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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1만 배를 하고 있는 목원대생 김아무개씨.
지난 10월 14일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을 허가해달라'며 1만 배를 하고 있는 목원대생 김아무개씨. ⓒ 홍현진
저는 지난 10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만배 후 분신자살하겠다며 학교의 서명운동 허락을 요구하던 대전 목원대학교 김아무개 학생의 부모입니다.

교사의 꿈을 안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학교로 간 아들이 10월 1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을 한 채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아무 일 없기만 바랐습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며 "매사에 충돌하고 우발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아들의 상태를 말해주었고, 저는 가정교육을 잘못 시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1만배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학교 관계자들이 함께 절을 해서 1인시위의 범위를 넘겨서라도(불법시위로 만들어 경찰이 진압하게 하겠다는 뜻)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에는 감사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동행한 다른 학생들과 유인물 내용을 통해 2011년에 등록금까지 인상되어 '등록금 인하 요구사항 수렴을 위한 서명운동'을 준비하였으며 3달이 다 되어가도록 허가받지 못했다는 점과 서명운동의 시작 자체를 불허당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14일, 5천배를 넘겼고 이때까지도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아무개 방송국 관계자는 "아직 분신을 시도하지 않았으니 뉴스거리가 안 된다"며 방관했습니다. 저는 아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었기에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라고도 했습니다.

3일째 되던 15일, 7천배를 넘으면서 아들의 상태는 위험 수준이 되었습니다. 천둥 벼락이 무척이나 요란하던 그날, 지친 아들이 폭우 속에 지팡이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1만배를 향해가는 모습에서 저는,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겠다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부모로서, 대충 아무렇게나 요령껏 살라고 가르치지 않은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웃에 불이 나면 먼저 도망가라고, 사람이 죽어가면 의심받지 않게 주변을 외면하라고 가르치지 않은 점이 제 잘못이었습니다. 결국 그날 뒤늦게 학교 관계자들이 상경하여 서명운동을 허락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15일 밤늦어서야 협상이 타결됐고 1만배는 중단되었습니다.

아들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던 목원대학교

학교에서 보장한 내용들을 서면으로 정리해 공증까지 했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믿음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까지 가졌습니다. 하지만 2달이 지난 12월 14일, 제 아들은 또 다시 무기한 단식투쟁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고 목원대학교 도서관 앞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학교 측이 약속한 부분을 이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학생이 조용히 학교 다니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아이가 바라는 것이 그렇게 무모한 일인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부분을 확인해보았습니다.

학내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 학생과 학교와의 소통구조 개선 및 학생들의 의견 수렴, 휴게실 조성 및 스쿨버스 운행, 강의실 물품 등 시설확충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학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요구할 수 있을 만한 30가지 요구사항을 확인하게 되면서, 더 이상은 보고만 있을 수 없겠다 생각했습니다.

광화문광장 1만배 시위 이후 아이는 학교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두 달 동안 우여곡절 끝에 전체 학생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 해결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결론도 없이, 어렵사리 이끌어낸 약속마저 외면당했습니다. 다시 한번 분노를 느낍니다. 학교는 제 아들이 이 겨울에 추위를 못 이겨 꼭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바른 일이라면 어떤 유혹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말라고 가르친 탓에 어떤 설득이나 부탁도 듣지 않아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나 우려스럽습니다. 제 아들의 요구가 잘못되었거나 무리한 것이라면 다시 한번 타이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해결의 열쇠를 학교 측이 갖고 있으면서도 약속을 어기면서 두 번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얻은 '약속'... 하지만 다시 상처뿐

 '학내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14일 오후 목원대 도서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아무개 학생.
'학내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14일 오후 목원대 도서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아무개 학생. ⓒ 김균식

어제 오늘, 정말이지 무척이나 바깥 날씨가 춥습니다. 제 아들은 지금도 '대화'를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노심초사 하는 마음으로 글로 올립니다. 사흘째 추위와 싸우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작은 온기도 느낄 수 없고 한 숟가락의 밥도 삼킬 수 없습니다.

