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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일정은, 문경에서 철로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한 겨울에 무슨 철로자전거를 타냐며 저는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아이들이 더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속으로, 겨울이니까 일찍 문 닫기를 바랐죠. 아! 정말 생각만 해도 추운데, 어떻게 야외에서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내와 아들이죠. 둘이 '짝짝꿍'이 잘 맞아서 타겠다고 우겼으니까요.

그렇게 도착한 문경 불정역. 사실 문경에는 이곳 말고도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곳이 두 군데 더 있습니다. 진남역과 가은역이지요. 이중 진남역이 제일 경치가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예전에 한 번 와본 곳이 불정역이라서 또 이곳에 들렀지요. 역시 어디서나 첫 단추가 중요해요. 여행을 가면, 꼭 가본 곳에 가게 된다니까요.

매표소 앞에 섰습니다. 지금 시간이 3시 40분인데, 4시에 표가 있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남아 있다는군요. 겨울엔 5시까지가 자전거 탈 수 있는 시간이랍니다. 결국, 저의 바람은 이렇게 무산되고, 표를 끊었습니다. 친구 가족 1대, 저희 가족 1대, 총 2대를 매표했는데, 가격은 2만 원입니다. 대당 만 원이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곧, 이 길을 달릴 겁니다.
 이제 곧, 이 길을 달릴 겁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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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간이 되어 철로자전거를 타러 승강장으로 갔습니다. 어라! 그런데 달랑 저희 일행이 탄 자전거 두 대와 어느 젊은 남녀가 탄 자전거 한 대가 전부더군요. 아! 쓸쓸한 풍경이여! 그렇지만 기왕 타기로 한거 재밌게 타봐야죠. 어린 막내딸은 담요로 푹 뒤집어씌우고, 아내가 중간에 앉았습니다. 추워서 울지나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친구네 가족이 먼저 출발하고, 저희가족이 두 번째로 출발, 젊은 애인이 마지막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친구네 가족이 먼저 출발하고, 저희가족이 두 번째로 출발, 젊은 애인이 마지막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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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정역을 지나갑니다.
 불정역을 지나갑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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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는 저와 아들, 둘이 페달을 밞았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아들 다리가 짧아서 제대로 페달을 못 밟았습니다. 결국 저 혼자 낑낑대며 힘을 썼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과 둘이 제대로 페달을 밟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자랐다니, 대견하기도 했죠.

자! 전력 질주를 하자!
 자! 전력 질주를 하자!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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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약간 내리막이라 둘이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속도가 붙자 추워서 울 줄 알았던 막내 딸 아이도 좋다고 소리를 막 지르네요. 그래서 전 더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자전거가 달리는 속도에 덩달아 차가운 바람이 몸속을 파고듭니다. 하지만, 추운 것도 잠시, 점점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등에선 땀도 흐르고요. 아니! 뭔 자전거 페달 밟기가 이렇게 어렵담!

저희 가족의 자전거 속도가 점점 늦어지자, 뒤따르던 젊은 남녀가 빨리 가라고 눈치를 줍니다. 아니! 자기네와 순서를 바꾸자고 하네요. 하지만, 반환점이 가까워서 어차피 당신들이 다음에는 먼저 앞장설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는 힘주어 페달을 밞았습니다. 뒤를 보니, 그들은 한 참을 서서 기다리다가 저희가 좀 멀리 가고 나니까, 단숨에 획 달려오더군요. 좀 미안하긴 했죠.

이제 반환점에서 자전거를 돌립니다. 그리고 출발, 하자마자! 그 둘은 씽!!!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와! 젊음이 좋긴 좋다!

뒤에서 따라오는 친구가족!
 뒤에서 따라오는 친구가족!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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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희 가족은, 아들도 힘들다고 페달을 안 밟고, 결국 또 저 혼자 낑낑댑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서서 자전거를 밀었죠. 그렇게 손으로 밀면서 달리니까 오히려 더 재미있다며, 가족들은 더 빨리 달리라고 요구를 해댑니다.

돌아오는 길은 거의 손으로 밀고 왔다죠!
 돌아오는 길은 거의 손으로 밀고 왔다죠!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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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펜션도 지나가고요. 마침 안에 사람들이 있어서 손도 흔들어 주었습니다.
 기차 펜션도 지나가고요. 마침 안에 사람들이 있어서 손도 흔들어 주었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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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시 불정역으로 왔습니다.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해주더군요. 불정역은 자전거가 무겁고 노후돼서 페달 밟기가 힘들 거라는 겁니다. 다음에는 진남역으로 가라는 것이죠. 여기서 가깝고, 그곳 자전거는 새로 싹 교체를 했는데, 반자동 자전거도 있다고 하더군요. 힘이 덜 든다는 얘기죠. 하지만 예약은 필수랍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곳 불정역은 진남역이 매진되면, 할 수 없이 오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에구구!

그래도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기분이 상쾌하니 좋았습니다. 추울 것이라고 걱정했던 것은 다 쓸데없는 짓이었지요. 아니, 오히려 땀이나니 더워서, 옷을 벗어야 할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젊은 사람 둘이, 쌩 하고 달려간 것을 보면, 굳이 자전거가 문제가 아니라 제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정말, 운동 좀 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은 12월 11일 다녀왔습니다.



태그:#문경철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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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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