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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가 1000회째를 맞아 "잊혀져가는 할머니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가수 이효리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가 1000회째를 맞아 "잊혀져가는 할머니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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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 몇 년 전 '쟁반노래방' 진행자였다는 사실 외에 그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이효리씨에 대한 기본 지식이 매우 미천하다. 그런데 13일 밤 이효리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일이 위안부 할머니들 수요집회가 1000회째 되는 날이네요… 어디서 보고 노트에 적어놨던 시를 하나 올려봤어요. 저는 이 시가 참 마음 아프더라구요. 잊혀져가는 할머니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보고 그를 더 깊게 알고 싶어졌다. 특히 이효리씨가 올린 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웠어요 고향의 밤하늘이 머리 위로 날리던 풀내음이 가난했지만 따듯했던 어머니의 웃음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체온이… 모진 운명과 힘없는 나라란 굴레에서 어느곳에도 안식하지 못한 채 우리는 숨어 있었어요 눈물만 흘렸어요… 하지만 내 사랑하는 하늘이여 바다여 우리는 언제나 당신과 하나였어요… 시간속에 하나둘 떨어지는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진실을 밝혀주세요… 이 땅 위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가 사랑하는 이 땅 위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늘 위에서 바람에 섞여 언제나 지켜볼게요…"

이효리씨가 인용한 시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다시 태어나 꽃으로> 마지막 부분에 실린 작품으로 이런 시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말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것처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누리꾼들은 이효리씨 글을 보고 감동했다. @kims***는 "이효리님 위안부 할머니 언급하신 트윗보고 참 훈훈했는데", @attila_m****는 "개념녀 등극!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집회…"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효리님! 요즘 언행들이 이뻐죽겠어요! 당신같은 사람이 할머니들을 잊지 않고 이런 글을 올려주셔서 어찌나 고맙고 눈물나는지. 함께 잊지 말고 살아요"라며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물론 개념없는 누리꾼도 있었다. 한 트위터러는 이효리씨 글에 대해 "상식적으로 그 당시 위안부는 어쩔 수 없는 시대였다"면서 "한국이 힘이 없고 무능해서 당한 걸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본 극우가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통탄할 일이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 손 놓은 정부... 과거 없인 미래도 없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0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길원옥(84)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연대발언을 경청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0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길원옥(84)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연대발언을 경청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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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본 극우시각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를 돌보고, 지켜주고, 일본 정부에게 배상과 사과를 제대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의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을 해결하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헌재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국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며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배상청구권 관련 구체적 해결 노력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 침해로 헌법 위배"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준엄한 심판이다.

위헌 판결이 나자 정부는 후속 조치로 지난 9월 14일 외교통상부에 '한·일 청구권 협정대책 전담팀'을 설치했다. 다음날 일본에 외교협의를 제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11월15일 재차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협상을 촉구했지만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이런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은 것이다.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정대협 회원 등 30여 명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 따위를 요구한 것이 벌써 20년은 넘은 것이다. 20년 동안 위안부 할머니 171명이 스러져갔고, 올해만도 16명이 일본제국주의 잔혹한 인간성 말살에 대한 사죄를 받지 못하고 육신을 놓았다. 살아계신 분은 64명, 앞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육신을 놓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일본 정부는 1000회째 집회 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평화비를 세우는 것까지 반대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 위안부 '위'자도 꺼내지 말라는 것으로 양심이 메마른 정부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두 손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헌재까지 위헌 판결을 내렸고, 할머니들 삶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7∼18일 일본을 방문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것이 의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외교부 당국자도 이 대통령의 방일 문제 협의차 방한한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만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논의해야 하고 군 위안부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일 외교에서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방점을 찍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4월 20일 일본 후쿠다 당시 수상과의 정상회담에서는 "과거 마음 상한 일 가지고 미래를 살 수는 없다"며 "일본에 대해 만날 사과하라고만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선상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로 바꾸고, 독도 침탈 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노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해 사과를 받아내고 민간 차원이 아니라 일본 정부 차원의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위헌 판결을 받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협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일본이 책임이행을 하려고 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기에 대해 반드시 언급을 해야 하는데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헌재 결정 이후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탄핵사유가 된다"고 지적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위안부에 대한 대통령의 침묵은 탄핵사유")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을 통해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과거' 없이는 현재와 미래도 없다. 이번에도 위안부 문제를 얼렁뚱땅 넘어가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 대통령은 이효리씨 글을 꼭 읽어보고 정상회담에 가시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위안부, #이효리, #한일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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