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로비에서 학생인권조례 원안가결과 정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로비에서 학생인권조례 원안가결과 정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동성애자냐."
"몸 닿았으니까 씻으러 가야겠다."

'학생인권조례 원안가결'을 요구하며 성소수자와 지지자,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이 서울시의회 별관 의원회관 1층에서 농성에 들어간 지 이틀째인 15일, 참교육 어머니 전국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시의회 농성장을 찾았다. 이들이 들고 온 유인물에는 '서울시 각 학교는 임신한 여자 초등생과 아빠가 된 남자 중학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나영정씨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교육위원장에게 학생인권조례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러 가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고, 일부 회원들은 농성자들에게 혐오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폭언을 했다"면서 "이에 일부 활동가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인권단체인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라(15)'는 "우리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가 '초·중·고생 동성애 허용'?

9만 7000여 명의 서울시민이 서명한 학생인권조례안 주민발의안이 시의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 9월 30일. 해당 조례안은 오는 16일 교육위원회, 19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일부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학생들이 '성적 지향', '임신 및 출산'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 이들은 해당 조항을 각각 "초·중·고생 동성애 허용", "초·중·고생 임신 출산 허용과 성생활의 자유 보장"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

또한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에 대해 해당 조항으로 인해 "초·중생의 정당·정치활동이 합법화되면서 초등학생 교실이 정치투쟁장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가 하면, '종교의 자유' 보장이 "종교사학들의 건학이념을 부정해 학교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성향의 63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는 지난 13일 학생인권조례안 반대 청원서를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하루에도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했다. 김형태 교육의원은 수북이 쌓여있는 항의메시지를 보여주면서 크게 한숨을 쉬었다. 김 의원은 "지난 한 달간 의원들이 너무 큰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압박'은 효과가 있었다. 김 의원은 "의원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9일 본회의에는 '성적 지향과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금지', '집회·결사와 종교의 자유 보장'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포괄적인 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모든 학생은 어떤 식으로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식이다.

김 의원은 "어차피 교육위에서 원안을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성적 지향' 등의 내용에 부담을 느끼는 보수적인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당장 교육의원 15명 중 진보성향으로 구분되는 의원 8명 가운데도 차별금지사유로 '성적지향'을 명시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민주당 소속 김상현 교육위원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서울에서 두루뭉술하게 통과되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

김 의원은 "보수단체들의 공격이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조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추후에 조례안 개정운동과 함께 19대 국회에서 차별금지사유가 명시된 학생인권법을 추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인권활동가들은 조례통과의 시급성을 인정하면서도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차별금지사유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성적지향과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차별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구제를 받을 수가 없다"면서 "경기도, 광주에서는 '성적지향'이 명시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는데, 서울에서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조례가 제정되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초의 '레즈비언 총선후보'였던 최현숙씨는 "차별금지법 차별금지 항목에서 '성적지향'을 빼더니 이제는 학생인권조례에서도 '성적지향'을 명시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시의원들이 자기 세대가 아닌 아이들 세대를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농성장에는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도 방문했다. 홍 대표는 "자유에 대한 존중은 소수자에 대한 연대와 배려가 핵심"이라면서 "잘못된 말과 행동은 비난할 수 있지만 존재는 비난할 수 없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김형태, #교육위원회, #서울시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