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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10분 남짓 버스를 타고가면 인왕산 한 귀퉁이에 다다른다. 도롱뇽이 산다는 백사실 계곡으로 가는 길목이다. 버스길을 따라 내리니 어느 새 서울 도심과 멀게만 느껴지던 산과 나무들이 멀리 보이고, 한적한 동네의 분위기가 감쌌다. 이날은 평일 오후인데다 날이 추워서 사람이 드문드문하지만 주말에는 교통체중과 인파가 몰린다는 것이 상상되지 않았던 고요한 오후였다.

백사실 계곡으로 가는 길목을 따라 오르막길을 천천히 걷던 시간, 점차 부자연스런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우후죽순 늘어선 카페들과 세련된 신축건물들, 지금도 공사 중인 건축 현장이 한창인 마을의 모습이었다. 각종 드라마 촬영지, 자연지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명소가 되버리기 시작한 이곳을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이 부암동 지역을 투자 수단으로 사들이기 때문이란 설명이 따라왔다. 관광객이 몰리고 땅값이 오르는 이곳은 이제 마을의 공동체도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럴듯한 카페와 식당뿐인 곳이 되었다.

 백사실 계곡은 몇해 전과 비교해 카페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 백사실 계곡으로 가는 길 백사실 계곡은 몇해 전과 비교해 카페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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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자연 경관이 좋다는 백사실계곡에서 각종 음식을 먹고 드라마 촬영지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카페에 들려 차를 한잔 마시고 갈 뿐이다. 그 머문 자리 뒤에 남는 쓰레기와 소음과 교통체증을 떠나간 사람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아직 남아있는 주민들은 사람 찾아오는 발걸음을 반기기보다 꺼려할 수밖에 없다.

차가운 겨울에도 딱다구리 소리가 들리고 나무의 냄새가 났다.
▲ 백사실 계곡의 전경 차가운 겨울에도 딱다구리 소리가 들리고 나무의 냄새가 났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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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계곡은 사실 그리 특별한 곳이 아니다. 물이 흐르고 나무가 늘어서있고 도롱뇽과 버들치, 개구리가 사는 그런 곳이다. 다만 서울에서는 너무나 찾기 힘든 도심 속 자연이기에 귀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귀한 자연을 제대로 느끼고 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림처럼 지어진 산 속 카페에 앉아 산을 보고 있지만, 정작 산을 알고 가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느날 이곳이 사람들의 방치 속에 더럽혀지고 망가졌을 때, 사람들의 발길도 끊길 것이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지역인 백사실 계곡은 도롱뇽같은 서울시지정 환경보호종이 살고있다.
▲ 백사실 계곡의 전경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지역인 백사실 계곡은 도롱뇽같은 서울시지정 환경보호종이 살고있다.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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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실 계곡 답사는 무엇을 보고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시간에 쫒기고 사람에 치여 가는, 내가 이전에 느껴왔던 여행이 아니었다. 2시간 남짓 가벼운 몸으로 왔던 이곳에서 오늘 나는 딱따구리 소리, 얼어버린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 백사실 계곡에 내려앉은 차가운 공기를 느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백사실 계곡에는 개나리가 피고, 새 잎이 나고, 도롱뇽이 깨어날 것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겨울의 백사실 계곡. 이곳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이곳을 지킬수 있을까? 또 어떤 모습으로 백사실계곡을  지켜나가야 할까?
▲ 백사실 계곡의 계곡수 우리는 이곳을 지킬수 있을까? 또 어떤 모습으로 백사실계곡을 지켜나가야 할까?
ⓒ 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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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환경운동연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사실 계곡, #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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