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지원유세를 갔는데, 제가 얘기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얘기를 듣는 게 보여요. 그런데 고개는 안 돌려. 서로 미묘하게 감시하는 패거리 문화, 두려움이 있는 거예요. 워낙 오랜 세월 한나라당이 집권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하면 '점마 저거 처가집이 전라도래', 이런 게 있는 거죠. 박근혜, 이명박을 비판하는 게 금지된 풍토를 흔들겠습니다."민주당의 동토, 대구에 도전장을 낸 김부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민주당 당권경쟁이 너무 밋밋하다는 데 동의했다. 스스로 날을 벼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의 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이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검찰의 희생양에 된 부분에 대한 동정심이 있다"면서도 "한 총리를 지원하는 세력은 과거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국민의 지지를 못 끌어냈는지 왜 10·26 재보궐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를 못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한 후보야말로 이 부분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며 "그저 '한명숙 단련됐다, 불쌍하다'만으로는 국민이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 출마와 관련해서는 "27년간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 벽을 허물 때가 됐다"며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금지된 풍토를 흔들겠다"고 다짐했다.
"부산 경남 변화, 대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대구를 격전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대구의 지역구를 정했나. "대구의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들과 상의했는데 세 군데 정도가 물망에 올랐다. 전파력이 커 다른 야권 후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 젊은층과 중산층이 많이 사는 지역, 후보 단일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지역 정도로 압축됐다. 일단 15일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지역의 여러분들과 만나 결정할 생각이다."
- 대구 출마는 예전부터 고민했나. "대구·경북이 민주개혁진보세력에게 어려운 지역이 되고 있다. 그러나, 27년 동안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 벽을 허물 때가 됐다. 이제까지 민주당은 대구에서 당이 아니라 '기타등등' 정도였다. 당은 한나라당뿐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지원 유세에 가서 정부를 공격하면, 대구 분들은 내 이야기는 듣는데 고개를 안 돌리더라. 서로 미묘하게 감시를 하는 등의 패거리 문화, 두려움이 있다. 워낙 오랜 세월 한나라당이 집권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하면 '처가집이 전라도래', 이런 게 있다. 박근혜 및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금지된 풍토를 흔들겠다. 지역 분들도 3선 의원이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에 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받아줄 준비는 된 것 같다.
물론, 결정적인 것은 정장선·장세환의 불출마였다. 내가 '나도 관둘까'라고 했더니 정장선 총장이 '군포에서 4선 하는 건 모양이 좀 그렇죠'라며 아프게 툭 치더라. 불출마라는 과격한 수가 없었으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은 뛰어들어 싸움을 걸어볼 때다. 이번에 가면 정치를 관두는 한까지 대구에 있을 각오로 이를 꽉 깨물 것이다."
-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영남 벨트 바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부산 경남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 이미 정치적 지형이 변하고 있다. 부산 경남의 변화가 대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내가 대구의 정수리를 때리는 충격을 주면 서로의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부산TV 토론 때처럼, 서로 덕담하는 모습 지양해야"- 민주통합당을 혁명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일단 정치민주화에 대한 비전을 경제 민주화까지 확장해야 한다. 또 모바일 세대에 맞게 젊은층들이 당 운영, 정책 결정에 참여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 당의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과정부터 국민에게 돌려주고 당을 혁신해야 한다. 공천의 경우,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미리 정하고 공개해서 그대로 가면 된다. 이 과정이 당당해야만 선거 연합·연대를 할 때 지분 나누기를 안 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분들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우리 후보와 경쟁해서 이겨야 본선 경쟁력이 있지 않겠나. 순천 무공천 방식은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 5위를 기록했다. "인지도 중심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은데 나한테 가혹하다. 일강 4중 4약의 성적표는 나중에 결과를 까봐야 알 것이다."
- 당권 후보 8인 가운데 이 사람은 새 당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분 있나."9명이 예비 후보로 선택 받아서 왔는데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오만이다. 다만, 지난 부산 TV 토론처럼 서로 덕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과거 회귀 성격이 너무 강하다. 10년 전 집권 세력과 5년 전 집권 세력간의 경쟁 구도 아닌가. 박근혜는 지지고 볶으며 환골탈태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우리는 아픈 과거는 덮고 가자고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여론조사 결과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의 희생양이 된 부분에 대한 동정심이 왜 없겠나. 그런데 한 총리를 지원하는 여러 세력은 '과거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국민의 지지를 못 끌어냈는지, 당이 어땠기에 10·26 재보궐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를 못 냈는지' 등에 대한 반성이 없다.
한 후보야 말로 현재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이것 없이 '한명숙, 단련됐다, 불쌍하다' 만으로 국민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김근태 선생도 현 집권세력의 분노 때문에 반사이익으로 집권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게 최악이라고 했다."
- 박근혜 비대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적인 이슈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비대위에 진정성이 보이나. 일단 박근혜 스스로 아버지에게 받은 부산일보, 영남대, 정수장학회 등 부당한 유산부터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정말 국민 위해 헌신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한국 정치 전체가 바뀔 수 있다."
"대구서 안 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대표가 되면 총선 전략은 어떻게 짤 계획인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무난히 1당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여전히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에서 우리는 근본적 환골탈태와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의 대구 출마로 앞으로 당에 기득권 포기 분위기가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기풍이 전달되면 우리에게 낙인찍혀 있던 지역당 문제도 해결되고 우리 당을 싸가지 없게 보는 대중과의 근본적 거리감도 해소할 수 있다."
- 새 대표로서 꼭 해보고 싶은 대선전략은 무엇인가. "민주당 내에서 튼튼한 경쟁 무대만 꾸리면 상당 부분의 역동성이 생긴다. 지금은 안철수 빼고 나머지 후보들은 고만고만하다고 하지만 6월부터 본격 대선 레이스를 시작해 후보자들이 자신의 비전을 얘기하고 토론을 하면 대한민국 어젠다를 다 짚고 갈 수 있다. 박근혜 혼자 공약 발표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우리 후보들의 덩치가 쫙 커지고 국민들의 눈도 달라질 것이다."
- 대구에서 지고, 지도부 입성도 안 되면 김부겸의 정치인생은 어떻게 되나. "대구에서 벽돌을 쌓는 기분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쨌든 나는 이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