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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간 겉모양은 우습지만, 나름대로 자연을 닮았다. 냄새 하나없이 자연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 측간 겉모양은 우습지만, 나름대로 자연을 닮았다. 냄새 하나없이 자연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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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깨끗하고, 화려하고, 보기 좋고, 편리한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단독주택 보다는 생활하기 편리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인가 보다. 그러다 보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아파트 값으로 인해, 월급쟁이들은 평생을 보아도 변변한 아파트 한 채 장만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파트가 생활하기에 편리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몇 년 동안은 아파트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조금 성격이 모나서인지, 생리에 맞지 않는 곳에 살기가 싫어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15층짜리 아파트에서 화장실에 들어가 볼 일을 보다가 생각해보니, 내 머리 위에서 누군가 일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연으로 살아가는 사람

1월 15일, 여주에 갔다가 측간이란 곳을 찾아들었다. 내가 찾아간 집은 여주 '한데'(한가롭고 외진 곳을 이르는 옛말)라는 곳이었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그 안에서도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고달사지 근처인지라, 마을이라고 해도 스무 가구를 넘기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아우가 있다. 그 집에 들렀다. 피곤하면 자주 찾아가는 집이기도 하다.

수도권이라는 여주군이지만 이곳은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다. 어째 아직도 이런 마을이 있는지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기 마련. 하지만 사람 사는 맛은 정작 이런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먹거리가 부지기수다.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근 산에서도 찬거리를 마련할 수가 있다.

모든 것이 자연이다. 남들은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 '자연산'이 널려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살다보니 자연인이 될 수밖에 없다. 자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다면, 바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측간이다.

재 불을 때고 난 후 생겨나는 재가 냄새를 없애는데 필요하다고
▲ 재 불을 때고 난 후 생겨나는 재가 냄새를 없애는데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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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겨 시골이라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쌀겨도 시골 축간에 꼭 필요하다
▲ 쌀겨 시골이라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쌀겨도 시골 축간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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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닮은 측간... 거 괜찮네
     
'측간과 처가집은 멀수록 좋다'고 했던가? 이 집이야 말로 일을 볼 요량이면 달음박질을 해야할 정도다. 여름이라도 되면 냄새도 그렇거니와 해충 때문에 일을 보려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거기다가 시골에 살아본 사람들은 한 번쯤 경험해봤겠지만, 튀어 오르는 물로 인해 엉덩이는 난데없는 벼락을 맡기도 한다.

그런데 아우는 "얼마 전에 측간을 대대적으로 고쳤다"고 자랑을 했다. 얼마나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인지, 측간 하나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웃고 만다. 이번에 가서보니, 꽤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우선 대소변을 분리를 했다. 아우는 "나름대로 각도 계산까지 마쳤다"라며 마을이 떠나갈 듯 웃어댄다.

그도 좋지만 안에 들어가니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재와 쌀겨를 이용했단다. 도자기를 하는 아우인지라 가마에 불을 지피고 나면 남는 것이 '재'다. 그 재와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쌀겨를 뿌렸다. 뒤섞인 인분, 재, 쌀겨를 밭에다 뿌리면 '자연산 유기질 비료'가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단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지

측간 안 좌측에는 재가, 우측에는 쌀겨가 놓여있다. 소변은 앞에 놓은 프라스틱으로 흘러 따로 저장이 된다. 기가막히게 측량을 해서 자리배정을 했다고
▲ 측간 안 좌측에는 재가, 우측에는 쌀겨가 놓여있다. 소변은 앞에 놓은 프라스틱으로 흘러 따로 저장이 된다. 기가막히게 측량을 해서 자리배정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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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름 신경을 써서 측간을 계단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높였다. 그리고 그 밑에 문을 달아 '똥통'을 끄집어내기 편하게 했다. 측간을 한 번 이용해보니 마음에 딱 든다. 이것저것 잘 살펴봤다. 나이가 먹어 시골에 내려가 글이라도 쓸 양이면, 꼭 이런 측간 하나 마련해야 겠다.

명절 밑에 측간 이야기를 하자니 좀 그렇지만, 자연보다 좋은 것은 세상에 없을 듯하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바로 이 아우 내외다. 본인들은 불편하다고 하지만,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측간#재래식#재#쌀겨#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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