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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는 과거 화천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내 고향은 화천이라고 말하게 할 정도로 지역 이미지를 바꾸었다.
 산천어축제는 과거 화천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내 고향은 화천이라고 말하게 할 정도로 지역 이미지를 바꾸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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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세요?"
"춘천이예요."

20여 년 전 텔레비전을 보던 화천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쟤 ○○○씨 딸 아냐? 우리 옆 집 살았었는데…. 쟤가 태어나서 코 찔찔 흘리는 것도 다 기억하는데 왜 고향을 속이고 춘천이라고 그러지?"

이유는 뻔했다. 화천. 38선 이북에 위치한 못사는 동네라는 게 쪽팔려서 였을 게다. 당시 이 작은 동네에서 한 연예인의 이야기는 뉴스 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고향도 아니면서 화천 자랑하는 연예인

유현영씨의 가족 나들이...지난달 화천 평화의 종을 찾았다.
 유현영씨의 가족 나들이...지난달 화천 평화의 종을 찾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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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랑 아빠는 화천에 살아요."

방송인 현영(유현영)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진행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부모님이 화천에 산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걸 본 주민들은 화천이 고향이면서 춘천이라고 말했던 연예인을 떠올린다.

방송인 현영의 아버지 유성구(67)씨는 2006년 화천으로 이사 왔다. 평소 낚시를 좋아하는 부모님을 파로호가 가까운 동네로 모셔 원 없이 낚시를 하도록 해 드리겠다는 현영씨의 배려 때문이었다.

"아빠! 마을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셔야 해요"라는 막내 딸 현영씨의 말에 유성구씨는 해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한 동네 잔치를 연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 그리고 '어떻게 공꺼(공짜)로 얻어 먹누'라던 마을 사람들은 머쓱하게 유씨의 집 앞에 모이곤 했다. 하지만, 이젠 동네 친구들까지 데려온다. 잔치가 열리는 날에는 약 120여 명이 모인단다.

"마을 잔치 전에 소머리를 한 이틀 동안 푹 삶아요.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정성을 보여야 하는 겁니다."

유성구씨는 처음 화천으로 이사 올 때 마냥 신났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바로 집 앞이 강변이니 시도 때도 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가 낚시 대를 접었다. 북한강변에 만들어진 자전거 100리 길에 매료돼 취미를 자전거로 바꿨기 때문이다.

"우리 막내 딸이 아빠 낚시를 위해 이쪽(화천)에 집을 마련해 줬는데, 낚시를 접은 게 미안해서 어렵게 말을 꺼냈어요. 그런데 '건강을 위한 거니 잘했다'는 칭찬 들었습니다. 허허."

부모님 계신 동네 축제...불우이웃 돕기 당연한 것 아닌가요

2009년 화천 산천어축제때 방송인 현영씨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2500만 원을 기탁했다.
 2009년 화천 산천어축제때 방송인 현영씨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2500만 원을 기탁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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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씨는 화천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다. 누가 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부모님이 사시는 동네에서 개최되는 축제인데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부모님이 이사 오시고 나서 아무리 바빠도 산천어 축제장은 꼭 찾고 있어요."

그녀가 축제장에 오는 날은 팬들까지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산천어 축제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그녀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2009년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떠 달라며 2500만 원을 화천군(군수 정갑철)에 기탁했다.

"우리 부모님이 계신 동네가 발전하는데 좀 약소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현영씨)

이제와서 그렇게 말한다고 누가 쳐다나 본대?

"왜 옛날에 고향이 춘천이라고 뻥친 애 있잖아요. 걔가 얼마 전에 태래비에 나와서 자기 고향이 화천이라고 하던데?"
"그 아이 정신 나간 거 아냐?"

마을 주민들의 말은 그렇게 못 살던 옛날에는 부끄러워 고향을 춘천이라고 했다가 최근 산천어 축제 등으로 화천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이제 와서 다시 고향을 화천으로 바꿨다는 거다.

"차라리 그냥 고향이 춘천이라고 박박 우기지 쟤 왜 저런다니? 현영이 봐라. 지 고향도 아니면서 지네 부모님 계신 화천을 얼마나 자랑하고 다니냐. 난 쟤만 보면 이뻐 죽겠어."

시장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의 말이 오랜 시간 여운으로 남는다.


태그:#현영, #화천군,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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