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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기자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과 '학교폭력 대책' 관련 기사들이 연일 기사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자살에 대한 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학교폭력 대책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이 뉴스도 늘 그래왔듯이 잠깐 호들갑을 떨다가 그만 조용해지지 않을까 매우 걱정됩니다.

처음 대구 중학생 자살 소식이 들려오자 마자 저를 비롯한 교사들은 교과부와 정부의 나올 정책이 뻔하다는 것을 이미 알았습니다. 그동안에 나온 학교폭력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폭력예방교육 ․ 자살예방교육 ․ 생명존중교육 확대 실시, 폭력예방교육 ․ 자살예방교육 ․ 생명존중교육 실시 현황 보고, 폭력예방교육 ․ 자살예방교육 ․ 생명존중교육  우수사례 공모와 우수교사 시상, 폭력신고강조기간 마련, 폭력신고센타 설치, 폭력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격리시키고 전학시키기, 남자교사 비율 높이기, 상담교사 배치, 교사 감정코칭 (강제)연수, 부적절대응시 장학사 문책, 폭력신고학교 인센티브 부여...

 2006년 한 학교 교문 앞 모습입니다. 학교폭력했노라고 '자진신고'하고 피해학생이 '피해신고'하는 '특정한 기간'을 설정한 것만 봐도 그동안 학교폭력대대책이란 것이  형편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 '학교폭력대책'을 세운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2006년 한 학교 교문 앞 모습입니다. 학교폭력했노라고 '자진신고'하고 피해학생이 '피해신고'하는 '특정한 기간'을 설정한 것만 봐도 그동안 학교폭력대대책이란 것이 형편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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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만인 서명에 참여'하면 학교폭력이 없어진다는 순진한(?) 학교폭력대책도 있었습니다.
▲ 2007년 어느 학교 교문 앞 모습 '1000만인 서명에 참여'하면 학교폭력이 없어진다는 순진한(?) 학교폭력대책도 있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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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와 같은 대책들은 그동안 학교폭력문제가 나올 때마다 늘 해 오던 대책으로 새로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신고전화번호가 '117로 통합운영한다'는 것과 '부적절 대응시 장학사 문책, 폭력신고학교 인센티브 부여' 정도가 되겠는데 이런 대책이 학교폭력을 막고 학생들의 자살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15일인 오늘 교과부는 '3월부터 초,중, 고등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동안 쏟아놓은 수많은 학교폭력대책 중에서 15일 교과부가 내놓은 이 대책이야말로 최악의 또는 폭력적인 폭력대책이라고 저를 비롯한 현장교사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 당국에서 내놓은 수많은 대책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폭력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은 보려 하지 않고 처벌 위주라는 데 있습니다. 학교 폭력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처벌 위주의 강도 높인 폭력대책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학교폭력이 사라지기는커녕 음성적으로 되고 더욱 확산된다는 것을 우리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너무나 많이 봐 와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대책으로는 절대로 아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죽어갈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근본 원인을 해결해서 아이들이 폭력 속에 방치되고 죽어가는 것을 빨리 막아야 합니다.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또렷한 방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누가 내놓기를 바라기만 해서도 안 되고, 남탓만 해서도 안 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깊이 고민해서 실천해야 합니다.

서울형혁신학교에 근무하는 초등교사인 저는 지금부터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을 서울형혁신학교인 우리 학교 사례를 들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서울형혁신학교를 1년 동안 운영하고 난 뒤 느낀 점이 여러 방면에서 꽤 많은데 그 중에서 교사들이 가장 많이 동의하고 있는 점이 우리 학교 6학년 아이들이 다른 학교 6학년 아이들보다 '착한 편'이라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생활태도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을 꺼릴 정도로 6학년 담임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그동안 숱하게 본 6학년 아이들 모습은 규칙과 질서를 안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행동이 거칠고 막무가내입니다. 학급에서는 막 가고 힘센 아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면서 생활태도가 바른 아이들이 왕따가 돼서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잘못한 일을 혼내면 바로 '씨*' 소리를 듣는 것은 예사입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심하게 혼낸 날은 자동차가 긁혀 있거나 타이어가 펑크 나 있는 날도 있습니다. 학교 담벼락에 담임 욕을 커다랗게 써 놓기도 합니다. 교사의 말보다는 힘쎈 아이들 말을 더 따르고, 아무 데나 침을 뱉고 학교 기물 파괴도 서슴지 않습니다. 1년 동안 애를 많이 써봐도 애쓴 보람이 없습니다.

