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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 사카모토 마을 입구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입니다. 아래 사진은 보통 볼 수 있는 세븐일레븐 간판입니다.
 사진 위, 사카모토 마을 입구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입니다. 아래 사진은 보통 볼 수 있는 세븐일레븐 간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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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나 출신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는 지역을 연고로 팀이 꾸려져 있습니다. 지역 사람들의 강한 애착과 자부심은 응원이나 경기장 참관으로 이어져 프로 스포츠를 꽃피우기도 합니다.

시가켄 사카모토(坂本) 역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강한 애착과 자부심이 있는 곳입니다. 사카모토는 시가켄 비와코 호수 서쪽 경사면에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옛날에는 비와코 호수를 통해서 실어온 물자를 이곳 사카모토에서 취합하여 교토로 가져가던 곳입니다.

 마을사람들이 돈도야키를 한 다음 마지막 불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돈도야키는 사기쵸라고도 하는데 정월 꾸미개들을 한 자리에 모여서 불태우는 것입니다. 이때 모치라고 하는 찰떡을 불에 구워먹기도 합니다. 이것은 찰떡의 끈기로 나쁜 잡귀를 떼어낸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마을사람들이 돈도야키를 한 다음 마지막 불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돈도야키는 사기쵸라고도 하는데 정월 꾸미개들을 한 자리에 모여서 불태우는 것입니다. 이때 모치라고 하는 찰떡을 불에 구워먹기도 합니다. 이것은 찰떡의 끈기로 나쁜 잡귀를 떼어낸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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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가모토는 물자가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장이 서던 곳입니다. 지금은 번성했던 옛날 모습만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사이쿄지(西敎寺) 절이나 히요시진자(日吉神社) 신사 등이 관광명소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히에잔(比叡山) 엔략쿠지(延曆寺) 절에 가려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갑니다.

이곳에 최근 세븐일레븐이라는 편의점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가게를 열기 전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순서가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사카모토 마을 입구에 세븐일레븐이 들어와도 좋은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와 토의를 거쳤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줄을 만들기 전에 먼저 진자에 제물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줄을 만들기 전에 먼저 진자에 제물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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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보통 볼 수 있는 세븐일레븐이 아니라 사카모토 마을 분위기 맞는 편의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세븐일레븐 간판은 세계 어느 곳이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곳 사가모토 마을 입구에 있는 세븐일레븐은 사카모토 마을의 지붕 색깔과 벽 색깔을 따라서 갈색입니다.

사카모토 마을에서는 해마다 1월 둘째 주 일요일에 마을 가운데 있는 히요시오다진자(日吉御田) 신사에서 줄을 만들어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원래 1월 15일 하던 행사인데 마침 올해는 1월 15일이 일요일이여서 이날 줄을 만들어서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줄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벼농사 지역에서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볏짚으로 줄을 만드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볏짚으로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면서 벼농사의 풍요를 기원합니다. 볏짚은 쌀 수확을 가져다주는 물건입니다. 따라서 줄다리기는 볏짚을 가지고 놀고, 즐겁게 해서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줄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벼농사 지역에서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볏짚으로 줄을 만드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볏짚으로 줄을 만들어 줄다리기를 하면서 벼농사의 풍요를 기원합니다. 볏짚은 쌀 수확을 가져다주는 물건입니다. 따라서 줄다리기는 볏짚을 가지고 놀고, 즐겁게 해서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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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를 하기에 앞서서 아침 5시 반부터는 신사 마당에 불을 피워서 돈도야키를 했습니다. 돈도야키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만들어서 걸었던 꾸미개를 불에 태우는 것입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찰떡을 가져와서 대나무에 꽂아서 구워먹기도 합니다. 이것은 찰떡의 찰기로 나쁜 잡귀가 다 붙어서 빠져나가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아침 아홉시 쯤 마을사람들은 신사 앞마당에서 볏짚을 정리하여 줄을 만듭니다. 먼저 볏짚의 밑동을 나무망치로 두드리고 겉껍질을 벗겨냅니다. 그리고 한 줌씩 묶어서 고정시킵니다.

  줄을 만드는 중간에 한번 간식이 나옵니다. 따뜻하게 데운 술과 단무지 한 덩이, 멸치, 삶은 콩입니다. 사카모토에서는 해마다 이 때 이것을 먹습니다.
 줄을 만드는 중간에 한번 간식이 나옵니다. 따뜻하게 데운 술과 단무지 한 덩이, 멸치, 삶은 콩입니다. 사카모토에서는 해마다 이 때 이것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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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준비가 어느 정도 되면 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먼저 2미터 정도 높이에 장대를 가로대로 걸쳐 놓고 줄을 꼬아가면서 반대쪽으로 잡아당깁니다. 줄은 세 가닥으로 나누어서 각각 말아서 꼰 뒤 다시 세 가닥을 하나로 합해서 꼽니다. 줄다리기를 하는데 필요한 줄은 길이가 38 미터정도입니다.

