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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3일 오전 10시 12분]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신청 대기인수가 80여 명이 되었다.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신청 대기인수가 80여 명이 되었다.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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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기숙사보다 싸다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화제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대학생들에게 모두 1만여 가구의 주택을 제공하고 저렴한 값으로 빌려준다. 지난 9일부터 신청자를 모집 중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를 직접 찾아갔다.

오전 9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기자도 신청해 보기로 했다. 기본적인 안내 팸플릿과 작성 서류 등을 챙기기 시작했다. 궁금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란?
대학생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학교 인근에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에서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이다. 신청기간은 2012.1.9(월)부터 2012.1.13(금) 09:30~17:00까지이며 LH 각 지역본부로 방문해 접수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LH홈페이지로 들어가서→'LH분양 임대 청약 시스템'→'공지사항 12 대학생 전세임대 신청서류 양식 및 Q&A' 코너의→우측 상단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모집 공고보기' 파란 바(bar)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나는 1순위일까? 2순위일까? 1순위라면 어떤 가구유형에 속하지?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고 아동복지 시설퇴소자도 아닌데 흠."

현장 안내를 맡은 도우미에게 물었다. 그의 말이다.

"공통구비서류로 대학재학증명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해요. 본의 명의로요. 1순위 월 평균소득 50% 이하인 자의 가구 유형이시라면 건강보험증 사본이나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가 필요해요."

서류를 떼기 위해 인근 주민센터로 향했다. 주민센터에서 등본과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고 건강공단에 전화해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를 팩스로 받았다. 재학증명서는 집에 있던 동생에게 부탁했다.

주민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결국 '접수포기'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서류 준비.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서류 준비.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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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작성한 제출서류. 1순위, 2순위에 따라 제출서류가 다르다.
 직접 작성한 제출서류. 1순위, 2순위에 따라 제출서류가 다르다.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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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뿔싸, 미처 알지 못한 것이 있었다. 서울로 주소 이전을 한 기자는 아버지와 등본상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이런 경우 직계존속의 등본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미처 잘 알지 못한 나의 실수, 이 외에도 아버지의 의료보험증 사본(혹은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이 필요했다. 사업자로 등록돼 있는지 지역가입자인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러 번 아버지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 결국 내일을 기약하며 접수를 포기했다.

다시 접수장소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접수장 한켠에서 접수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대학생 김경태(21)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이 부산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리느라 학비와 생활비 등을 보탤 처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과외를 2개 하면서 생활비는 감당하고 있는데 내년엔 기숙사에서 나가야 하거든요. 당장 살 집이 걱정이 돼서요. 이번에 선정된다면 같이 신청한 친구와 2년 살고 한 번 더 연장해서 2년 더, 총 4년 정도 살 계획이에요."

선정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학자금 대출 받아야죠"라고 답한다. "학자금 대출이요?"라고 물으니 그는 "학자금 대출 받아서 보증금 메워야죠, 주변에 그런 친구들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번엔 제출서류가 빠져 주민센터로 달려가는 안치완(20)씨를 만났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통학을 한단다. 안씨가 다니는 홍익대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만만치 않은 거리다.

"홍대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들 보니까 대충 7000만 원은 있어야 전세방을 잡더라고요. 전세가 아니면 보증금에 한 달에 50만~60만 원의 월세를 내야하고요. 도저히 부모님께 손벌릴 엄두가 안나요. 고시원도 살아봤는데 도저히 사람 살 곳이 못되는 것 같고."

"서울·경기 신청을 왜 한 군데에서만"... 사람은 많고 서류는 복잡하고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 이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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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딸과 함께 온 윤아무개씨는 2순위 신청자다. 윤씨는 혼자 벌어서 딸 둘의 학비를 대고 있다. 나름대로 자신의 집도 갖고 있지만, 학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윤씨는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1순위 되고 싶잖아요? 그런데 그 조건을 맞추기가 힘들더라고요. 인터넷을 보니까, 차상위계층으로 1순위 되려면 소득이 3인 가구 기준 200만 3830원 이하가 돼야 하는데 그 정도 벌어서는 무슨 대학을 보내요? 그 정도 형편이면 전문대를 가든가 취업을 했겠죠."

9일 접수 첫날에만 755명이 몰렸다는 사실을 아냐는 질문에 "어휴"라며 놀란다. 서울에만 3300가구가 할당되어 있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얼마나 많겠냐며 고개를 젓는다. 윤씨는 서울·경기지역의 신청장소가 한 군데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 같은 경우에 어째서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LH 서울지역본부에서만 신청을 받나"라며 "사람들 몰릴 것도 예상했을 텐데 신청장소를 몇 군데 나눠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윤씨는 이날 신청을 하지 못했다. 서류 미비가 이유였다. 그는 소득증빙서만 가지고 왔다. 재직증명서를 빼먹었다. 자격득실 확인서 혹은 자격증빙서에 다니는 직장이 나와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옆에 앉은 대학생 공아무개(24)씨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말이다.

"아버지가 장애인이셔서 1순위로 신청했어요. 소득자료도 떼야 하는데 공고에서 자영업이어도 신고가 안 되어 있으면 근로소득증명서만 떼어 오면 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조회해보니 사업자등록이 돼 있었나 봐요. 사업자증명서를 가져와야 된대요."

현장에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각 순위별, 각 가구유형별로 공통서류 몇 개를 제외한 준비서류가 제각각이다. 또 근로자 형태에 따른 준비서류도 다르다. 기자의 경우처럼 학생의 주소 등록이 어디로 되어 있는가에 따라 본인과 직계가족의 등본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LH "신청장소 섭외 여의치 않아... 서류 확인 복잡해 방문접수"

미처 서류준비를 다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근처 건강관리공단과 주민센터의 약도를 안내한 벽보.
 미처 서류준비를 다 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근처 건강관리공단과 주민센터의 약도를 안내한 벽보.
ⓒ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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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접수만 가능하다는 점도 신청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었다. LH 홈페이지에도 입주자 모집공고에 방문접수 이외 다른 접수방법이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전라도에서 올라 왔다는 김아무개(45)씨는 지역본부에서도 접수가 가능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런 줄 몰랐다"며 "처음부터 우편접수를 받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LH 서울본부 관계자는 "서울 본부를 중심으로 학교와 강당 그리고 사무실 등을 섭외해 신청장소를 폭넓게 마련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접근성이 좋은 코엑스에 마련하려던 신청장소는 대관료 문제로 마련되지 못했다.

그는 이어 "실무자  입장에서도 인터넷 접수 등이 편하겠지만 소득관계 서류 확인이 복잡해서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그래서 인터넷 접수나 우편접수 대신 방문접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류가 복잡하다는 것을 실무자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공통구비 서류만 3장 이상, 하지만 말 그대로 '공통'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신청자는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할 판이었다. 여러번 주민센터를 오갔지만, 일부 신청자들은 신청자격이 안 된다는 날벼락 같은 답변을 받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복잡한 구비 서류와 방문접수의 불편함, 부족한 임대주택 물량 등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였다.

덧붙이는 글 | 강혜란, 이동철 기자는 <오마이뉴스>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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