학교 안에서 우유가 들어 있는 우유곽을 4층에서 자동차 위에 던지거나 땅에 떨어뜨려서 터뜨리는 것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학교마다 가보면 화장실에 낙서가 많고 문을 발로 차서 난 발자국은 물론이고 문이 뜯어지거나 망가지는 일이 허다 합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몰래 피우다 걸리는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한 건도 없었던 것이 아니고, 학급마다 크고 작은 왕따 문제와 6학년에서 딱 한 번 학교 밖에서 친구들 사이에 집단폭력같은 일은 있었지만, 그 수위와 빈도가 다른 학교보다 눈에 띄게 적거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작년 3.4월에 비해 아이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습니다. 3,4월에는 아이들 얼굴이 어둡고 교사들이 먼저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고 외면하는 일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지금은 먼저 뛰어와서 아는 척하고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인사 잘하기 교육'을 별도로 강조해서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틱이 없어지고, 다치는 아이가 줄고, 문제아가 적습니다

우리 학교에 전학을 오고 나서 틱이 없어진 아이가 여럿 생겼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이고, 우리 학교 보건 선생님이 작성하신 보건실과 상담실 운영결과 내용을 보면 2학기에 전입생이 크게 늘었는데도, 오히려 보건실에 방문한 아이들 숫자가 1학기(2392명)보다 2학기(1700명)으로 두드러지게 줄었고, 병원진료 권유와 안전공제 신청건수도 1학기에는 각각 19회, 4회이던 것이 2학기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보건선생님이 작성하신 '2011학년도 보건실과 상담실 운영결과' 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표를 보고 보건선생님도 놀랐고 우리 학교 다른 교사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 2011학년도 1년동안 보건실 방문 형황 우리 학교 보건선생님이 작성하신 '2011학년도 보건실과 상담실 운영결과' 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표를 보고 보건선생님도 놀랐고 우리 학교 다른 교사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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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보건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원래 보건실에는 몸이 아파서 오는 아이도 있지만 마음이 아파서 오는 아이가 많은데, 우리 학교에서는 마음이 아파서 오는 아이들이 다른 학교보다 눈에 띄게 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혀서 적응하지 못할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서는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수업을 하면서 보면 우리 아이들 표정이 참 밝습니다. 늘 웃습니다. 기가 죽은 아이가 눈에 안 띕니다. 한편으로는 시끄럽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적극적입니다. 호기심도 많습니다. 그래서 학습활동에도 적극적이고 집중하고 몰두하는 힘이 어느 학교보다 뛰어납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왜 이렇게 남다를까요? 그것은 우리 학교가 '경쟁보다 협력을', '소통과 배려', '민주적인 학교 운영', '수업혁신', '생활교육의 혁신', '문예체교육 강화', '학생 자치활동 강화'와 같은 서울형혁신학교의 기본 원칙을 잘 적용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혁신학교들이 1년 성과를 눈에 띄는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우리가 거둔 성과 중에 가장 중요한 성과를 교사들과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 생활 모습에서 봅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서울형혁신학교를 실천한 저는 학교폭력 대책이 딴 곳에 있지 않고, 서울형혁신학교를 제대로 운영하면 저절로 된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학교 교사들과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게 된 서울형혁신학교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어서 쓰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가 보기에 학교폭력을 오히려 조장하는 곳은 교과부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와 지난 1년 동안 우리 학교 교사들이 협력해서 서울형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생활이 달라진 모습에 대한 사례는 이어서 쓰겠습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학교폭력대책, #서울강명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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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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