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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대영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앞줄 가운데)의 취임식 모습.
 지난해 10월 이대영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앞줄 가운데)의 취임식 모습.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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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권한을 대행하는 이대영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이 8일 오후 4시 전화기를 들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거부 의사를 김상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시교육청과 김상현 위원장에 따르면 이 부교육감의 사전 '재의(재심의) 요구' 통보는 핸드폰 통화를 통해 진행됐다. 공식 재의 요구는 9일 오전 시의회에 공문서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대영 부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청할 수밖에 없어 유감"

이 부교육감은 이날 전화에서 학생인권조례의 '법령 위반' 등 지방교육자치법이 정한 재의 사유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은 채 '학교 현장의 반대 의견'을 재의 요구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시교육청 법무를 담당하는 감사관실이 '학생인권조례는 상위법 위반 등 법적 하자가 없다'는 해석을 내린 사실이 지난 7일 보도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부교육감과 통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양쪽의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본 것이다.

이대영: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재의 요청드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유감입니다.
김상현: 왜 그런 결정을 했나?
이대영: 학교 현장이나 교육계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재의 요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김상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하면)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말을 바꿔) 재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하루 빨리 인권조례를 공포해서 인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교육청의 할 일 아니냐.
이대영:

김 위원장은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는 의회 민주주의를 묵살하는 것"이라면서 "이대영 부교육감 자신의 공식 약속까지 뒤집어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랜 숙고 끝에 오늘(8일)에서야 재의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9일 오전 11시쯤 발표할 보도자료를 '재의 요구의 경우'와 '공포의 경우' 등 두 종류로 나눠 미리 작성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교육감의 재의 요구 결정은 교육계에 커다란 회오리를 다시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교육감이 '공익 저해' 등의 이유를 들어 재의 요구를 하게 되면,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8조 ②항에 따라 시의회는 재의에 붙이게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의회가 재의하기 전 곽노현 교육감이 복귀하면 곧바로 재의 요구에 대한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에 대한 선고일은 1월 19일이다.

재의 취소가 안 되면 기존 의결된 조례를 확정하기 위해 시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학생인권조례를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 안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일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염두해 놓고 이미 발표한 2012년 서울교육계획에 들어가 있는 '학생인권센터 설립' 작업 등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형태 의원 "부교육감은 교과부 역할 대행 아바타"

찬반 시민단체 사이의 앙금은 더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은 이 부교육감에 대한 퇴진 운동의 고삐를 다시 죌 가능성이 있다.

학생인권조례안 통과를 주도한 김형태 서울시의원(교육위)은 "이 부교육감의 재의 요구는 서울시민과 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오늘부터 이 부교육감은 비겁한 교과부를 대신해 역할을 대행하는 교과부의 아바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학생인권조례저지 범국민연대는 긴급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재의요구 수용은 무엇이 서울교육에 있어 바람직한 결정인지 진지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으로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지난번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과정 및 결과, 모두 잘못되었다는 범국민연대의 주장을 입증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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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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