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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20일 오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유리관 속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0일 오후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유리관 속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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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초대형 돌발변수가 때를 맞춘 듯 덮쳤다.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불릴만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도,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도, 다시 수면으로 부상한 BBK 사건도 그 위력 앞에선 꼼짝없 이 수그러들었다. 언론의 지면과 영상에서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정치권을 가장 강력하게 흔들어 놓았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중대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은 '시계 제로'의 안개정국 속으로 빠져들었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하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악재'와 '호재'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궁금하다. 거대한 돌발변수가 집권 말기에 접어든 MB정부와 청와대, 여당에겐 악재일까, 호재일까. 일단은 호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보면 호재로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아 보인다.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내재된 다양한 파생변수들에서 읽힌다. '김정일 사망' 직전까지 전개됐던 국내 정치권 상황들을 복기해 보면 얽히고설킨 이면에서 그 답이 보인다. 제아무리 초강력, 초대형 돌발변수라고 해도 대선까지 남은 1년의 시간 안에 조용히 덮어질 수 없는 상황들이 너무 잦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의혹들에서 그 위력까지 묻어난다. 그 중에서도 다음 3가지 상황은 가장 많은 파생변수를 거느렸다. 거센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잠시도 방심해선 안 될 '상황 셋'을 짚어본다.

[# 상황①] 'BBK'만 건들기만 하면 나타나는 방패변수들... 또?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008년 1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008년 1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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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BBK 사건'의 주역으로 알려졌던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귀국하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세간의 관심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BBK와 피할 수 없는 악연 때문이다. 당시 'BBK사건'의 핵심은 1999년에 설립된 BBK 회사를 통해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 원의 부당이익을 남기고 이 돈을 횡령한 사건을 말한다.

그런데 김씨는 MB가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해 파문이 커졌다. 그러자 당시 대선후보인 MB도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은 김씨를 기소하고 MB는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해 김씨의 귀국으로 다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한나라당은 돌연 인위적 변수를 생산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치명타를 주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여권이 기획한 입국"이라며 그 증거로 편지 한 장을 공개함으로써 MB는 큰 위기에서 벗어난다. 대선이 끝난 후 이 편지는 감방 동료 신경화씨가 아닌 그의 동생이 대신 쓴 가짜 편지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또한 배후에 대해선 수사 없이 끝이 났다.

그러자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정봉주 의원은 "검찰이 BBK가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김씨의 자필 메모를 수사과정에 누락했다"며 "짜맞추기식 부실수사"라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 전 의원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BBK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1·2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BBK 의혹'을 제기한 국회의원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긴 시간 끝에 열린 대법원 최종 선고에서도 유죄가 확정됐다. 22일 오전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했던 정 전 의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선고 직전까지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무죄 탄원 서명운동이 펼쳐지는 등 무죄를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08년 2월 검찰의 기소 이후 무려 3년 10개월을 끌어온 법정 공방에서 결국 정 전 의원은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됨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참으로 지독하고 끈질긴 'BBK 방패변수'와 대적해야 하는 정 전의원의 참담한 심경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에 앞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19일 "BBK 가짜 편지를 쓰게 한 배후 인물의 필적을 확보했다"며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박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BBK 사건 주역인 김경준씨와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같이 한 신경화씨 동생 신명씨가 지난 8월 자신에게 BBK 사건의 배후 인물에 관한 서류봉투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의원은 "올해 8월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즈음해 내가 민주당 당직자로부터 신명씨로부터 온 문자를 받았다"면서 "나는 신명씨를 만나본 적도 없고 모르는데 '박영선 의원님, 죽을 죄를 졌습니다. 때가 되면 사실을 밝히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서류 내용으로, "무슨 글씨체 같은 것이 쓰여 있다. 예를 들면 검찰에 나가서 이렇게 이렇게 진술해라, 너는 이렇게 이렇게 이야기해라, 누군가가 코치를 한 그 글씨가 자필로 쓰여있는 부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보기에 저 필체 확인을 해 보면 누구인지는 일단 알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BBK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 준 현직 야당의원의 발언이 무겁다. 그런데 다음날 언론은 '김정일 사망'에 모든 영상과 지면을 총 동원했다. BBK만 불거졌다하면 발생하는 '방패변수'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천운'에 비유됐을 정도다. 그러나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실체 앞에서 몽롱하게 맴돌았던 'BBK 방패변수'와 '천운'도 '반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시 검찰의 태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상황②] 한국판 '워터게이트', '디도스 공격 사건' 묻히나?

