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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교복 공동구매 모범사례로 화제가 됐던 서울 영등포지역 교복공동구매연합회(아래 연합회)가 업체와의 유착을 통해 '담합' 구매를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담합'은 학교와 교육청의 무관심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게 '영등포 지역 16개 중·고등학교의 교복 공동구매를 맡고 있는 연합회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민원 및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청 감사관실에 감사 실시를 요구했습니다.

민원의 구체적인 내용은 '임의 조직인 연합회가 교복 업체와 담합해, 특정 교복 업체에게 교복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원인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 교복 공동구매 추진협의회의 회장단이 각 학교의 교복 공동구매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해 3년 동안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특정업체가 선정되도록 하고 있다.
▲ 특정 교복업체가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장들과 골프를 치기도 하고, 노래방에도 가는 등 친분을 유지한다고 들었다.
▲ 교복을 평가할 때, 가격을 무시하고 품질을 본다고 하면서 색상·길이·원단·대리점·신뢰도 등 정량적인 평가보다 주관적인 정성적 평가를 주로 한다.
▲ 입찰 가격이 낮은 업체를 탈락시키고, 특정업체를 선정한다.
▲ 임의 조직인 교복 공동구매 연합회 대표 B씨는 특정 정당의 운동원인데, 실명과 조직의 이름을 사용해 공개적으로 무상급식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학부모 부담 덜려다 쫓겨난 Y중학교

 모범사례료 꼽히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 교복은행(2011년 3월).
모범사례료 꼽히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 교복은행(2011년 3월). ⓒ 경기도의회 제공

이에 저는 관련 내용을 조사해 봤고, 민원이 발생한 지역의 20개 학교 중 17개 학교가 연합회에 가입돼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민원인으로부터 "연합회 회장인 박아무개씨가 4개 업체를 불러서 담합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들었습니다. 또한 영등포에 있는 Y중학교의 경우, 연합회에서 제시한 공동구매 가격인 22만 원이 비싸서, 독자적으로 공동구매를 추진해 14만5000원으로 가격을 낮추자 연합회에서 제명 처리됐다는 내용도 들었습니다.

저는 교복 공동구매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11월 14일, 저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남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잘못을 호되게 지적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줘야 할 공동구매를 악용해, 결과적으로는 특정업체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일이 발생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이는 공동구매의 대표적인 악용 사례가 한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단 이 지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교복 공동구매가 모범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경기도 김포시의 사례나 경기도의 '교복은행' 등을 본받아야 한다. 교복 공동구매 방법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상담 및 지원서비스를 갖춰야 한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18일 그 결과가 발표됐고,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교복 공동구매? 사실상 '담합구매'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내용에 따르면, 연합회는 여러 교복 업체로부터 입찰을 받아 가장 적합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 한 곳을 선정해 교복을 공동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응찰한 교복 업체 4곳과 사전에 가격을 협의한 뒤 이들 회사 모두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실상 '담합구매'를 한 것입니다.

교복을 공동구매할 때는 단가표에 공급 희망가격을 기재한 후 사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투명테이프를 붙이는 등 조치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영등포 소재 3개 학교에서는 공급 가격을 지우고 다시 쓰는 등 입찰 부정행위가 발견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영등포 지역 중·고교 20개교와 남부교육청에 대해 직무유기, 관리부실 등을 이유로 '기관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한 본청 관련 부서에는 '업무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교복 관련 본청 주무 부서를 학부모 지원팀이 있는 미래인재교육과로 변경토록 권고했습니다.

문제가 된 연합회는 지난 2009년, 영등포 지역 11개 중·고교의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회' 위원장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입니다. 연합회는 대형 교복업체의 교복 가격을 대폭 내려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범 사례로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연합회가 영등포 지역 20개 중·고교 중 16개교가 참여하는 등 세력이 확장되면서 교복 공동구매를 위한 정보 교환의 범위를 넘어 교복업자들과 담합해 일선 학교의 교복 공동구매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정보 교류만 가능하던 연합회... 가격 협상에 나서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각 학교에서는 학부모로 구성된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회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정에 따라 교복 공동·일괄구매를 추진해야 합니다. 연합회는 단순한 정보 교류 정도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합회 집행부는 2010년 5월, 중·고교 8곳이 하복을 구매할 때 교복업체 4곳의 대리점 사장을 불러 가격을 협상하고 8개교 교복 공동구매 추진위원회를 대신해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5월, 중·고교 12곳이 하복을 구매할 때도 교복업체 3곳과 미리 가격을 협상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교복업체와 올해 동복 공급 가격을 협상해 각 학교에 통보했다고 합니다.

또한 가격 담합에 따르지 않는 학교는 불이익 또는 압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등포 소재의 한 학교의 경우 교복 공동구매 절차를 거쳐 13만6000원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가 "교복 공동구매 연합회 및 대형 교복업체 4개 회사와 14만 원으로 협의했으니 우리도 4000원을 올려 달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학교는 업체의 주장을 수용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제품 및 업체 평가를 통해 교복 공동구매 공급가격 최저가와 최고가 입찰 업체를 가려냈지만, 연합회는 오히려 최고가 제시 업체에게 더 높은 가격 평가 점수를 매겨 부적절하게 업무를 처리한 것도 밝혀졌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박아무개씨는 "교복 가격이 너무 낮으면 업체가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저가 업체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감사를 통해 지난해 2월 연합회 공동대표였던 A씨는 자신이 이사로 활동하는 장학회 계좌를 통해 교복업체 대리점 사장으로부터 24만 원을 기금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박아무개씨는 교복업체 4개사 대리점 사장들을 불러 교복 가격을 협상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밝힐 진실이 더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통해, 교복 공동구매의 악용사례를 밝혀져서 다행입니다. 뒤늦게나마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서울시교육청과 각 학교는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 및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며, 학부모들에게 교복 공동구매 과정에 대한 상담 및 지원 서비스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첫째는 지난해 11월 18일 감사를 마쳐 놓고 두 달이나 지난 다음에야 결과를 발표한 점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내 법무팀에 적발 내용의 위법 여부 판단을 부탁했는데, 시일이 오래 걸려 발표가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둘째는 '연합회 관계자들이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거나 금품을 수수했다'는 등의 민원 내용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박아무개씨가 교원이 아닌 학부모이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교육청에게) 수사권과 계좌추적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비리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시교육청은 마땅히 수사기관에 의뢰해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혔어야 했습니다. 이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김형태 기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복공동구매#악용사례#김형태#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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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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