속에서 실천한 사례들을 한 데 엮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생각과 가치관, 희망을 만날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그의 선명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25가지 가치는 제가 오래 전부터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제가 가장 소중하게 지켜오며 실천하려고 애쓴 삶의 지표들입니다. 사실, 25가지 가치들은 신선하지 않습니다. 구태의연한 이야기라고 여길지도 모릅니다. 이미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우습게 넘기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섯 살짜리 아이들도 알고 있는 이 단어들을 제대로 활용하며 살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부디 책이 소개하는 25가지 가치의 개념을 스스로의 삶과 우리 사회에 비쳐주십시오. 이 한 권의 책이 당신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길 바랍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제가 그러했듯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삶을 떠올리고, 우리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떠올리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프롤로그 중)

 

그가 말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가치는 크게는 정의, 상상, 함께, 겸허, 놓음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 구분 안에 작은 가지들을 쳤다. 가령, '정의'는 소명, 가장자리, 명분, 용기, 상상, 꿈꾸기, 창의, 호기심, 모험심, 열정 등으로 잘게 쪼갰고, '함께'는 '여럿이 함께, 배려, 나눔, 다양함, 신뢰로 구분됐다. 또, '겸허'을 배움, 겸손, 성찰, 섬세함, 간절함으로, '놓음'은 비움, 느긋함, 관대함, 재미, 되살림 등으로 나눴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 그가 제시하는 '박원순의 인생좌표 25'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 자신을 점검하게 한다. 금과옥조 같은 25가지 가치 가운데 특히 '열정' '간절함', 그리고 '성찰'이 마음에 담긴다.

 

열정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8일 저녁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 초청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8일 저녁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 초청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그는 열정을 '도끼질'이라 정의했다. '찍고 또 찍어 나무가 넘어가도록 만드는 것'이란다. 또, 열정은 때로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 첫눈에 반하는 운명적 여인과 같다'고 말한다. 열정이 있어야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 저자는 열정을 '내가 하고 있는 일, 혹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사랑이며 몰입'이라고 강조한다. 사랑 없이 연애는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듯 사랑 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간절함이란 '어떤 일이 절실하게 원하는 마음'이라 말한다. 하고자 하는 일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태도다. 간절함은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절하는 마음'이다. 그는 또 간절함은 '쇠죽솥 위에 아들의 신발을 얹어놓고 데워주신 부모님의 마음'이며, 간절함은 '죽기 전게 가장 찬란한 꽃을 피워내는 전나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간절하면 된다. 간절하라. 간절하라. 그리고 또 간절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앙스트블뤼테'라는 말이 있다. 식물학 용어로 '불안의 꽃'이라는 뜻의 독일어다. 전나무는 주변 환경이 나빠져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때 가장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피워낸다. 대나무도 수명이 다하면 한꺼번에 꽃을 피워낸 뒤 일제히 죽는다. 50년, 60년 만에 한 번씩 그렇게 꽃을 피운 뒤 죽어버린다.

 

갈퀴류의 잡초도 마찬가지다. 잡초를 없앤다고 줄기를 쳐내도 밑둥에서는 다시 새잎이 돋아나는데, 몇 번 반복해서 줄기를 쳐내면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더 빨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찬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 때문이다." (본문 250쪽)

 

'성찰이 부족하면 같은 산을 두 번 오르내리는 실수를 한다'는 말. 나폴레옹에 얽힌 이 이야기가 그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야기는 이렇다. 나폴레옹이 정벌을 위해 힘들여 군사를 이끌고 산에 올랐다. 정상에 올랐더니 그가 말했다. "이 산이 아닌가보다." 그래서 온 군대가 그 산을 내려와 옆 산을 다시 힘겹게 올랐다. 그런데 그 산에 올라가자 나폴레옹이 다시 말했다. "아까 그 산이 맞는가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와 같은 일들을 많이 겪지는 않는지, 깊은 성찰로 자신이 가야할 길을 뚜렷이 정하고 묵묵히 나가고 있는지, 혹시나 이건지 저건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다 인생 길 끝에 다다르지는 않는지 고민한다. 자기 성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저자는 '머리로만 지나가는 반성이나 성찰은 힘이 약하다'며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질문을 던져보고,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때, 지금이 그때'라고 말한다.

 

죽은 단어를 참 많이 썼다... 부끄럽네

 

이 책에서 소개하는 25가지의 가치는 박원순, 그의 삶의 궤적 곳곳에서 전환점을 만들었던 것들이란다. 그는 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로, 시민운동가에서 다시 행정가로 변화한 시점마다 늘 가치의 문제를 고민해왔다고 말한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모두 함께 나누는 고민, 재미없는 세상에 재미를 불어넣고 다양함과 재미와 의미 아름다운 가치를 말이다.

 

박원순의 인생가치 25가지를 짚어보았다. 너무나 많이 들어왔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 또한 그동안 많은 글을 써오면서 활자 속에만 있는 죽은 단어, 잠자고 있는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부끄럽기도 하다. 또 그런 내 글의 홍수에 멀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없을지 조심스럽다. 말의 껍데기만 얼마나 불어댔는지 나를 되돌아보곤 한다.

 

당신의 인생가치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란 무엇일까. 우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자신의 삶의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먼저 물어보자. 아울러 박원순의 인생좌표 25가지를 생각하며 우리 삶 속에서 잠자고 있던 가치목록들을 작은 것부터 숨 쉬는 단어, 활발하게 움직이는 단어가 되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해 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삶 속에 깊이 잠든 아름다운 가치들을 하나씩 일깨워서.

덧붙이는 글 |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씀 | 위즈덤하우스 | 2011.09. | 1만3000원)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지음, 위즈덤하우스(2011)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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