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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우 직거래 장터'의 '성황'을 다룬 언론보도 때문이었는지, 이틀째 되는 날인 14일 서울광장은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주최측은 13일에 비해 30마리 정도 많은 한우 100마리를 준비했지만 이날도 사려는 사람에는 한참 못 미친 물량이었다.

 

100g당 사태 1890원, 양지(국거리) 1990원, 안심 4200원, 사골 990원, 1등급 등심 5500원 등 시중가보다 10%~30% 할인된 가격의 매력과 한우값 폭락으로 신음하는 축산농민들을 돕자는 취지가 겹친 것으로 보였다.

 

14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광장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새벽부터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값싼 한우를 들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광장을 떠났다. 하지만 정오가 되자 곧 사단이 났다.

 

물량이 서서히 마감될 조짐을 보이자 주최측이 더 이상 줄을 서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곧 어수선해지더니 이내 하소연과 함께 주최측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예상치못한 상황에 경찰병력까지 투입돼 질서를 잡으려 노력했다.

 

어제(13일) 왔다가 허탕치고는 새벽부터 나와 한우를 '득템'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있었다. 남양주에 사는 김모(67)씨는 고기를 사갖고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와서 한 자리에 네 시간 동안 한발자국도 안 움직였는데. 아주 약이 올라서 미치겠더라니까. 다행히 번호표를 줘서 망정이지 이 추운날 노인네들 이렇게 세워놓고 뭐 하자는 건지 참. 줄이 어딘지도 모르니 새치기를 해도 새치기인 줄 몰라."

 

무질서한 상황으로 시민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는데 주최측이 고용한 행사 진행요원은 어디 있는 걸까? 현장을 살핀 결과 서울시에서 고용한 업체의 사람들이 행사 진행을 돕고 있었는데 그 수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건 역부족으로 보였다.

 

한 진행도우미는 "아르바이트 신분으로 현장에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지 못한다"며 "구매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어제 행사에는 이 정도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한꺼번에 예상치 못한 시민들이 몰려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피켓을 들고 안내하던 안내요원 두 명 역시 오전 11시가 넘자 그 모습을 감추었다. 어제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행사장 근처에 안내판이나, 줄 서는 것을 돕는 유지선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안내판이라고는 A4 용지로 인쇄한 종이 몇 장이 전부였다.

 

오늘 서울광장에 몰린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런 무질서한 선착순 판매가 아닌 '장터'를 생각하고 왔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만난 시민들은 "이렇게 줄을 세워서 판매를 하더라도 안내를 잘 해서 혼돈을 방지해야 한다", "번호표를 지급할 것이면 확실하게 진행해야 한다", "한우를 사러 왔다가 한숨만 쉬고 간다"고 입을 모았다.

 

의정부에서 온 고모(54)씨는 "폭락한 한우값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우 농가를 돕고자하는 좋은 취지를 시민들이 다 알고 있다"면서도 "이런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진행을 더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 직거래장터는 오늘 18~19일 경기도 과천 경마장에서 한 번 더 열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오연호 대표님의 기자수업에서 작성한 기사입니다.


태그:#한우 직거래, #직거래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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