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독자인 박아무개(40)씨는 요즘 오마이뉴스에 불만이 많다. <오마이뉴스>의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앱) 때문이다. 그동안 박씨는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오마이뉴스> 기사를 봐왔다. 그러다 얼마 전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았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으로 <오마이뉴스> 기사를 구독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의 어플리케이션은 아이폰이 지원하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1급 시각장애인인 박씨가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런데 보이스오버 기능에서 <오마이뉴스> 어플리케이션의 메뉴를 읽어 주지를 못한다. 이것이 박씨가 요즘 갖고 있는 불만이다.
"<오마이뉴스> 어플리케이션은 보이스오버로 접근이 안 되고 있습니다. 문제리포트에도 올리고 <오마이뉴스>에도 직접 전화를 해 보고, 오연호 대표에게 멘션도 날려보았지만 아직까지 해결이 안 되고 있네요."이에 <오마이뉴스> 담당자는 "오마이뉴스 어플리케이션은 자체 개발이 아니고 외부업체에 개발 의뢰를 했다"며 "해당 내용을 외부 업체에 개선토록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조금 기다리면 해결 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마이뉴스에 문의도 하고 해당 앱 리뷰에 이런 내용으로 개선을 요구한 적도 있다"면서 "오마이뉴스 같은 진보 언론이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장애인 위한 아이폰 기능, 오마이뉴스선 안 된다현재 전맹(완전시각상실, 완전실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뿐이다. 아이폰에는 보이스오버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오버 기능은 아이폰의 화면에 나타나는 시각정보를 청각정보(음성)로 변환해 준다.
이 기능 덕분에 시각장애인들도 아이폰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에는 보이스오버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령자나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확대·축소 기능도 있다. 해당 기능을 활성화한 경우, 세 손가락으로 화면을 더블 탭 하게 되면, 해당 부분으로 화면이 확대되며, 다시 더블 탭 하면, 원래 화면으로 돌아온다.
또 '큰 텍스트'라는, 기본 폰트의 크기를 확대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모든 앱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캘린더, 연락처, 메일, 메시지, 메모에서 텍스트의 크기가 변경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면의 바탕을 검은색으로, 글씨를 흰색으로 바꾸는 반전 기능도 있다(일반적으로 저시력인들은 반전 기능이 이용이 편리하다(
http://pann.nate.com/talk/201656001참고).
시각장애 지원 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신체 및 동작 지원 기능도 있다. 손가락 활용 기능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위한 기능. 예를 들어 중지가 없다거나 수전증 등이 있는 사람은 핀치 등의 제스처를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당 보조기능을 통하여, 특정 제스처 등을 원버튼 터치로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변경할 수도 있다. 이 밖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알림 시 엘이디(LED) 깜빡기능 등도 있다.
이것들은 아이폰이 채택하고 있는 운영체제인 iOS에 이런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비장애인 사용자들이 화면을 시각으로 인지(센싱-recognition)하여, 터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조작을 입력(Input)하는 데 반하여, 장애인의 경우는 이러한 일반적인 인지 채널(모달)의 사용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장애인이 사용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인터페이스 방식이 요구되며 아이폰이 채택한 iOS에는 앞서 살펴 보았듯 이런 기능이 구현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폰이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장애인의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위해선 OS 수준에서, 정보의 재가공 기능(예: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전환)을 지원해야 하며, 앱 개발 툴(SDK 및 API 들)에서도 이러한 채널 전환에 대한 대비와 고려가 필요하게 된다.
즉, 앱 개발 당시 아이폰이 권고한 API의 권고사항을 준수하면 아이폰의 다양한 장애인 편의 기능의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이를 준수하지 않은 방법으로 앱을 개발하면 <오마이뉴스>의 앱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사용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박씨는 국내에서 개발된 앱은 대략 50% 정도, 그리고 외국에서 개발된 어플들은 70~80%가 보이스오버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말했다.
한국 웹사이트들, 웹 접근성 형평 없다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뿐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인터넷을 이용하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사이트들이 웹표준을 잘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웹표준을 권고하기 위한 W3C가 조직되어 있다. W3C(World Wide Web Consortium)는 웹을 위한 표준을 개발하고 장려하는 조직이다.
W3C에서는 각종 웹 표준을 권고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W3C 표준에 맞는 '한국형 웹 접근성 표준지침'을 만들어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준수한 우수 사이트에는 웹 접근성 품질마크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사이트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실례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웹접근성평가센터는 지난 10월 24일 국내 20개 사이버대학교의 웹 접근성 준수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준수율은 52.4%이고 최고도 81.9%로 밝혀졌다. 실태조사 결과 웹 접근성 인증 통과기준을 만족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웹접근성 낙제권에 해당되는 70점미만의 경우가 전체의 7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이버대학에서의 장애인들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단 사이버대학뿐만이 아니다. 행정부나 금융기관 등 공공기관에서도 웹 접근성 표준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드물다. 또 일부 기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다면서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별도 사이트는 오히려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비장애인용 사이트와 시각장애인용 사이트의 콘텐츠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웹표준 지침을 지키는 일이 시각장애인 등 소수의 정보약자만을 위한 일일까? W3C의 권고사항에 맞도록 웹 표준을 준수하거나 아이폰의 API 권고사항을 지키는 일은 사이트 홍보 나아가 기업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오마이뉴스>는 기사에 실리는 사진에 설명을 달고 있다. 이런 사진 설명 덕분에 사진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도 어떤 사진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또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사이트를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때 이런 텍스트 설명을 달면 검색 효과가 더욱 커진다. 단지 이미지만 있는 것보다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텍스트로 붙이면 검색 효과가 증진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인터넷 사이트는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데 커다란 불편은 없다. 그러나 이번 어플리케이션의 문제처럼 작지만 의외의 상황에서 정보약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 빨리 <오마이뉴스>의 앱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 빨리 박씨 같은 <오마이뉴스> 애독자가 언제나 손안에서 <오마이뉴스>를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일본 전문 뉴스 JPNews(www.jpnews.kr)에도 송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