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정근씨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는 ‘박정근을 격하게 포옹하는 사람들의 모임(박격포)’과 국가보안법 긴급대응모임 10여 명이 모여 검찰의 구속영장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근씨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는 ‘박정근을 격하게 포옹하는 사람들의 모임(박격포)’과 국가보안법 긴급대응모임 10여 명이 모여 검찰의 구속영장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단상 #1] 참담하다

하루가 지났다. 처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치 같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나만 살아돌아온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 밤이 지나고 다시 하루 해가 떴다가 지는 동안 많은 언론 매체의 전화를 받고, 박정근의 부모님을 뵙고, 수원남부경찰서에 가서 박정근을 접견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이 걸러졌다.

[단상 #2] 아무리 생각해봐도 구속은 잘못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박정근을 구속시킨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형사소송법상 인신을 구속하자면, 우선 범죄혐의가 소명되어야 하고,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 등 구속의 사유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 순서에 따라 박정근 구속이 부당하다는 근거를 간추려보면 우선 범죄혐의의 소명 차원에서 법리적으로 범죄혐의가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특별한 의의와 평화통일의 관점에서 북한을 무작정 적으로 보는 관점은 정말 문제라고 본다. 다음으로 구속의 사유와 관련하여 박정근에게 과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까? 재범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데, 그것도 수긍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나하나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단상 #3] 범죄혐의 소명 봐라... 정녕 '자유'민주주인가!

범죄혐의의 소명부터 보자. 다소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이지만, 국가보안법 제7조 이야기를 해보자. 국가보안법이 그래, 실정법이라 하니까 위헌이다라는 주장은 여기서는 생략하자. 박정근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제5항은 다음과 같다.

제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1.5.31>
제5항 제1항·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개정 1991.5.31>

이 조항들에 의거하여 박정근이 구속되는 데 필요한 범죄혐의가 소명되려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하나가 북한이 반국가단체여야 하고, 둘이 박정근의 리트윗 내지 트위터상의 표현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행해진 것이어야 하며, 셋은 박정근에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목적"이 필요하다.

첫째, 북한이 반국가단체인가? 이 점 뒤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일단 넘어가자.

둘째, 박정근의 리트윗 내지 트위터상의 표현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행해진 것인가? 그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헌법재판소 1990. 4. 2. 89헌가113 결정에 따르면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며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을 일컫는다." 또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는 것은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한다.

박정근이 받고 있는 혐의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라는 트윗계정을 리트윗한 것과, 본인 트위터 계정에 북한의 군가 등 동영상을 올리거나 북한 관련 언급을 한 것인데, 이 내용 가운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는 내용, 영토를 침략하며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내용, 외형적인 적화공작 등의 내용은 전무하다. 또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는 내용도 전무하다.

도대체 박정근에게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해석하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의 기준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는데, 박정근의 트윗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셋째, 설사 만보를 양보하여 박정근의 트윗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하자.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은 박정근에게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박정근은 북한에 대하여 대단히 비판적인 사회당 당원이며, 본인 또한 북한의 3대세습 등에 대하여 우호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보도문에 인용된 그림.
 <뉴욕타임스> 보도문에 인용된 그림.
ⓒ 박정근

관련사진보기

<뉴욕타임스> 보도문에 인용된 그림을 보면, 이것이 얼핏 북한의 호전적인 포스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는 박정근이 내용을 비틀어어 풍자한 것임이 금방 드러난다. 즉 병사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고, 병사가 들고 있는 것은 총이 아닌 (조니 워커인 것처럼 보이는) 양주병인 것이다. 이렇게 피의자는 피의자 나름의 방식으로 북한을 비꼬고 풍자한 것이다.

그런데도 박정근이 우리민족끼리를 팔로잉한 것은 박정근이 북한을 맹목적으로 혐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3대 세습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현존 북한의 체제와 문화에 대하여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시민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민족끼리를 팔로잉한다고 했다. 이것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인가? 정녕 그런가? 이것은 조금 과장하면 북한을 이성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모든 것을 혐오하고 맹목적으로 거부하여야만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묻는다! 정녕 그게 '자유'민주주의인가?

[단상 #4] 도대체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

범죄혐의의 소명과 관련하여 특별히 표현의 자유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는 자유다.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의 확보와 언론매체에 의한 정보의 전달은 민주제의 필수불가결한 본질적 요소"라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왜 그렇게 판시하였을까?

민주주의의 이상적인 형태는 직접민주주의일 것이나, 인구가 많고 정치·경제·사회 문화 등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대의제를 통한 민주주의는 불가피하고 어떤 면에서는 필연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의제 민주주의는 주권의 소재와 주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곳이 분리되기 마련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그 주권을 실현하는 것은 대의기관이란 말이다.

