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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국도 1번을 걷고 있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12일 저녁 광주에 도착했다.
 제주해군기지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국도 1번을 걷고 있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12일 저녁 광주에 도착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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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는 따뜻한 남도길조차 꽁꽁 얼렸다. 시린 손은 돌처럼 뻣뻣해졌다. 시린 발은 얼음이 되어 언 땅에 툭툭 떨어진다. 그 시린 손으로 시 한 줄 쓸 수 있을까. 그 시린 발로 더 걸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시는 스무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잉태되었고, 내친걸음은 벌써 400킬로미터를 넘게 걸었다.

엄동설한, 작가들이 이렇게 '글 발, 글 발'하며 막무가내로 걷는 까닭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제주 해군기지 전면백지화'를 요구하기 때문. 지난해 12월 26일 임진각에서 첫 걸음을 뗀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은 13일 오후 현재 전남 나주 남평 들을 걷고 있다.

작가회의의 '글발 글발 평화릴레이'에는 애초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13일 오늘까지 400여 명에 이르는 작가들이 평화릴레이에 참여했다. 한국 문단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작가들이 강정마을 문제를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12일 광주 걷기 구간에는 부산과 경남의 작가 10여 명도 함께 걸었다. 평화릴레이가 1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영남지역 작가들은 전라도까지 '원정'을 와 참여하는 것이다.

박구경 경남작가회의 지회장은 "걷고 나니 평화가 답인지 알았다"며 "얼어붙은 얼굴에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처럼 강정바다에 평화가 흘러넘쳐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강요한 부산작가회의 지회장은 "호남벌에 내리는 눈발을 맞고 싶었는데 바람조차 없더라"며 "평화를 바라는 광주의 따뜻한 마음이 하늘에 전달돼 평화가 내게로 왔다"고 가슴 벅차했다.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 400명의 작가들이 평화릴레리 함께 하고 있다. 한국 문단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광주에 도착한 작가들이 "강정마을 힘내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 400명의 작가들이 평화릴레리 함께 하고 있다. 한국 문단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광주에 도착한 작가들이 "강정마을 힘내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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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자 노래꾼인 박종화씨가 추위의 남도길을 걸어온 작가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동안 작가들이 강정마을에 보낼 플래카드에 편지를 쓰고 있다.
 시인이자 노래꾼인 박종화씨가 추위의 남도길을 걸어온 작가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동안 작가들이 강정마을에 보낼 플래카드에 편지를 쓰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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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들의 평화릴레이를 응원하러 나온 광주전남작가회의 이명한 고문은 "광주전남은 평화걷기의 종점이 아닌 중간지점"이라며 "제주해협을 건너 강정마을까지 뼛속까지 느끼는 차가움을 이겨내고 평화를 지키려는 우리의 뜻을 잘 전달하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편 작가회의는 오는 20일 강정마을에 도착해 평화 글 전달식을 치를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조정래·현기영 원로작가와 소설가 공지영씨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강정마을#제주해군기지#작가회의 #글발글발#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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