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17일 오전 8시 30분 사망했습니다. 한반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섣부른 판단은 한반도를 파국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휴전선 북쪽인 북한 정부의 최고지도자 공백은 지난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17년 만에 한반도 북쪽의 최고지도자 공백을 대하는 한반도 남쪽 정부와 시민들은 그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17년 전 남한 정부는 '조문파동' 따위로 한반도를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시민들 역시 불안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2011년 김정일 사망을 접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들은 '차분'합니다.
김영삼 정부가 정상회담까지 합의해놓고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하루아침에 돌변해 냉전으로 만들어갔다면 이명박 정부는 아직 '조의'와 '조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1994년 보수세력은 '조문은 안 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보수세력은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중도·보수 성향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선진통일당(가칭) 준비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위 인사가 참여하는 조문을 통해 정부 차원의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급변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의전적 차원의 정중한 조의 표명을 하고 조문단은 허용하지 않되, 이희호 여사 측은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 장례시 북한조문단이 왔었으므로 답례방문을 원한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일보> "조문 굳이 막을 필요 없다"
특히 주목할 점은 조중동 중에서 <중앙일보>는 조문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은 20일자 <대북 조문, 굳이 막을 일 아니다> 시론에서"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생각하면 괘씸하기 짝이 없다. 3대 세습도 마음에 안 든다"면서도, "정치적 문제와 외교적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할 때다. 필요하면 외교적 차원에서 북한에 조의를 표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며 조의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국민 정서상 정부 차원의 조문은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사적(私的) 조문 정도는 허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며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을 파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조전(弔電)을 보냈다. 만약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가 대북 조문을 희망한다면 굳이 막을 일은 아니다"고 해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두 정상 부인의 사적 조문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그것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한다'는 헌법 제4조에 부합한다면 말"이리고 강조해 헌법에 입각해서도 조문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문과 관련해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유독 조문은 안 된다면서 사설을 통해 냉전적 사고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동아일보> "조문은 안 돼" <동아일보>는 20일자 <김정일 사망, 反인륜 체제 종식의 출발선이다> 제목 사설에서 볼 수 있듯이 김 위원장 사망을 '김일성 왕조 종식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독재체제는 반드시 붕괴한다.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재스민 혁명'에서 확인했듯이 그것이 역사의 순리다. 북한 주민도 체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주인이 되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한반도에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통일을 앞당기는 것만이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다북한 김일성 왕조 붕괴를 바란 것입니다. <동아일보> 또 다른 사설 <거국 비상 태세로 대응하자>에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조문을 놓고 불거졌던 '남남갈등'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까지 주장하지만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해 조문을 반대했습니다.
<동아일보>의 이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1994년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냉철한 판단과 함께 유연한 태도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정국을 잘 대처해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도래하기를 바랍니다. 17년 전에는 무조건 안 된다고 했던 조문이 보수세력 안에서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 자체가 '퍼주기'로 비난받았던 두 차례 정상회담이 준 선물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반도가 가야 할 최종 목적지는 평화통일이지 대결과 냉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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