꼭 허기와 추위에 쓰러져야 곁눈이라도 돌아보실 것입니까? 그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한파 속에 어떤 준비도 없이 무기한 농성에 뛰어든 아들의 신변이 너무나 걱정되어 학교에 대한 원망만 커져 갑니다.

광화문 1인시위 때도 학교 측에서 제 아들에게 "차라리 죽으라"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학교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도덕적 기본 개념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생 자녀를 둔 대한민국의 학부모님들, 도와주십시오. 저의 아들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건전하고 건강한 청년입니다. 사익보다 학생의 권익을 위하여 정당한 학생의 권리를 주장했던 아들의 작은 바람마저 외면하는 목원대학교에 항의를 부탁드립니다.

광화문 1인시위 때 분신을 해야만 뉴스거리가 된다고 했던 방송사 관계자분들, 이제는 굶고 얼어 죽어야만 뉴스거리가 됩니까? 제발 도와주십시오. 지금 바깥은 시멘트 바닥에 그냥 누워 자기에 너무나 춥습니다.

목원대학교 관계자 분들, 따뜻한 방에서 쉬고 계십니까? 저녁 식사를 넉넉하게 드셨습니까? 그리고 애써 외면하고 계십니까? 김원배 총장님, 댁의 자녀는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교육받았습니까? 당신한테는 제 아들이 학교 재단의 '수입원' 중 한 명에 불과합니까?

아이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당당히 나서서 밝혀주시고 제발 이 추위에 저런 무모한 시위를 당장 중단하게 해주십시오 최소한 대전 목원대학이 지성인의 전당이라면 지금 당장 제 아들의 신변이 위험하지 않게 당신들이 모른 척하며 외면하지 마십시오.

불의 앞에 굽히지 말라고 가르친 것은 목원대학교의 방만한 운영의 희생양이 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준비도 없이 들어간 단식이라, 내일이면 아들의 건강은 위험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알고 계시는지, 모른 척하시는지, 당신들의 자녀라 해도 그러실 건지 다시 한번 묻습니다.

더 이상은 추위와 굶주림에 아들을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들의 단식에 가족들이 동참할 것이고 점차 그 수가 늘어 많은 이들이 동참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목원대학교가 대화에 나서서 아이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단식에 노숙농성을 시작한 아들...도와주십시오

 14일 오후 목원대 도서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김아무개 학생.
14일 오후 목원대 도서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 중인 김아무개 학생. ⓒ 김균식

이명박 대통령님, 당신이 지키지 못한 공약 때문에 아이들이 멍들어가는 걸 언제까지 지켜만 보실 것입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을 왜 하셨습니까? 학생이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고 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있게 하셨습니까?

학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대통령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미안하지 않으십니까? 그 작은 바람 때문에 사흘째 곡기를 끊고 있는 제 아들에게 대통령으로서 당장 사과하십시오.

이 나라의 청년이자 학생이며, 당신이 통치하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명입니다. 어쩌지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설명이든 변명이든 해야 하는 게 군주의 덕목이 아닙니까?

목원대 관계자 여러분. 제 아들의 교사의 꿈을 이제는 돌려주십시오. 아들의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게, 처음 기대했던 모습으로 희망을 갖게 도와주시길 학부모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광화문에서 아들이 목숨을 담보로 호소했던 간절한 소망. 학교의 약속은 계속된 언론 보도로 학교 체면이 불편해졌기 때문에 타협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언론보도가 불편해 마지못해 약속했던 사항들을 이제는 지켜보는 눈이 없다고 헌신짝처럼 어긴다면, 학생들의 신뢰는 어떻게 회복하시겠습니까? 학생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목원대학교 도서관 앞에 앉아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한낱 힘없고 부족한 부모로써 추위와 굶주림이 지금 당장 중단되길 간곡히 원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 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추위나 굶주림보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상황이 아닐까요?

광화문 1인시위 때와는 다르게, 언론의 사각지대에서 '고요 속의 외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차마 더 이상은 두고볼 수 없어 이런 글을 쓰는 부모의 마음을 십분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의 요구가 잘못된 것인지 확인해주시고, 잘못되지 않았다면 학교가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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