줄은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가장 길고, 진자 앞뒤에 있는 신목에 감아둘 금줄도 같은 굵기로 만듭니다. 길이는 짧습니다. 줄 만들기가 끝나면 진자 부근을 청소하고 줄을 가지고 진자 앞에서 놀이를 합니다. 사람을 앉혀 놓고 줄을 서려서 감은 뒤 사람을 넘어뜨립니다.

 신사 앞과 뒤에 있는 신목에 금줄을 칩니다. 매듭이 동쪽으로 향하게 합니다. 왼쪽 나무는 녹나무인데 나이가 200년 쯤 되었다고 합니다. 나무가 너무 커서 피해가 예상되어 위쪽은 잘랐습니다.
 신사 앞과 뒤에 있는 신목에 금줄을 칩니다. 매듭이 동쪽으로 향하게 합니다. 왼쪽 나무는 녹나무인데 나이가 200년 쯤 되었다고 합니다. 나무가 너무 커서 피해가 예상되어 위쪽은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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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끝나면 진자 앞에서 굵게 만든 줄 머리를 선반에 올려놓고 무녀를 불러서 간단한 굿을 합니다. 이때 작은 심벌즈와 북이 장단으로 준비됩니다. 무녀는 방울을 들고 춤을 춥니다. 춤이 끝나면 참가자들에게 축수를 합니다.

무녀 굿이 끝나면 신사 앞길에 줄을 길게 놓고 줄다리기를 합니다. 줄다리기는 결혼한 남자가 한편이 되고, 여자와 어린이, 결혼하지 않은 남자로 편을 갈라서 합니다. 위쪽으로 남자가 서고 아래쪽으로 어린이와 여자가 섭니다. 아래쪽에 선 여자와 어린이 편이 세 번 가운데 두 번 이깁니다.  

 줄을 가지고 사람들이 놀이를 합니다. 줄로 사람을 서려서 감은 뒤 넘어뜨립니다. 이렇게 줄을 가지고 놀면서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은 우리나라 정읍 정량리 줄다리기에서 진쌓기 놀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줄을 가지고 사람들이 놀이를 합니다. 줄로 사람을 서려서 감은 뒤 넘어뜨립니다. 이렇게 줄을 가지고 놀면서 사람을 넘어뜨리는 것은 우리나라 정읍 정량리 줄다리기에서 진쌓기 놀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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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모두 진자 뒤에 있는 방에 모입니다. 이곳에서 나오라이(直会)라고 하는 음복을 합니다. 음식물 준비는 올 줄다리기를 담당한 반에서 합니다. 사카모토는 다섯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해마다 반을 바꾸어 가면서 준비를 합니다.

올 줄다리기를 담당한 반은 줄을 직접 만들지는 않고 여러 가지 준비와 진행을 맡아서 합니다. 줄을 만들거나 금줄을 치는 작업은 나머지 네 반에서 24 명이 참가하였습니다. 한 반에서 여섯 명이 참가했습니다. 따라서 음복 때에는 이들 24명을 대접하는 것입니다.

 미코라고 하는 무녀가 신사 앞에서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습니다. 미코는 가까운 히요시다이샤 신사에서 왔습니다. 무녀는 춤을 출 때 방울을 들고 북과 심벌즈 비슷한 악기에 맞추어서 춥니다.
 미코라고 하는 무녀가 신사 앞에서 춤을 추고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습니다. 미코는 가까운 히요시다이샤 신사에서 왔습니다. 무녀는 춤을 출 때 방울을 들고 북과 심벌즈 비슷한 악기에 맞추어서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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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복을 하기에 앞서서 먼저 올 담당 반 책임자가 준비과정과 예산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제사 때 올렸던 술을 먼저 연장자부터 나이순으로 따라 줍니다. 이것을 미키라고 합니다. 나머지 술은 따뜻하게 데워서 순서에 따라서 세 번 술잔에 부어줍니다.

 마을 사람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는 벼농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신 앞에서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의식의 일부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두 편으로 나누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는 벼농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신 앞에서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의식의 일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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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연장자를 중심으로 순서대로 앉아서 음복을 하고 있습니다. 음복은 진자에 제물로 올린 술을 그대로 참가자들이 나누어 마시는 것입니다. 다음에 마시는 술은 데워서 마십니다.
 마을 사람들이 연장자를 중심으로 순서대로 앉아서 음복을 하고 있습니다. 음복은 진자에 제물로 올린 술을 그대로 참가자들이 나누어 마시는 것입니다. 다음에 마시는 술은 데워서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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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연장자를 중심으로 순서대로 앉아서 음복을 하고 있습니다. 음복을 할 때 처음 마시는 술은 진자에 제물로 올린 술을 그대로 참가자들이 나누어 마시는 것입니다. 다음에 마시는 술은 데워서 마십니다. 기본적으로 술은 세번 마십니다. 준비된 먹거리는 올 줄다리기를 준비하고 기획하는 반에서 준비한 것입니다. 대부분 각 집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지고 옵니다.

사카모토 마을에서는 해마다 마을의 번영과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 마을 진자에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전통으로 내려오는 줄다리가 아직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세븐일레븐의 색깔까지 자신의 마을 분위기로 바꾸는 사람들이니 조금 기대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카모토, #줄다리기, #시가켄, #신사, #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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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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