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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활동으로 처녀 시절 경력이 단절돼 버린 주부, 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결혼한 여성. 그들이 사회로 나오는 것은 힘들었다. 경력이 없으니 식당이나 김치 공장행이 가장 쉬운 취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간 주부의 취업형태는 가사 노동의 연장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여성 당사자들도 큰 망설임 없이 익숙히 보아왔고 역사가 오래된 그 직업들 안에서 만족했다. 그 가운데 미래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여성의 직업 재활을 돕는 곳이 있어서 소개한다.

 

바리스타 이론 수업 .
바리스타 이론 수업. ⓒ 조을영

떡카페 수업 커피와 어울리는 메뉴인 떡과 샌드위치 만들기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떡카페 수업커피와 어울리는 메뉴인 떡과 샌드위치 만들기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 조을영

 

대구달서여성인력센터. 이곳은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기관이다. 양장 한복 만들기, 헌옷 리폼 같은 전형적인 프로그램을 떠나서 샌드위치 만들기, 바리스타, 떡 카페 창업, 숲 해설가 양성 등, 미래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비지원 아래 실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 많은 것은 바리스타 수업이다. 주 3회로 초, 중, 고급 각 6주 과정을 마치면 민간 자격증을 취득, 커피 가게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다. 수업료의 60%는 국비로 지원되고, 나머지 40%가 자부담이다. 자격증 취득 까지는 3개월 정도 소요되며 이론과 실기를 병행 한다.

 

대구는 '커피 도시'라 할 만큼 토종 커피 브랜드가 많은 곳이다. 한편으론 그 다양함에 비해 커피 맛을 아는 인구는 매우 드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달서여성인력센터에서는 2009년부터 커피 수업을 실시, 인접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커피와 샌드위치','커피와 떡'의 접목이 바로 그것이다. 떡의 경우는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많지 않아 특색 있는 반면, 신경향이다 보니 수강생 모집의 어려움도 동시에 따랐다고. 이 수업을 듣고 있는 김영실(46)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바리스타 실기 수업 .
바리스타 실기 수업. ⓒ 조을영

- 커피를 배우면서 달라진 점은?

"저는 누구보다 커피를 좋아해서 이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즐겁게 수업을 듣게 됐고, 이후론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가면 커피 관련 기기나 명칭 등을 반갑게 만날 수 있어서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각각의 커피 맛을 비교하며 마실 줄 아는 능력이 조금씩 생긴다는 점에서 너무 기쁘지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자격증도 취득하고 전문가반 까지 다 섭렵하려 합니다. 대구에 있는 여성인력센터로서는 가장 환경이 좋은 것도 장점입니다. 경남 거창과 창녕에서 오는 회원도 있을 정도로 프로그램도 널리 알려져 있고요. 지하철역이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니 교통도 편리하고요. 카페와 연관한 샌드위치 만들기, 떡 카페 수업들도 하나씩 배워보려 합니다."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단점도 있을 텐데?

"예전엔 커피 수업 계좌제 발급이 비교적 잘 이뤄졌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해요. 이 수업을 통해서 취업이 잘 되면 국가에서 그만큼 계좌제 발급을 용이하게 해 줄 테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어려워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취업을 하기엔 수업 기간이 짧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르기엔 역부족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취업하는 분은 조금 드물어요. 오히려 창업과 연결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취업이 잘 안 되는 수업이다 보니 내년에는 자부담이 높아질 예정이라는 말도 있어요. 아직은 시대 분위기를 못 탔을 뿐 곧 기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바리스타 실기 및 시음 .
바리스타 실기 및 시음. ⓒ 조을영

 

- 바리스타가 여성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온 직업인데 왜 취업이 어려운지?

"많은 분들의 환상과 달리 바리스타는 보수가 굉장히 적어요. 더구나 요즘은 업소용 커피 머신이 잘 나와 있기에 1주일만 기계조작을 하면 어느 누구나 커피를 만들 수 있단 사실도 바리스타 취업을 막는 이유가 되죠. 그러다 보니 업주들 입장에선 커피 지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어느 누구나 채용해서 1주일 교육 시키면 충분히 일을 시킬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굳이 비싼 월급을 제시하는 교육생을 쓰지 않아도 될 수밖에..."

 

- 대구에서 바리스타가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일반적으로 대구 사람들이 커피를 선택하는 기준은 브랜드라고 해요. 눈에 익숙한 브랜드가 보이면 그 가게에서 커피를 마신단 거죠. 이렇게 브랜드에 믿음을 두고 선택하는 데는 보수적인 지역성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경향이 심해지면 바리스타란 직업이 활성화 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겠죠."

 

일본의 경우는 이름 없는 작은 카페라도 바리스타의 실력이 출중하면 손님으로 들끓는다고 한다. 스타벅스에는 손님이 넘치지만 커피 마니아 사이에만 알려진 커피점에는 손님이 극히 드문 우리와는 조금 다른 풍토인 셈이다. 또한 이곳의 수업을 거친 졸업생 중 한반에 한명 꼴로 창업을 한다는 것도 개선돼야 할 점이라고.

 

취업생이 많지 않은 이유는 기초 위주의 수업 때문이란 의견도 지배적이고, 그 때문에 이곳에서 기초를 배운 후 전문 센터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라고.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에 비춰지는 바리스타 이미지 덕분에 젊은이들이 배우려는 의지도 강하기에 미래성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가족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커피#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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