10.26재보선 투표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장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직원인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진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최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 의원은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것처럼 황당한 심정"이라며 "만약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최구식 "저는 전혀 모릅니다" 10.26재보선 투표날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장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직원인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밝혀진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최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 의원은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것처럼 황당한 심정"이라며 "만약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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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외에 부산 동구 등 11곳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11곳과 기초의원 19곳 등 전국 42개 지역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는 날이다. 그런데 이날 아침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을 디도스로 마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투표소를 찾으려던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박원순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며 부동층 끌어안기에 막판까지 진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디도스 공격은 투표를 방해할 의도가 다분한 중대 사건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주류 언론이 아닌 비주류 공론장인 팟캐스트(Pod cast)에 의해 제기됐다. 선거가 끝난 사흘만인 10월 29일 <나는 꼼수다> 26회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구식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수행비서관이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디도스 공격을 가함으로써 선거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약 2시간 동안 마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시기에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도 마비됐다.

기실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든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최구식 의원이 누구인가. 집권여당의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은 고위직 인사인데다 10·26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의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 홍보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면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그는 "연루한 사실이 드러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당당하게 대응했다.

이 사건으로 집권여당은 당을 쇄신하기로 하고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일대 내홍을 겪고 있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자신과 늘 얼굴을 마주하며 지내던 비서가 저지른 중대 사건임에도 그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민 앞에 드러낸 위풍당당함이 얄미울 정도다. 사과는커녕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래서다. 200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더 재미있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BBK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씨가 미국에서 한국 수사당국에 인계되어 입국, 전격 구속됐을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최구식 의원과 무관치 않은 인물이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방검찰청 특수1부의 최재경 부장검사는 최 의원의 사촌동생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알려져 수사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는 "BBK 관련 이명박 대선후보의 혐의가 모두 무혐의"라고 발표했다. 일반 사건이 아닌, 대권이 걸린 중요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은 한나라당 핵심 인사의 가까운 인척을 주임검사로 선정했으니 참으로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BBK 특검 구성의 한계가 바로 이 대목에서 감지된다. 차제에 수사결과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면 언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보수언론들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유독 소극적으로 다뤘다. 이유가 뭘까. 종편을 손에 쥐기 위해서였을까.

BBK와 인연을 맺으면 쉽게 그 인연을 끊기 어려운 모양이다. 2011년 8월 22일. 법무부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임명했다.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거친 '특수통'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때 'BBK 사건' 수사를 지휘한 내용은 한 줄 기사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만에 디도스 공격 사건이 발생했다. 제18대 대선의 풍향을 가늠할 중대 선거를 방해한 혐의가 최 의원 비서뿐만 아니라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와 청와대 관계자까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겨레21>(제891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한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해 사건의 중요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사정당국의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는 특히 청와대 행정관 박아무개(38)씨가 선거 전날 저녁 디도스 공격 관련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사실, 그리고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해커들 사이에 대가성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도 전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선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반성의 기류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시점에서 '김정일 사망'소식이 언론의 영상과 지면을 죄다 커버했으니 호재로 여길 만도 하겠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은 잠시뿐이다. 의혹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기 마련. 경찰이 중앙선관위 누리집에 대한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중요 사실을 숨기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상 그 의혹이 어디로 사라질까.