여기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성패는 다음 두 가지에 달리게 된다. 하나가 대의기관의 구성이 얼마만큼 주권자의 국민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다. 다른 하나가 그 대의기관이 주권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두 가지 과제가 실현되자면 주권자인 국민들이 대의기관에 대하여 자기의 의사를 아무 두려움 없이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려면 알권리 역시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뭘 제대로 알아야 의사표명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만일 국민이 어떤 연유에서든 자기의 의사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 대의제를 빙자한 독재체제가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의 확보와 언론매체에 의한 정보의 전달은 민주제의 필수불가결한 본질적 요소"라고 판시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차원을 떠나 상식적인 견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생각해보자. 도대체 민주주의가 뭔가? 그 중에서도 공안당국과 보수층이 금과옥조처럼 되뇌이는 '자유'민주주의가 뭔가? 생각과 말은 자유롭게 하자는 거 아닌가? 폭력이 아닌 말과 글로써 이루어지는 일체의 주장에 대하여는 공론의 장, 즉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말과 글로써 경쟁하고 여기에 국가권력이 재갈을 물리는 것만은 못하게 하자고 하여 고안된 제도가 민주주의 그 중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지난해 12월 초 한국에서의 SNS 규제에 대하여 미국의 주류언론들 사이에서 일종의 붐이 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특히 그 시발이 되었던 것이 미국 언론 가운데에서도 우파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국가의 개인에 대한 규제와 간섭은 없을수록 좋다는 '자유'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그들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한국이 SNS를 규제한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박정근의 영장실사법정에서 검사는 미국 언론의 그러한 보도는 분단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가운데 벌어진 일이고,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 현실에서 박정근의 행위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 아! 이 무슨 전가의 보도인가? 한국전쟁이 종료된지 60년이 다 되어간다. 벌써 두 세대가 지나간 일이다. 한국전쟁을 겪은 어르신 세대가 북한을 정서적으로 용인하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북한과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이 헌법상의 명령이다. 그러자면 북한에 대하여 호의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북한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국가보안법이 1991년 개정될 때(이때의 개정 역시 날치기다!) 북한에 대한 단순 호의적인 행위는 처벌의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이는 당시 시대적 환경의 변화 탓도 있지만(남북 유엔동시가입, 소련과 동구권 몰락, 당시 정부의 북방정책), 이러한 처벌의 범위 축소가 헌법의 표현의 자유 정신에 좀 더 부합한다는 측면 역시 중요하게 고려된 것이 아닌가?

우리가 말하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만하고, 동의할만한 생각, 사상을 표현하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런 생각과 사상은 굳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헌법규정이 없어도 보장된다. 굳이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은 다수 국민들에게 지지받을 수 없고, 혹은 혐오스럽다 받아들여지는 생각과 사상을 표현할 자유를 말하는 것이다.

다소 결이 다른 예이지만 지난 2007년 대한민국을 광풍으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박사 사태는 대한민국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북한의 3대 세습의 문제 등 국민들의 일반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것이라고 하여 그것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 영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마저 나서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미국이나 유엔이 종북이어서가 아니다.

이 점에서 이번 박정근 구속은 그야말로 나라망신이다. 이미 <뉴욕타임스> 등에서 박정근의 사례를 한국의 SNS 규제의 측면에서 대서특필한 바 있는데, 박정근을 구속하였다고 하면 지난 12월 초의 미국 주류언론의 보도가 사실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격의 손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단상 #5] '이성적 반북주의자' 박정근 구속으로 드러난 MB정부 대북관점

북한 관련 트윗을 RT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박정근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11일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했다. 박씨는 구속 결정을 받았다.
 북한 관련 트윗을 RT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박정근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11일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했다. 박씨는 구속 결정을 받았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박정근의 범죄혐의 소명과 관련하여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우리 헌법이 명하는 평화통일의 문제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전쟁을 겪은 어르신 세대가 북한을 정서적으로 용인하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각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민족에 크나큰 죄를 짓는 일이다. 국가보안법의 존치와 그 남용은 정확하게 그 연장에서 존재한다.

우리 헌법은 평화통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자면 북한을 바라볼 때 북한 스스로가 가진 관점에서도 북한을 보아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3대 세습의 문제, 북한 핵의 문제, 선군정치의 문제 등등에 대하여 가능한한 최대한 악의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평화통일하자는 것은 공허한 말장난이다.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피상적으로, 1차원적이고 감정적인 반응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표출되어지는 경우 초래되는 부작용과 갈등들을 우리는 이 정부 들어 얼마나 많이 목격하였는가?

