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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습니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2일 2012년 맞이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성장보다는 물가안정을 중시하겠다고 했다. 이로부터 364일 전 이 대통령이 "첫째 5%대의 고성장, 둘째 3% 수준의 물가 안정, 셋째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서민 중산층 생활안정"을 경제운영 목표로 제시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성장 위주로 경제를 운영하되 물가도 잡겠다'던 목표에서, 1년 만에 경제성장률 목표치 제시는 아예 없어졌고, 물가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만 남았다. 자연스레 "747 공약(7%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의 핵심인 경제성장을 포기해 747 공약을 정말로 빈 약속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성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성장이 없으면 일자리가 안 만들어진다. 다만 일자리와 물가관리 중 어느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 물가에 두겠다는 뜻"이라며 "물가안정을 희생하면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장보다 물가' 경제운영기조가 이날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금년 국정 중에서 성장과 물가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강조한 바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도 취임 이후 이런 기조를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4.0%로 높았다. 통계청이 일부 물가 폭등 품목을 대체하는 등 조사대상을 꿰 맞춰 물가상승률을 낮췄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감안하지 않아도 높은 수치다. 이미 '성장보다 물가'라는 기조가 있었음에도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성장보다 물가안정... 말은 좋지만, 국민 안 믿어"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성장보다 물가'라는 경제 운영 기조는 지난해부터 나왔던 대통령 발언이나 박재완 기재부장관 취임 이후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경제 운영 기조가 성장위주에서 안정 위주로 바뀐 것이라면 바람직하겠지만, 이렇게 정책기조를 바꿔도 국민에게 신뢰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 교수는 "물가 안정도 중요한 일이지만, 국민 개개인에게는 소득이 오르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기업들의 이윤은 엄청나고 소수의 대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국민 대다수가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쪽의 소득이 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이어 "트리클 다운(낙수효과)이 일어나지 않는 문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에 대해 정부의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고,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방만한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보다는 안정이다' '4%대의 물가상승률을 3% 초반대로 잡겠다'고 해서 떨어질 만큼 떨어진 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겠느냐"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했던 것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탈당하기 전까지 한나라당 정책위부의장을 맡아 정부 경제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해온 김성식 의원도 이날 이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운영 기조에 대해 "좋은 말이 많았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이걸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해왔던 재벌 위주의 경제운영과 토목·건설 중심의 경기부양 등에 대한 반성도 없었고, 재벌위주의 경제생태계를 개혁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실천적인 쇄신 내용도 없었다"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태그:#이명박, #신년 국정연설, #성장보다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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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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