어설픈 해명으로 은근슬쩍 뭉갤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외압이 사실이라면 디도스 공격 이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다. MB정부 임기가 끝났다 하더라도 사후 청문회감으로 손색이 없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공개하고 검찰 역시 성역 없는 수사로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선거까지 의혹만 키워 호된 역풍을 만날 수 있다.    

[# 상황③] MB 친인척 비리수사 칼끝, 여기서 멈추나?

20일 오전 민주통합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혜영 공동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이들 뒤로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 종합 현황도가 보인다.
 20일 오전 민주통합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원혜영 공동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이들 뒤로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 종합 현황도가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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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민주통합당에서 기이한 명칭의 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주변 온갖 비리 진상조사위원회'가 그것이다.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첫 회의가 열린 이날 <경향신문>은 '이상득 의원 여비서들 계좌서 출처불명 8억 발견'이란 제목의 인터넷신문 기사에서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여비서들 계좌에서 출처불명의 8억원이 발견된 것에 대해 '여비서 계좌에 수억 원씩 오갔다면 진짜 계좌에는 얼마가 오간건지 99%의 서민은 복장이 터진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김 원내대표는 '여기 계신 의원들 중에 여비서 계좌로 8억원 이상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느냐'며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해 계속 언급했다"면서 "대통령의 손윗동서는 금융로비 대가로 4억2000만원의 고문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말 그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총체적인 부패 정권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은 '이 의원의 여성비서 2명의 계좌에서 지난 2년간 출처를 알 수 없는 현금 8억여원이 입금됐다'는 내용의 중앙일보 보도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향>의 이날 기사는 "이 비서들은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씨의 불법자금을 세탁해 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날 신문 지면은 온통 '김정일 사망'으로 뒤덮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검찰이 이 사건에 적극성을 보여 왔다. 보수신문(중앙일보)과 행보를 같이하기라도 한 것처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임씨 등 여성 비서 두 명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2009년부터 2011년 동안 관련계좌에 모두 10억 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의원실 보좌진 7명 가운데 5명이 이국철 SLS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돈을 돈세탁하는데 가담했단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자신은 몰랐다"며 발뺌하다 "불출마 선언"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했다. 들불처럼 번지던 의혹들은 그러나 '김정일 사망' 소식에 가라앉았다. '죽은 김정일이 산 이상득을 살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과연 그럴까. 정권 말, 권력의 실세로부터 불거진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서 보아왔다. 그런데 새로운 의혹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경향신문>의 19일 4면 톱 제목이 잘 암시해 준다. 'MB 처가가 문제다'를 제목으로 뽑은 기사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임기 첫해인 2008년 사촌 처형인 김옥희(75)씨가 구속되면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며 "김씨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 추징금 31억80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지난 14일에는 김 여사의 사촌 오빠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72)이 영업정지 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71·구속)으로부터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4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면서 "김 여사의 둘째 형부인 황태섭씨(75)도 제일저축은행 고문으로 영입돼 최근 3년간 매달 1000만원씩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황씨의 동생 명섭씨(65)는 현 정권 들어 세 번이나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처가뿐이 아니다. 대통령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도 곧 검찰에 소환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기사는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46)씨는 SLS그룹과 제일저축은행 측으로부터 7억5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며 "박씨는 이 의원이 코오롱 사장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심복 중의 심복'"이라고 전했다.

이날은 MB의 대통령 당선 4주년이자 70회 생일이다. 부인 김윤옥(64)씨와 1970년 이날 결혼했으니 41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 내외가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즐겁게 맞기엔 악재가 너무 많다. 특히 처가 쪽 인사들의 비리 연루 의혹과 추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김정일 사망' 소식이 때를 맞춰 모든 상황을 덮어주었다.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 수사도 여기서 덮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그건 큰 착각. 그러기엔 너무 많은 위험변수들이 도처에 널려 있지 않은가.


태그:#김정일 사망, #디도스 공격, #MB 친인척 비리,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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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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