그런데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고 북한에 대하여 반목과 맹목적인 증오만을 조장하고 있다. 이번 박정근 구속건은 이러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북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사회당의 당원이 북한에 대하여 가지는 호기심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심지어 검찰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악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마저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지경이다.

분단은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국제문제이다. 따라서 분단의 해소는 이런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의 방정식이다. 과거 독일을 보라. 서독에서 동방정책을 추진했던 것은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정부였지만, 막상 통일의 과실을 딴 것은 보수우파인 기민당의 헬무트 콜 정부였다. 콜은 야당시절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비판했지만, 집권하자마자 "동독과 체결된 협정을 존중하고, 진행 중인 협상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독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동독 정책은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동독 지도부에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서독은 미국, 소련 등 관련국과의 관계에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런 게 신뢰구축이고, 이런 게 실용이다.

매우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MB정권이 집권초기 남북기본합의서는 물론,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확고하게 이행한다고 선언했더라면, 그리고 미국, 중국 등에 이를 알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였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티브이 발표로 알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의 대격변기에 중국, 미국의 눈치나 보면서 손가락 빨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은 존재감 제로다. 그 가장 심연의 곳에 북한을 적으로 보는 관점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성적 반북주의자인 박정근이 반북임에도 구속이 된 것은 그 관점의 구체적인 표현인 것이다. 이게 타당한 것인가?

[단상 #6] 구속에 필요한 구속사유도 분명하지 않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박정근의 경우 범죄혐의의 소명도 되지 아니하였지만, 아울러 구속에 필요한 구속사유도 분명하지 않았다.

첫째, 주거부정의 사유. 박정근은 암사동에서 부모님과 동생과 살고 있다. 주거 일정하다.

둘째, 증거인멸. 이미 공안당국은 박정근의 트위터 관련 혐의에 관하여 일체의 증거를 모두 수집해 두고 있다. 압수·수색을 통하여도 증거를 수집해 놓았다. 박정근이 인멸할 증거도 없다. 더구나 박정근은 공안당국이 그토록 싫어하는 묵비권 행사도 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검사는 만일 불구속이 되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 없다든지 하는 등으로 박정근이 사회당 당원들과 진술을 맞출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주장이다. 박정근을 구속한다고 그런 진술을 사회당원들이 못할까? 오히려 구속이 되면 인지상정 차원에서 평소 박정근이 북한을 얼마나 좋아하지 않았는지를 여기 저기서 증언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셋째, 도주의 우려. 박정근의 경우 사이버상의 실적제(로 추정되는 사유) 때문에 서울이 주거지이고, 트위터 사용도 사울에서 주로 하였음에도 아무런 연고가 없는 수원에서 조사를 받았다. 다섯 차례에 걸친 소환에 한 번도 빼지 않고 출석하여 성실하게 조사를 받은 것이다. 만일 박정근이 도주하려고 하여다면 지난 9월 이래 얼마든지 도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슨 도주의 우려란 말인가?

구속의 사유와 관련하여 검사는 박정근이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작년 9월의 압수·수색 이후 박정근이 트위터 글 게시를 멈추지 않았고,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더욱 적극적이어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국가보안법 페지 활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본인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법리적으로 국가보안법을 남용하는 것이 분명한데, 수사 이후에도 트위터 사용을 계속 하였다고 하여 구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절감하게 했다.

아울러 박정근이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을 왕성하게 한 것을 거론한 것은 즉시 유신헌법상의 긴급조치가 연상되었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을 철폐하자는 주장에 형벌을 주었다. 그 조치들이 잘못되었다면서 법원은 사과하면서 국가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하며 손해배상을 명하는데, 그 논리는 그대로 살아 아직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다.

도대체 국가보안법은 누가 만드는 것인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가 만드는 것 아닌가? 그 법이 헌법에 반한다고 하여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였다고 하여 감옥에 가두자는 발상이 아직도 청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담하고 아연할 뿐이었다.

[단상 #7] 구속적부심 청구할 것... 가족과 함께 설 쇨 수 있기를 

민주주의 논란에 임하여 일부 보수층이 '자유'민주주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한동안 떠들썩한 바 있다. 제발 바라건대, '자유'민주주의가 과거 유신시절 '한국적 민주주의' 같은, 말은 민주주의인데 실질은 유신이라는,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그런 말장난이 아니길 빈다.

그 말장난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는가? 정말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보장해 달란 말이다. 그러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보안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친화력이 있다고 보는가? 대한민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다음 주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생각이다. 박정근이 자유의 몸이 되어 박정근을 사랑하는 그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함께 설을 쇨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광철님은 구속된 박정근씨의 변호인입니다.



태그:#박정근, #국가보안법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년에 딱 한뼘씩만 사회가 진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