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공시제도와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을 활성화하여 재정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시장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안양시. 그러나 최근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주민홍보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돼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양YWCA, 안양YMCA, 안양의정감시단 시민사회단체와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안양주민참여예산 네트워크는 지난 12일 안양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양시의 주민참여예산제 각 동별 지역회의위원 모집 과정을 보면 너무나 형식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깊은 정책적 의지와 관심을 가지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이 낸 세금인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정당성을 부여하고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의무화됐고, 안양시는 지난해 7월 조례를 제정함에 따라 추진중이다.
이에 안양시는 현재 가장 기초적인 동 단위 주민의견 수렴 주체인 지역회의 위원(10여명)을 모집중이며,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공개모집 40명, 동장 추천 31명(각동 1명씩), 비영리민간단체 추천 9명 등 80명이내로 구성해 3월부터 활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시장 공약 의지 어디로 갔나... 주민과의 소통! 불통 아냐?하지만 시민에 대한 홍보와 이해 등은 방관한 채 마감기한을 정해놓은 점과 시 홈페이지 등 인터넷 접수 배제하고 직접 방문 접수를 받는 점, 심사에 의한 위원 선정 등으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워 그동안 시민단체들과 뜻을 모았던 안양시장의 의지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안양주민참여예산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행여 동별로 일정 예산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거나, 어떠한 인적 제한 또는 예산심사대상의 예외 등 어떠한 형태로든 자유로운 주민참여가 제한 받는다면 그것은 이 제도의 본질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은 온-오프라인을 통한 시민 다수의 참여, 예산과 제도에 대한 이해와 학습, 시 예산 전반에 걸친 주민의사의 반영과 평가, 주민참여예산제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와 실천 등으로 진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는 "주민홍보 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시행을 늦춰서라도 제대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며 "안양시는 이제라도 이 제도가 최대호 시정을 대표하는 전국 제1의 대표적인 모범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민선5기 시장으로 당선된 최대호 안양시장이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워 누구보다 앞장서 행정기관 중심의 예산편성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안양YWCA 박동순 사무총장은 "주민참여예산조례 시행으로 주민들이 예산편성에 참여할 길이 열려 지방재정 운영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대해 온 것과 달리 주민 참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네트워크가 제시한 발전적인 제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의지와 태도를 갖고 실천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양시, 네트워크 반발 불거지자 뒤늦게 개선책 마련 약속안양시는 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하자 지역회의 위원모집 등의 개선뿐 아니라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외면했던 연구회 조직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개선할 것이며, 네트워크와 적극 협력할 것을 뒤늦게 약속했다.
안양시 기획경제국 관계자는 "지역회의 위원모집 기간을 2월말까지 연장하고, 각 동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인쇄물, 시 홈페이지 팝업창, SNS 등 주민들에 홍보를 보다 폭넓게 실시하고, 직접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인터넷 접수도 모색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3월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함에 따라 2011년 9월 9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지방자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예산문제는 그동안 쉽게 노출되지 않아 어렵다는 인식과 시민 접근을 달가워하지 않는 관료적 풍토 때문에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상당히 제한적인 분야였으나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적접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안양시에서는 주민공청회, 시의회 연구모임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제180회 안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 구성 개선, 주민참여예산협의회 구성, 연구회 및 예산학교 등의 조례안이 통과돼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에 큰 기대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